Nohmad89

프로 여행자라고 할 수는 없지만 한 곳에 오래 머물면서 언어와 문화도 같이 배워가는 깊이있는 여행을 추구하는 어느 아마추어 여행자의 이야기

호주/호주 이야기

런던코트 :: 퍼스에 유럽풍의 쇼핑거리가 있다고?

Nohmad89 2019. 4. 19. 0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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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에서 엄청나게 맛있는 집이라고 알려져 있는 식당에 힘들게 찾아갔는데 막상 먹어보니 어디서든 먹을 수 있는 평범한 맛이었다던가, 화려한 모델 핏 사진에 마음이 홀려 인터넷 쇼핑으로 비싼 옷을 구입했는데 착용 사진과 너무 달라 실망한 기억이 누구나 하나쯤은 있을 것이다. 나는 음식이나 옷보다는 여행에 기대를 많이 하는 편이다. 그래서 나에게는 안타깝게도 런던코트가 저런 기억 중 하나로 머릿속에 자리하고 있다.

 

런던코트의 입구. 입구부터가 스케일이 있어보여 해리포터에 나올 법한 분위기를 풍긴다.

이른 시간에 게스트 하우스 체크인을 마치고 주변 지리를 탐색할 겸 시티 중심을 둘러보러 나왔다. 분명 백화점이 있는 상점가를 지나고 있었는데 거리 한 곳에 중세시대의 외관을 지닌 장소가 갑자기 튀어나와 눈에 확 들어왔다. 미리 퍼스에 대해 조사해봤던 기억으로 미루어 짐작해보니 이곳이 퍼스 시티 투어를 할 때 꼭 들린다는 런던코트가 맞는 듯했다. 마치 생각지도 못한 선물을 갑자기 받은 기분이었다.

 

메인 게이트를 지나 카메라를 급히 꺼내어 5분 정도 런던코트의 골목을 찍는데 열중했다. 하지만 짧은 골목 끝에서 다음 골목으로 넘어가는 듯 한 커다란 두 번째 게이트를 통과한 순간, TV의 채널을 확 바꾸어버린 것처럼 완전히 달라진 눈 앞의 분위기가 나를 당황시켰다. '이게 끝?'. 차들이 쌩쌩 달리는 눈앞의 대로를 본 순간 분명히 중세시대를 여행하고 있었는데 5분이라는 짧은 시간만에 근대시대를 바로 뛰어넘어서 현대시대로 넘어온 기분이었다. 사실 쇼핑거리라고 해서 큰 기대를 한건 아니었지만 유럽풍 골목의 분위기가 너무 멋있어서 조금 들떴었다. 그래도 고작 150M 남짓한 작은 골목이 전부라니. 호주의 땅덩어리가 워낙 거대하다 보니 이 곳에 있는 모든 것이 클 거라는 막연한 생각을 했나 보다.

 

이른 아침의 런던코트는 출퇴근 하는 사람들의 이동 통로일 뿐 관광객은 보이지 않는다.

런던코트는 퍼스의 중심가에 위치한 헤이 스트리트와 조지 테라스를 연결하는 짧은 골목이다. 1937년 조성된 골목으로 바깥의 현대적인 거리와는 정 반대로 유럽의 중세시대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곳이다. 퍼스를 방문하는 많은 관광객이 색다른 분위기를 느끼기 위해 런던코트를 찾아온다. 거리 전체가 중세 도시의 상점가처럼 보이게 인테리어를 해놨고, 매장의 문을 닫을 때는 쇠창살을 내린다. 외견은 중세풍의 상점이지만 귀여운 액세서리나 부츠, 아이스크림, 초콜릿 등을 파는 상점이 많다.

 

유럽에 가본 적이 없는 나도 이게 유럽의 분위기겠거니 하고 짐작이 가능하다.
이름은 런던코트지만 호주 국기가 걸려있다.

인터넷에 퍼스를 검색하면 런던코트도 항상 관광지 목록에 껴있고, 여행서적에서도 언제나 퍼스 시티투어면에 한 페이지를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상당히 알려져 있다. 그런 홍보가 무색할 정도로 작고 아담한 거리이기에 어떻게 보면 기대에 비해 허무함을 주는 관광지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낙천적이고 여유를 중시하는 호주 사람들의 시각으로 보자면, 바쁜 시티 한가운데서 잠시나마 여유를 가지고 커피 한잔을 마시며 색다른 분위기를 낼 수 있는 런던코트가 자부심을 가지고 외부인들에게 소개하고픈 자랑거리 중 하나가 아닐까 생각한다.

 

크리스마스의 런던코트.

● 09:00 - 17:30(금 21시까지, 토 17시까지, 일 12시부터 17시까지)

● 입장료는 무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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