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hmad89

프로 여행자라고 할 수는 없지만 한 곳에 오래 머물면서 언어와 문화도 같이 배워가는 깊이있는 여행을 추구하는 어느 아마추어 여행자의 이야기

호주/호주 이야기

호주는 한여름의 크리스마스 :: 바닷가에서 바베큐(BBQ) 파티

Nohmad89 2019. 4. 25.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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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지구의 북반구에 위치한 나라라 크리스마스가 있는 12월은 추운 겨울이다. 그래서 한국사람들은 크리스마스를 상상하면 눈, 흰색, 겨울 등의 추운 이미지를 떠올리게 된다. 하지만 호주는 한국과는 반대인 남반구에 위치한 나라기 때문에 우리나라와 계절이 정 반대이다. 그렇기에 호주의 크리스마스는 같은 12월이지만 추운 겨울이 아니라 더운 여름이라는 거. 한 여름의 크리스마스를 상상조차 한 적 있었을까. 호주에서 맞은 첫 크리스마스는 생소하지만 즐거운 추억으로 내 머릿속 한편에 남아있다.

 

크리스마스에 딱히 특별한 계획을 세우지는 않았었다. 그래서 같이 살던 이탈리아 친구가 자기 친구들과 같이 바닷가에 가서 바베큐파티를 하자고 했을 때 바로 알겠다고 대답했다. 7명이나 되는 무리가 전부 남자라 조금 슬프긴 했지만 그래도 해외에서 보내는 첫 크리스마스에 외국인들과 같이 바비큐 파티를 한다는 게 너무 즐겁고 설레는 일이었다. 그렇게 우리는 12월 25일 프리맨틀에서 가까운 스카보로 비치로 향했다.

 

가족 단위로 놀러온 사람들이 정말 많다.

호주에서는 크리스마스에 가족들끼리 모여서 바베큐파티를 한다는 말을 들었는데 정말로 공원에는 가족 단위로 온 사람들이 많았다. 가족들이랑 같이 오면 좋았겠다는 아쉬움을 뒤로하고 서둘러 바비큐 그릴 하나는 차지하고 요리를 시작했다. 사람이 많아서 그릴을 구하기 힘들거라 생각했는데 너무 쉽게 빈 그릴을 발견할 수 있었다. 외국인들에게는 무료로 바비큐 그릴을 이용할 수 있다는 게 정말 대단한 혜택이라고 생각될지 몰라도 호주인들에게는 그냥 공원의 일부 같은 느낌이랄까. 마치 놀이터에 가면 미끄럼틀은 항상 있으니까 타도 그만 안타도 그만 같은 느낌이다. 또한 그릴을 사용하는 사람들끼리도 너무 오래 독점하지 않고 할 요리만 빨리 끝내고 다음 사람에게 넘겨주는 게 암묵적으로 약속이 되어 있는 듯했다. 우리나라를 깎아내리려는 건 아니지만 이런 시민의식이 한국에서는 과연 가능할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이탈리아 남자들은 요리하는걸 좋아한다고 한다.
햄버그가 맛깔나게 구워진다.

남자 7명이 모여서 과연 제대로 된 음식을 먹을 수 있을 것인가 했지만 평소에 요리를 즐겨한다는 이탈리아 친구들 덕분에 요리는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소고기의 값이 워낙에 저렴한 덕분에 하루 종일 소고기만 원없이 먹을 수 있었다. 뜨거운 태양 아래서 서로 순서를 바꿔가며 햄버그와 소세지와 야채를 굽고 맥주를 한 병씩 마시며 우리는 크리스마스의 오후를 천천히 즐겼다. 

 

푸른 바다에 뛰어들어 한참 수영을 하며 신나게 놀다 보니 자연스레 크리스마스라는 사실을 까맣게 잊고 말았다. '여름 = 크리스마스'라는 공식은 내 머릿속에 없었으니까. 하지만 종종 빨강 & 초록의 비키니를 입고 수영을 하는 사람들을 보거나 눈을 마주칠 때 서로 '메리 크리스마스'라고 인사를 나눌 때 지금이 크리스마스구나 하고 실감이 난다.

 

보기만 해도 시원해지는 호주의 바다.
역광이라 아쉽지만 그래도 뭔가 더 분위기 있는 사진이 되었다.

호주의 크리스마스에 바베큐는 필수라는 것! 만일 이 시즌에 호주에 여행을 오거든 마트에서 간단히 바베큐 재료를 사서 아무 공원이나 바다에 가는 걸 추천한다. 한국에서는 느껴보지 못한 특별한 한 여름의 추억을 만들 수 있을 테니까 말이다. 인생을 살면서 수 없이 많은 크리스마스를 보낼텐데 한번 쯤 여름의 크리스마스를 경험해 보는 것도 좋은 도전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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