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hmad89

프로 여행자라고 할 수는 없지만 한 곳에 오래 머물면서 언어와 문화도 같이 배워가는 깊이있는 여행을 추구하는 어느 아마추어 여행자의 이야기

엄마랑 아들의 모자여행/대만

엄마랑 같이 가기 좋은 대만여행 :: 타이베이 시티 산책하기

Nohmad89 2019. 4. 26.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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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랑 대만여행 3일 차.

1일 차와 2일 차에 대만에서 가장 핫한 관광지인 예스진지(진과스는 가지 않았다.)와 단수이를 전부 다녀왔으니 3일 차인 마지막 날은 하루를 다 써서 타이베이 시티를 천천히 둘러보기로 했다. 

 

일정이 많아 보이지만 전부 타이베이 시티 내에서 움직였다.

아침 일찍 일어나 간단히 아침을 먹고 밖으로 나왔다. 1일 차와 2일 차는 전부 교외로 나가는 일정이라 버스와 기차 시간에 맞추어 움직여야 했기에 늦지 않도록 조금 서둘렀었는데 3일 차는 타이베이 내에서 움직이는 일정이라 서두를 필요가 전혀 없었다. 덕분에 여유를 가지고 이곳저곳을 천천히 둘러볼 수 있었다.

 

숙소를 타이베이 메인 역 근처로 잡은 덕분에 가까운 거리에 있는 중정기념당까지 천천히 걸어가 보기로 했다. 가는 길목에 228 평화공원이라는 큰 공원이 있어 아침 산책을 하기에 딱 좋은 코스였다. 엄마는 특별히 자연이나 공원, 나무나 꽃을 보는 걸 좋아해서 꽤 큰 규모인 228 공원은 다른 사람에게는 몰라도 엄마에게는 최고의 장소였다. 아마 시간에 쫓기는 관광객이었다면 그냥 지나가고 말 공원이었을지도 모르지만 엄마는 나무 한 그루 한 그루에 관심을 보이고 사진을 찍으셨다.

 

개개인의 취향은 각자 다르고 여행에서도 그런 차이가 확연히 드러난다. 여행은 꼭 유명한 관광지를 가서 사진을 찍고, 유명한 음식을 먹는 것만이 전부는 아니니까. 

 

228공원 옆에 있는 대만박물관.
공원 입구도 신기하게 생겼다.
공원 내에 멋진 조각상들이 많다.
팔각정에서 중화권 문화가 확 느껴진다.

아름다운 228 공원이지만 이 공원에는 아픈 사연이 담겨있다고 한다. 중국에서 건너온 국민당이 대만에 거주하던 본성인 들을 차별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학살 사건을 사죄하고 기리고자 대만 국민당에서 조성한 공원이라고 한다. 그 학살 사건이 벌어진 날이 2월 28일이었기 때문에 공원 이름을 228 평화공원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공원을 대단히 아름답게 조성해 놓았기 때문에 그런 슬픈 역사와 관련된 곳이라고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228 공원을 나와 5분 정도 걸으니 중정기념당의 건물 지붕이 보이기 시작했다. 타이베이 메인 역에서 레드라인을 타고 딱 두정거장 떨어져 있는 곳. 지하철을 타는 것도 좋긴 하지만 중정기념당과 연결된 중점 기념당 역 5번 출구는 역에서 한참 멀리 떨어져 있는 출입구라 어차피 한참 걸어야 하는 건 마찬가지다. 그래서 굳이 멀리에서 오는 게 아니라 타이베이 메인 역이나 시먼 역 근처에 숙소를 잡았다면 대만의 골목골목을 둘러볼 겸 걸어서 와보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다.

 

건물의 색이 촌스럽지 않게 이쁘다고 해야할까, 내 맘에는 쏙 든다.

걸어 다니는 동안 길가에 버려져 있는 많은 쓰레기나 침을 뱉는 사람들을 목격했다면 그 나라에 대한 이미지가 좋게 생각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숙소를 시작으로 228 공원을 거쳐 중정기념당까지 오는 길에는 단 하나의 쓰레기도 없었고 길거리가 너무나 청결하고 깨끗했다. 나는 사실 눈치를 못 챘지만 엄마는 걸어오면서 그런 소소한 부분도 다 체크를 하면서 오셨나 보다. 길거리가 너무 깨끗하니 기분이 좋다고 대만에 대한 이미지가 더욱 좋아진 것 같다는 말씀을 하셨다. 외국인을 유치하려고 탁상행정식으로 공감되지 않는 관광개발을 무리하게 하는 것보다 이렇게 사소한 점 하나가 더 여행객의 마음을 움직여 재방문을 하게 하는 요소가 될 수도 있다는 걸 엄마의 말을 듣고 느낄 수 있었다. 

 

좋은 기분을 가지고 금방 중정기념당에 도착했다. 엄청 큰 광장을 가운데 두고 세 채의 커다란 건물들이 둘러싸고 있는 형태였다. 광장이 넓고 깨끗해서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속이 뻥 뚫리는 기분을 안겨주었다. 엄마도 역시 중화권 나라라 그런지 스케일이 크다면서 연신 멋지다는 말씀을 하셨다.

 

국립국악원. 우리나라 세종문화회관 같은 곳이다.
자유광장.

커다란 입구의 양 옆으로 우리나라의 세종문화회관 같은 역할을 수행하는 국립국악원이 있다. 근처에 학생들이 그룹을 이루어 노래를 틀어놓고 군무를 추고 있는걸 많이 볼 수 있었다. 학교 클럽 활동을 하는 친구들인 것 같았다. 입구의 맞은편에는 장제스를 기념하기 위해 세워놓은 커다란 기념당이 있다. 장제스가 서거하던 나이에 맞춰 올린 89개의 계단을 올라가면 장제스의 동상과 군인들이 경계를 서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매 시 정각에 경계를 서던 군인들이 교대를 하며 교대식을 하는데 그걸 보기 위해 어마어마하게 많은 사람들이 몰린다. 꼭 보고 갈만한 멋진 이벤트다.

 

본당.
레고로 꾸며놓은 느낌이다.
군인들의 교대식이 꽤 볼만하다.

중정기념당 구경을 마치고 용산사 방향으로 걸음을 옮겼다. 점심은 미리 알아놨던 맛집으로 갈 생각이었다. 대만에 왔으니 가능한 대만 음식 위주로 먹으려고 했는데 인터넷에서 평이 너무 좋아서 연어초밥이 유명하다는 삼미 식당(三味食堂)을 가보기로 했다. 삼미 식당은 지하철역에서 조금 떨어진 주변에 특별히 상권이 활성화되어있지도 않은 골목길에 위치하고 있다. 걸어가는 내내 동네가 너무 한산하길래 이런데 정말 맛집이 있는 건가 하고 의아해했지만 이게 웬일...

 

전부 다 대기하는 사람들이다.

주변의 상점들 모두 파리만 날리고 있는데 이 집 앞에만 사람들이 장사진을 이루고 있었다. 게다가 분명히 내가 알기로는 아직 오픈 시간 전이었는데...(오픈 시간은 11시, 우리는 10시 반에 도착) 여행가방을 그대로 끌고 온 사람들을 보면 이 집이 얼마나 인기가 있는지 실감할 수 있겠더라. 늦으면 재료가 소진되어 못 먹을 수 도 있으니 호텔에 들르는 시간도 아깝다는 건가 보다.

 

오픈 시간 30분 전에 갔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70번대 대기번호를 받았다. 나는 뭐 기다릴 수 있다고 해도 엄마가 다리가 아픈데 특별히 대기할 장소도 없는 이 곳에서 기다려야 하는지 걱정이었다. 그래도 엄마는 이렇게 사람이 많은 거 보면 정말 맛있는 집 아니겠냐며, 한국이라면 안 기다릴 텐데 외국에 나왔으니 이런 데서 한번 먹어보자며 기다리자는 의사를 내비쳤다. 다행히 대기 번호는 길었지만 포장을 해 가가는 사람들이 중간중간 있어서 은근히 번호가 빨리 빠졌다. 앞에서 대기하는 시간에 미리 주문을 해 놓으면 더 빨리 먹을 수 있다며 앞에서 사람들을 관리하는 남직원이 주문을 미리 받은 탓도 있었다.

이 사람 대단하다. 간단한 한국말도 곧잘 하면서 메뉴도 다 한국어로 주문받는다. 일본어랑 영어도 사용해가며 기다리는 손님들의 주문을 받는다. 잘생기기까지 했으니 이 집이 장사가 잘 되는 이유에 어느 정도 지분이 있지 않을까 싶다.

 

닭꼬치와 베이컨관자꼬치. 둘다 맛있다.
삼미식당의 메인인 연어초밥.

이 집, 장난 아니다. 눈으로 보기에도 어마어마한 크기의 연어초밥이 나온다. 내 손이 작은 편이 아닌데 그런 내 손이랑 거의 맞먹을 크기의 연어가 올려져 있다. 모든 테이블의 사람들이 음식이 나오면 카메라부터 꺼내는 이유를 비로소 알 것 같았다. 게다가 맛도 좋다. 위에 뿌려진 소스는 간장소스 같은데 너무 짜지도 않고 뭔가 대만식으로 만든 퓨전소스 같은 느낌이었다. 크기만 큰 게 아니라 두께도 꽤 두꺼워서 입에 넣었을 때 씹는 맛이 어마어마했다. 엄마도 이렇게 커다랗고 부드러운 연어초밥은 처음이라며 만족감을 표시했다. 강남에도 최근에 삼미 식당이 오픈했다고 하니 과연 얼마나 이 맛을 똑같이 재현했을까 한번 먹어보러 가야겠다.

 

후식으로 마셔본 85℃의 솔트커피. 짠 맛이 하나도 없다.

삼미 식당에서 아주 만족스러운 식사를 마친 후에 용산사 앞에 있는 85℃ 카페에 가서 솔트 커피를 마셔봤다. 왜 커피에 소금을 넣은 걸까? 수박에 소금을 아주 살짝 뿌려먹으면 단 맛이 더 강해진다는데 비슷한 원리일까? 커피가 심하게 달지도 않고 자극적이지 않아서 어른들이 드시기에도 딱 좋은 것 같다. 궁금한 건 많았지만 따사로운 햇살이 내리쬐는 날씨에 배는 만족스럽게 부르고 단짠단짠 한 커피까지 들어가니 바로 해탈의 상태에 들어간다. 좋다, 그냥 좋다.

용산사에서 기도하는 사람들.

용산사는 대만에서 가장 오래된 도교 사찰이다. 천재지변과 전쟁을 여러 번 겪으면서 붕괴되고 재건되고를 반복하며 현재까지 명성을 이어오고 있다고 한다. 특히 가장 유명하게 된 일화가 있는데 태평양 전쟁 당시 폭탄이 떨어져 사원이 박살이 났는데도 내부의 관세음보살은 멀쩡했다고 한다. 그 후로 신비롭고 영험한 사찰로 알려지게 되었다고 한다. 이런 곳이라면 역시 뭔가 우리 기도를 들어줄 것 같은 느낌이 강하니 우리도 다른 사람들과 똑같이 두 손을 모으고 소원을 빌었다.

 

용산사 전경.

용산사를 본 후에는 MRT 블루 라인을 타고 국부기념관으로 향했다. 대만 지하철은 상당히 깔끔하고 시설이 잘 되어있어 이용하는데 전혀 불편한 건 없지만 갈아타는 경로가 생기면 귀찮으니까 최대한 한 번에 갈 수 있는 루트를 짰기에 용산사에서 국부기념관까지 편하게 한 번에 이동할 수 있었다. 당연한 말이겠지만 부모님과 다니는 여행 루트를 짜려면 최소한으로 동선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조금만 생각하면 대부분의 장소는 한 번에 갈 수 있는 대만의 교통은 참 편리하다고 할 수 있다.

 

여기서도 근위병 교대식을 볼 수 있다.

국부기념관은 중화민국의 국부(國父)인 쑨원을 기리기 위하여 세운 기념관이다. 중정기념관을 먼저 보고 와서 그런지 상대적으로 너무 단출해 보였다. 이 곳도 중정기념관과 마찬가지로 쑨원의 동상 앞을 경계하는 군인들의 교대식을 볼 수 있다. 비슷하다고 넘겨버리는 사람도 있을지 모르겠지만 중정기념관의 교대식과는 레퍼토리가 조금 다르기 때문에 특별히 바쁘지 않다면 보는 것을 추천한다. 엄마는 아무래도 나를 군대에 보낸 경험이 있어서 그런지 경계를 서는 군인들이 힘들겠다며 계속 걱정을 하셨다. 보는 사람이 그렇게 걱정을 할 정도로 FM으로 의식을 진행하는 군인들이 참 대단해 보였다.

 

엄마가 예쁘다고 한 꽃밭.

국부기념관 앞의 광장과 공원은 열린 공간이라 가족이나 친구 단위로 놀러 온 사람들이 엄청 많다. 운동을 하는 사람, 캐치볼을 하는 사람, 노래를 틀어놓고 춤을 추는 그룹, 자전거를 타는 가족... 기념관이라고는 하지만 한강공원처럼 주거지역과 가까워 누구나 와서 즐기며 쉬어갈 수 있는 공간 같아서 보기 좋았다.

 

또한 국부기념관은 타이베이 101 타워가 아주 잘 보이는 사진 포인트라고 한다. 아침에 흐리던 날씨도 다행히 화창하게 개서 101 타워의 끝 부분까지 선명하게 볼 수 있었다. 새해에 101 타워에서 하는 불꽃놀이를 보기 위해서도 다들 여기로 온다고 하니 확실한 포토 스폿인가 보다. 

 

날씨도 맑아서 101타워가 아주 잘 보인다.
국부기념관 공원에는 한국에서 볼 수 없던 식물들이 많이 있다.

대만에서는 우리가 생각지도 못했던 아기자기한 것들을 많이 보게 된다. 가령 아래 사진 속에 있는 오토바이 전용 주차구역이 그렇다. 한국보다 오토바이를 많이 타는 나라이다 보니까 이렇게 주차 구역이 따로 있는데 왠지 너무 앙증맞고 귀여웠다.

 

오토바이 전용 주차 구역.

국부기념관에서 101 타워까지는 지하철 한정거장 거리밖에 걸리지 않는다. 거리로는 가깝지만 지하철 역끼리는 노선이 다르고 환승을 하려면 2번이나 갈아타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기 때문에 도보로 가는 걸 추천한다. 이 거리에서는 어떻게 해도 101 타워를 볼 수 있으니 그냥 타워를 향해 가기만 하면 된다. 

 

건물의 디자인이 상당히 멋있다.

타이베이 101은 대만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며 세계에서는 9번째로 높다. 겉모습은 대나무를 본떠 만들어졌다고 한다. 중간중간에는 대나무의 마디를 그려놓은 것처럼 건물이 구분되어 있고 이 마디의 개수는 중화권에서 가장 좋아하는 숫자인 8개이다. 많은 외국인들이 찾아오는 대만의 랜드마크이기도 하기에 타이베이 101을 생각하는 대만 사람들의 자부심은 가히 대단하다고 할 수 있다. 세계무역센터, 대만 증권거래소가 다 이곳에 있으니 대만 경제의 중심지라고 생각해서 타이베이 101을 더욱 자랑스러워하는 걸 지도 모르겠다.

 

당시 날짜가 1월이다 보니 101타워도 신년맞이 느낌으로 꾸며놓았다.

전망대로 올라가는 가격은 대만 물가에 비해서 살짝 비싸지 않나 싶었다. 600 NTD니까 우리나라 돈으로 따지면 24,000원 정도 되는 금액이다. 하지만 대만에서 일반적인 식사 한 끼는 50~100 NTD라는 거. 비싸긴 하다. 만일 나 혼자 왔으면 전망대는 그냥 패스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대만 랜드마크의 전망대를 와봤으니 엄마랑 같이 경치도 보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초고속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왔다. 늦은 오후에 올라가서 타이베이의 전역을 감상하고 내부에서 해가 질 때까지 쉬면서 기다리다가 야경도 다 보고 나서야 내려왔다. 대만에서의 3일을 마무리하는 일정이었다. 

 

101타워에서 본 타이베이의 낮과 밤.


< 엄마의 평가 >

중정기념당 ☆ (넓은 광장도 좋았고 거대한 기념관이 볼만했다. 군인들이 교대식이 특히 인상 깊었다.)

삼미 식당 ☆ (거대한 연어초밥이 꽤 맛있었다. 하지만 기다리는 시간이 너무 길어서 힘들었다.)

용산사 ★ (한국에서 볼 수 없었던 도교사원을 봐서 좋았다. 분위기도 마음에 들고 사원도 예뻐서 만족.)

국부기념관 ☆ (중정기념당과 겹치는 느낌이라 살짝 아쉬움. 하지만 군인들의 교대식은 볼 만하다.)

타이베이 101 ★ (초고속 엘리베이터도 신기하고 대만의 랜드마크를 직접 봐서 좋았다. 야경은 보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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