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hmad89

프로 여행자라고 할 수는 없지만 한 곳에 오래 머물면서 언어와 문화도 같이 배워가는 깊이있는 여행을 추구하는 어느 아마추어 여행자의 이야기

호주/호주 이야기

해외에서 어학원 안다니고 외국인 친구 사귀기 ① :: 프리스쿨 & 언어교환

Nohmad89 2019. 4. 30.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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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친구 사귀기는 어떻게 할까?

해외에서 외국인 친구들을 만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당연히 어학원에 가는 방법이다. 비슷한 수준의 영어를 쓰는 외국인들이 모여있는 곳이고, 매일 같은 시간에 같은 교실에서 수업을 들으며 수업이 끝난 후에는 다 같이 저녁을 먹으러 가거나 펍을 가며 놀면서 친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학원은 가격도 비싼 편이라 부담이 상당히 큰 편이고 운이 좋지 않다면 같은 레벨 교실에 전부 한국인만 모여 있는 난처한 상황이 닥치기도 한다.

 

그런 점에서 프리스쿨은 말 그대로 무료로 운영하는 영어 교실이기 때문에 부담도 없으며 매일 새로운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호주의 경우 각 주의 주도(앨리스 스프링스를 제외한 퍼스, 브리즈번, 시드니, 멜버른, 호바트, 애들레이드)에는 1개 이상의 프리스쿨이 존재한다. 물론 민간 차원에서 운영하는 것이기 때문에 운영기간이나 존재 유무가 일정하지 않을 수도 있다. 

 

퍼스 리더빌 프리스쿨.
퍼스 프리스쿨 가는 길.

프리스쿨은 대부분 교회에서 자원봉사자들이 진행한다. 수업료는 따로 낼 필요가 없기 때문에 부담이 없다. 다만 수업이 끝난 이후에 성경 공부를 해야 한다. 하지만 수업만 듣고 성경공부는 빠지겠다고 해도 전혀 문제가 되지 않기에 종교적으로 거부감을 느낄 필요는 없다. 간혹 점심이나 저녁까지 대접해주는 곳이 있는데 그럴 때는 기부금 형식으로 원하는 만큼 헌금을 낼 수 있다.

 

선생님들은 자원봉사자이거나 교회의 목사님이 진행하기 때문에 전문적이고 질 높은 수업을 기대하기는 힘들다. 하지만 외국인들에게 영어를 가르쳐 주며 도움을 주는 봉사가 주 목적인 사람들이기 때문에 수업에 대한 열정은 진짜 선생님들과 비교해도 전혀 떨어지지 않는다. 오히려 더 친절하고 자세하게 가르쳐 주려는 마음이 느껴져서 몇 년이 지난 지금도 프리스쿨 선생님들이 기억이 난다.

 

항상 점심을 싸가서 친구들과 나눠먹었었다.

어학원을 다니지 않았던 나는 외국인 친구들을 만나고 싶어서 거의 매주 프리스쿨에 꾸준히 나갔다. 덕분에 많은 외국인 친구들을 사귀며 같이 여행도 다니고 휴일에 만나서 놀기도 하며 영어 실력을 꾸준히 기를 수 있었다. 외국에서 생활하면서 마음을 기댈 수 있는 친구들이 없다면 향수병이 걸리기도 쉽고, 그렇게 되면 말이 통하는 한국사람들과 자주 어울리며 놀다 보니 영어를 늘릴 기회가 줄어들게 된다.

 

생각보다 이런 워홀러들이 정말 많았다. 말이 통하지 않으니 몸 쓰는 힘든 일만 하다가 주말에 한국사람들과 한식당에 가서 소주를 마시고 노래방에서 놀다 보니 영어는 그대로. 시간이 길어져도 영어 실력은 그대로니 돈을 조금 주는 한식당에서만 계속 일할 수밖에 없다. 이렇게 반복되는 악순환 속에서 쳇바퀴 돌듯 의식 없이 사는 사람들을 정말 많이 봤기 때문에 프리스쿨이라는 존재가 나에게 얼마나 고마운 존재였는지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

 

프리스쿨 친구들과 같이 정말 많은 여행을 다녔다.

딱 하나 아쉬운 점이 있다면 대부분의 프리스쿨에서 유럽인들은 찾아보기 힘들다. 모든 유럽인들이 영어를 유창하게 하는 건 아니지만 대부분 어느 정도 일상 대화를 충분히 구사할 수 있는 실력을 가지고 오기 때문이다. 프리스쿨에 거의 1년 넘게 다녔지만 유럽인을 봤던 건 단 한 명뿐이었다.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고 있는 건 한국/일본/중국/대만인. 그 외에는 남미 사람들이 많다. 그래서 내 호주 생활 초창기에는 대부분의 친구들이 아시아 친구들이었다. 하지만 아시아 친구들과는 상대적으로 지역적인 거리가 가깝다는 장점이 있으니 아직도 가끔 여행을 다니며 만나는 친구들이 있다.

 

싱가폴 출신 선생님과 같이 말레이시아 음식점에서.

프리스쿨의 또 하나의 장점은 학생뿐만이 아니라 여러 선생님들을 만나볼 수 있다는 점이다. 주로 교회에서 이루어지는 자원봉사 프로젝트기 때문에 매주 같은 요일에 꾸준히 나와서 영어를 가르쳐주시는 선생님도 있고, 시간이 될 때 한 번씩 나와서 가르쳐주시는 선생님도 있다. 그렇기에 퍼스 프리스쿨의 경우 1주일에 6명의 다른 선생님을 번갈아가며 만나면서 6개의 다른 영어 발음과 악센트를 경험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내가 프리스쿨에 다녔을 당시에는 영국, 호주, 모로코, 한국,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미국에서 온 다양한 선생님을 만나 볼 수 있었고, 그 선생님들은 각자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분야가 달랐기에(ex. 한국 선생님-문법, 영국 선생님-리스닝) 다양한 주제의 수업을 들을 수 있었다.

 

첫 로드트립도 프리스쿨 친구들과 같이 갔다.
수업이 없는 주말에는 다 같이 모여 바베큐도 정말 많이 해먹었다.

프리스쿨은 어학원과 달리 매일 진행되는 이벤트가 아니기 때문에 더욱 많은 사람들과 교류를 하고 싶다면 언어교환 모임이라는 선택지도 있다. 간단하게 구글에다가 지역 이름과 English conversation group이라고만 검색해도 상당히 많은 게시물이 나온다. 개인적으로 친구를 찾는 사람들도 있고, 그룹을 이루어 정기적으로 교류를 하는 사람들도 생각 외로 정말 많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런 언어교환은 한국어를 찾는 사람은 정말 드문 편이다. 일본어와 중국어를 교환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은 정말 많기에 제2외국어에도 관심이 있거나 할 수 있다면 이런 모임에도 나가면 좋다. 나도 일본어에 관심이 있는 편이라 일본인은 아니지만 일단 가서 영어를 사용하며 자주 놀곤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영어와 일본어 두 마리의 토끼를 잡은 좋은 기회였달까.

 

카라반 파크에서 캠핑.

'나는 영어를 정말 못하는데 언어교환이 될까?' 라며 걱정하는 사람들이 있겠지만 언어교환은 말 그대로 내 언어를 배우고 싶어 하는 사람과 교류한다는 뜻이기 때문에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 한국어를 조금이라도 쓸 수 있거나 한국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을 만나는 자리이기 때문에 그들이 먼저 마음을 열고 다가와주기 때문에 영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외국인과 친해지기 쉬운 정말 좋은 기회다.

 

퍼스에서의 추억은 거의 다 프리스쿨 친구들과 함께다.

만일 다시 외국에서 지낼 수 있는 기회가 있다고 해도 역시 어학원보다는 프리스쿨에 다니거나 언어교환 그룹에 참여하며 지낼 것 같다. 꼭 어학연수의 목적이나 장기적인 계획을 가지고 외국에 거주하는 게 아니더라도 짧은 시간 내에 외국인 친구를 사귀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중 하나가 아닐까.

 

프리스쿨 친구들이 아니었으면 서호주 여행은 꿈도 못 꿨을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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