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랑 해외여행 part2. 말레이시아 코타키나발루 4일 차.
코타키나발루 마지막 날. 오전 내내 리조트 수영장에서 수영하고 저녁에는 반딧불을 보러 가기로 했다.
전날과 비슷한 일정이다. 늦은 오후까지 리조트에서 세상 누릴 여유를 다 누리며 느긋하게 쉬다가 저녁에는 환상적인 야경을 볼 수 있는 반딧불 투어에 참가하기로 했다. 엄마와 함께 조식을 먹고 나서 한동안 해먹에 누워 코타키나발루의 바다를 감상했다. 해먹에 누워 있으면 세상 행복하다. 예전에 호주에 살 때는 뒷마당에 해먹이 있었는데 누워있으면 1~2시간은 눈 깜짝할 새에 지나간다. 엄마도 그 행복감을 알려나.
아침에 흐렸던 날씨가 시간이 지나니 거짓말처럼 다시 개었다. 쌀쌀한 기운이 줄어들고 조금씩 더워지니 수영장에 들어가고 싶어 졌다. 전날엔 엄마는 썬베드에서 쉬고 난 종일 수영만 했기에 오늘은 엄마의 전속 사진사가 되었다.
늦은 오후까지 리조트에서 푹 쉬고 나서 반딧불을 보기 위해 리조트를 나섰다. 엄마랑 가는 여행에서 코타키나발루를 선택한 이유 중 하나가 이 반딧불 투어다. 다들 알다시피 반딧불은 깨끗한 환경이 아닌 지역에서는 나오지 않는다. 예전에 세부에서 반딧불 투어를 갔다 오고 난 다음에 어두운 강가에서 환히 반짝이는 반딧불을 본 게 너무 인상적으로 기억에 남아있었다. 그래서 어릴 때 반딧불을 많이 봤다는 엄마에게 어릴 때의 기억을 다시 찾아주기 위해 나나문 반딧불 투어를 신청했다.
반딧불 투어에는 맹그로브 숲을 지나며 긴 코 원숭이를 볼 수 있는 투어도 있었다. 일본의 요괴 텐구 같이 생긴 녀석인데 워낙 희귀한 녀석인 건지 이 녀석을 보러 가는 투어가 있다는 게 흥미로웠다. 그런데 워낙 희귀해서 그런지 우리가 배를 타고 한 시간 정도 맹그로브 숲을 돌았는데도 아주 멀리서 움직이는 실루엣만 잠깐 볼 수 있었다.
저녁을 먹으러 간 곳에서는 환상적인 오션뷰를 볼 수 있었다. 해가 저물어가는 오션뷰를 보며 엄마와 사진을 찍고 있는데 가이드가 다가와서 같이 사진을 찍자고 물었다. 전날 호핑투어를 진행했던 가이드를 우연히 다시 만나게 된 터라 이미 다른 사람들보다는 훨씬 친해져 있었다. 엄마한테도 전날부터 '언니 언니'하며 싹싹하게 굴었었기에 엄마는 마치 외국인 친구가 하나 생긴 것 같다며 좋아하셨다.
코타키나발루의 노을은 매일 비슷해 보이지만 전혀 지겹지가 않다. 구름이 많아도, 적어도, 항상 색다른 모습의 노을을 보여주는 것 같다. 막상 이 곳에서 평생 살게 되면 나중에는 이 노을을 보면서 아무런 기분도 들지 않을까?
날이 완전히 어두워지고 시작된 반딧불 투어는 완전히 환상적이었다. 초록색의 작은 불빛들이 나무 하나를 전부 뒤덮어 크리스마스트리처럼 보이는 모습들이 정말 장관이었다. 몇십 년 전에는 이런 광경을 자주 봤다고 하는데 환경오염으로 인해 이렇게 투어만 봐야 하는 현실이 안타까웠다. 엄마도 어릴 때 보던 반딧불이라 이미 다 까먹었는데 이렇게 몇십 년 만에 다시 보게 되어 너무 좋았다고 하셨다. 예쁜 광경이긴 하지만 아무래도 반딧불을 모르는 세대보다는 부모님들처럼 옛 추억을 떠올릴 수 있는 분들에게 더욱 의미 있는 투어지 않을까 싶다.
확실히 휴양지라서 그런지 코타키나발루는 부모님과 같이 오기 정말 좋은 여행지인 것 같다. 그다지 크지 않은 도시라 이동하기에 불편함도 전혀 없고, 대부분의 관광객들이 리조트에 머무르는지라 시내에 사람이 엄청 붐비지도 않는다. 또 호핑투어나 씨워킹, 체험다이빙, 각종 수상레포츠를 즐길 수 있으며 매일 밤 코타키나발루의 어디서든 환상적인 노을을 감상할 수 있다. 물론 친구들이나 연인과 와도 좋을 관광지이긴 하지만 다른 장소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모님과 같이 와서 즐길 만한 포인트가 많다. 부모님과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말레이시아의 환상적인 석양의 나라, 코타키나발루를 고민해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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