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hmad89

프로 여행자라고 할 수는 없지만 한 곳에 오래 머물면서 언어와 문화도 같이 배워가는 깊이있는 여행을 추구하는 어느 아마추어 여행자의 이야기

호주/호주 여행지

호주 사막 여행 :: 흰 모래가 아름다운 란셀린 사막 :: 꽃보다 청춘 위너도 갔다온 피너클스

Nohmad89 2019. 5. 5. 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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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에서만 보던 사막 여행.

당연한 말이겠지만 한국에는 사막이 없다. 그렇기에 외국에 나가서 사막을 탐험하지 않는 한 대부분의 한국 사람들이라면 사막은 TV나 책에서만 보던 장소일 것이다. 나 역시 그랬다. 그렇기에 여행을 떠나기 며칠 전부터 '사막'이라는 매력적인 단어는 계속 내 가슴을 두근두근하게 만들었다. 모래가 많은 곳이라고는 부산 해운대밖에 본 적 없던 나에게 사방이 모래로 이루어져 있는 끝없는 자연 속의 세상은 한 번쯤 꼭 가보고 싶은 꿈의 장소였다.

 

란셀린 사막에 도착.

퍼스에서 대략 130km 정도 떨어져 있는 란셀린 사막에 2시간가량을 운전한 끝에 도착했다. 란셀린에 오는 길목에서부터 하늘이 조금씩 흐려진다 싶더니 기어코 검은 비구름이 모습을 드러냈다. 날씨가 흐려서 그런지 평소 관광객들이 있어야 할 사막엔 개미 한 마리도 보이지 않았다. 이거 들어가도 괜찮나 싶을 정도로 아무도 보이지 않았기에 걱정은 됐지만 그래도 여기까지 왔으니 탐험을 해보기로 했다.

 

이 넓은 곳에 우리밖에 없다.
비가 조금씩 내려 모래가 붙어 찝찝하긴 했지만 그래도 우리는 모래 위를 뒹굴었다.

정말 TV에서만 보던 사막이었다. 시선의 끝에는 모래가 있고 그 뒤에도 모래가 쭉 이어져있다. 이런 곳에서 고립된다면 정말 미쳐버리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똑같은 장면이 연속으로 이어지는 신기하면서도 무서운 곳이었다. 

 

원래는 햇빛에 비친 하얀 모래 언덕이 유명한 란셀린 사막이지만 하늘이 흐리고 비가 오는 탓에 모래가 그렇게 예뻐 보이지는 않는다. 평소 같으면 샌드 보딩을 하기 위해 온 많은 관광객들과 4륜 구동 지프차가 가득할 테지만 비 오는 사막의 황량한 모래 언덕 위에는 바람 소리밖에 들리지 않는다. 언덕 위에서 오래 풍경을 감상하고 싶었지만 거센 비바람에 모래가 섞여 바람이 불 때마다 살을 때려와 고통스러울 정도였기에 금방 내려올 수밖에 없었다.

 

반바지 아래로 맨살이 드러나 모래바람에 견디기 너무 힘들었다.

란셀린 사막의 한 면은 바다와 인접해있다. 그래서 사막 언덕에 올라 바다를 감상하는 아이러니한 경험도 가능하다. 바다 방향에서 불어오는 강한 해풍이 이곳의 돌과 바위를 긴 시간 깎아내며 이 사막을 만들지 않았을까 하고 짐작해본다.

 

가만히 서 있으면 발이 쑥쑥 빠진다.

 


 

다시 두 시간가량 끝이 없어 보이는 사막을 달려 서호주의 자랑이라고 할 수 있는 피너클스에 도착했다. 피너클스는 원래도 기묘하고 신비한 몇 천 개의 바위들 덕분에 유명한 장소였지만, '꽃보다 청춘 : 위너'편에서 위너 멤버들이 렌터카를 끌고 와 본 지역이기에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게 된 지역이다. 

 

다행히 비구름이 개기 시작한다.

퍼스에서 200km가량 떨어져 있는 피너클스. 시티 내의 여행사 앞을 지나갈 때마다 자주 보던 사진이라 이렇게 먼 곳에 있는 줄은 꿈에도 몰랐다. 200km면 그렇게 멀지 않은 곳이라고 할지도 모르지만 중요한 건 일단 이 곳에 오는 대중교통이 없다. 그렇기에 여행사를 통해 오거나 알아서 운전을 해서 와야 한다는 말인데 이렇게 접근성이 현저히 떨어지는 지역은 나 같은 뚜벅이 여행자들에게는 북한만큼 멀게 느껴진다.

 

비교적 작은 바위들이 몰려있는 곳.

마치 다른 행성에 와 있는 것 같다. 누군가 우주복을 입고 있었다면 충분히 다른 행성이 아닐까 의심해볼 만한 정도로 이질적인 분위기의 공간이다. 피너클스가 처음 발견된 계기도 상당히 재미있다. 인공위성 사진에 찍힌 피너클스의 사진이 다른 지형과는 다르게 뭔가 이상해서 조사원들이 파견되었고, 그렇게 피너클스가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다. 이게 고작 1990년대의 이야기라고 한다. 처음 피너클스를 발견한 조사원들은 이 생소한 풍경을 보고 어떤 기분이었을까.

 

이렇게 생긴 석회암 덩어리가 끝없이 놓여있다.

각양각색의 석회암 기둥이 사막에 군데군데 솟아있다. 오랜 세월 동안 풍화작용에 의해 이런 기둥들이 만들어졌다고 하는데 다른 사막에서는 볼 수 없는 진귀한 풍경이기에 피너클스에 오는 사람들은 전부 감탄을 금치 못한다고 한다. 그래서 유명한 사진작가들도 이 곳을 찾아와 영감을 얻고 작품을 만들어 간다.

 

큰 기둥은 무려 높이가 4m나 되는 기둥도 있다고 한다.
이 기둥 개수를 다 세어 본 사람이 있을까?

꽃보다 청춘에서 위너 멤버들이 피너클스에 와서 놀라워하고 풍경을 보며 감동을 받은 장면을 본 적이 있다. 그 장면을 보면서 나도 다시 그때의 추억을 생각하며 그들의 감정을 공감할 수 있었다. 내 눈으로 직접 본 피너클스 역시 그 정도의 감동을 받을만한 가치가 있는 아름다운 곳이었기에.

 

신기한 석회암 바위들.

이 많은 기둥들 사이에서 가끔 운이 좋으면 바위 사이를 뛰어다니는 에뮤나 캥거루를 볼 수 있다고 한다. 움직이는 건 뭐든 잡아보려고 눈을 이리저리 돌렸지만 눈에 걸리는 건 관광객들 뿐. 아무래도 운이 없었나 보다. 가깝기라도 하면 몇 번 와서 사막의 동물들을 찾아볼 텐데 그럴 수도 없으니 아쉬운 마음이 크다.

 

이런 척박한 곳에서도 식물이 뿌리를 내리고 자라나는게 신기하다.

대중교통이 없어 오고 가기 조금 힘들지만 그래도 가 볼만한 가치가 있는 피너클스. 보통 퍼스 시티에서부터 출발하는 1일 투어나 사막의 별을 볼 수 있는 2일 투어가 있다. 중동의 사막과는 또 다른 느낌이지만 서호주만의 색다른 분위기가 있는 사막을 보고 싶다면 꼭 방문하기를 추천하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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