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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벚꽃 축제 :: 진해 군항제 :: 진해터미널 - 해군사관학교 앞

한국

by Nohmad J 2019. 4. 5. 2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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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꽤 사진을 찍지 않았다. 미세먼지의 영향으로 맑고 푸른 하늘을 찍을 수 없다는 핑계였을까, 아니면 한국인의 시선으로 한국에서는 여행의 느낌을 찍을 수 없다고 생각해서였을까. 한창 봄이 다가오던 3월 말, 여행하며 사진을 찍는 즐거움을 잊어버리고 지내는 무료한 일상 속에서 우연히 봄꽃 축제에 대한 포스팅을 발견했고, 예전엔 익숙했었지만 지금은 왠지 조금 어색해진 여행의 설렘을 느끼며 진해로 가능한 한 빨리 달려갈 계획을 세웠다.

 

서울 남부터미널에서 아침 7시 버스를 타기 위해 새벽부터 분주히 준비하고 서둘렀음에도, 오랜만에 다시 떠나는 여행에 힘들고 피곤하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다. 4시간 30분 후 진해 시외버스터미널에 무사히 도착해서 뉴스와 인터넷에서만 보던 벚꽃 물결에 휩쓸렸을 때, 오히려 잊고 있던 여행 세포가 다시 살아나는 기분이었다. 하늘은 시원하고 푸른 바다처럼 구름 한 점 없이 맑았고, 마을 전체를 덮은 은은한 꽃내음은 산들바람을 타고 여행객들의 코 끝을 간지럽히며 사람들에게 봄이 왔음을 알려주고 있었다. 마음속에서 이번 여행은 모든 것이 완벽하다고 내 여행 세포가 환희에 차 만세를 부르고 있었다.

 

터미널에서 나와서 제일 먼저 찍은 사진. 날씨가 너무 좋다.

 

터미널에서 나와 2분 정도 걸어다니면서 벚꽃을 구경하다 보니 금방 해군사관학교가 벚나무들 사이에서 웅장한 모습을 나타냈다. 굳이 해군사관학교를 제일 먼저 들려야겠다고 생각했던 건 아니었지만 자연스럽게 관광객들의 발걸음을 따라가다 보니 해군사관학교가 벚꽃 투어를 위한 첫 방문지가 되어버렸다. 사관학교에서 나와 북쪽으로 쭉 직진하면 진해역이 나오고, 진해역의 옆으로는 바로 여좌천이 나오기 때문에 길눈이 어두운 사람들도 큰 무리 없이 쉽게 이동할 수 있을 것 같다.

 

 

파란 지붕의 기와가 파란 하늘과 잘 어울려 시원해 보이는 해군사관학교의 정문. 개인적으로 드는 생각이지만 앞에 서 있는 위병들이 참 안타까워 보였다. 얼마나 축제에 참여하고 싶을까. 서울에서 민간인들을 보여 군 복무했던 내 경험으로 미루어 봐서도, 산속에 고립되어 사회와 떨어져 지내는 것도 힘든 일이지만 눈 앞에서 가족, 친구, 연인들과 웃고 다니는 사람들을 지켜보며 마음을 절제하는 입장도 참 말 못 할 정도로 고문이며 힘들 것이다. 그들도 사람인지라 따뜻하게 불어오는 봄바람에 가슴이 뛰고 흩날리는 벚꽃잎에 마음이 설레겠지. 그럼에도 이 나라를 수호하기 위해 청춘을 바쳐 희생하는 군인들에게 감사함을 바친다.

 

 

해군사관학교는 군사시설이기 때문에 당연히 평소에는 일반인의 출입이 제한되는 구역이다. 하지만 군항제 기간인 매년 4월 1일 부터 10일까지는 일반인들의 영내 입장을 허가하여, 우리나라의 영해를 수호하는 방패가 되고자 하는 생도들이 생활하는 곳을 둘러볼 수 있다. 특수구역이라는 이유도 있겠지만, 정문에서부터 바다로 이어지는 일직선의 대로변이 온통 벚꽃의 핑크빛으로 물드는 장관이 연출되기 때문에 군항제에서 꼭 들려야 하는 핫플레이스 중 한 곳이다. 

 

벚꽃길을 감상하며 길의 끝까지 가보고 싶었지만 평일에는 도보 제한이 있다고 해서 쿨하게 포기하고 돌아섰다. 천천히 걸어다니면서 구석구석 사진을 찍는 것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차라리 동네를 더 돌아다니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하늘에 구름이 한점도 없다. 덕분에 벚꽃이 더 깨끗해 보인다.

 

다음에 다시 올 기회가 있다면 주말에 도보로 들어가 보고 싶다. 사관학교라고 하면 떠오르는 정적이고 차가운 이미지와는 다르게 너무 화사하고 아름다웠던 진해 해군사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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