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hmad89

프로 여행자라고 할 수는 없지만 한 곳에 오래 머물면서 언어와 문화도 같이 배워가는 깊이있는 여행을 추구하는 어느 아마추어 여행자의 이야기

엄마랑 아들의 모자여행/일본

엄마랑 같이 가기 좋은 일본 교토여행 :: 아라시야마 대나무숲 :: 황금사원 금각사

Nohmad89 2019. 5. 6.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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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랑 해외여행 part.3 일본 교토 1일 차.

엄마랑 같이 대만과 말레이시아를 다녀온 지 1년이 지난 후. 다시 엄마와 아들이 함께 하는 시간을 내기 위하여 새로운 여행을 준비하게 되었다. 이미 지난번 여행으로 인해 엄마의 여행 스타일이며 취향을 대충 파악했기에 여행지 선정은 크게 어렵지 않았다. 

 

엄마가 좋아하는 테마는 자연과 역사. 이번에도 이 둘을 잘 조합해서 어디가 좋을지 알아보던 중, 내가 다녀왔던 곳들 중에서 가장 좋았던 곳으로 엄마를 데려가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시작된 일본 교토 여행.

역시나 일정은 빡빡하지 않게 간단히.

일본은 한국의 바로 옆에 있어 비행시간이 길지 않아서 좋다. 오전에 비행기에 탑승해 12시가 되기 전에 내려 서둘러 간사이 공항에서 바로 교토로 가는 기차를 탈 수 있었다. 교토역에 도착해서 바로 역 앞에 있는 숙소에 짐을 맡기고 아라시야마로 향했다.

 

오래된 분위기의 다리도 관광객의 눈에는 멋지다.

아라시야마는 교토 내의 유명 관광지 중 한 곳이다. 특히나 대나무 숲으로 유명한 장소이고 한국인들에게도 많이 알려진 장소이다. 사실 이 곳은 예전에 혼자 와본 적이 있다. 그때는 여름이었기에 사방을 물들인 초록빛 나무들과 파란 강물의 조화가 너무 아름다운 곳이었다. 또한 대나무 숲도 일본 특유의 분위기가 느껴지도록 꾸며놓은 점이 너무 마음에 들었기에 엄마도 같이 한번 와보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던 곳이다.

 

여름에 왔을 때는 이 개천에 들어가서 노는 아이들이 있었다.
12시가 갓 넘은 시간이라 햇살이 부드럽다.

역시나 정말 예쁜 곳은 계절을 타지 않는다는 말은 맞는 말이다. 겨울에 다시 찾은 아라시야마는 아름다운 모습은 그대로 간직한 채로 계절 옷만 갈아입고 다시 우리를 반겼다. 도시 근처에 있는데도 도시와는 또 다른 자연적이고 여유로운 느낌, 시골 같아 보이지만 불편함이 없게끔 여러 관광자원을 갖춰놓은 준비된 시골마을 느낌, 이런 느낌들이 모여 작은 시골마을인 아라시야마를 더욱 특별하게 만드는 것 같다. 

 

일본 전통주택처럼 보이는 집 앞에서.

역시 내가 생각한 포인트대로 엄마는 이 자연과 조화를 이룬 작은 마을을 무척이나 마음에 들어하셨다. 이곳의 메인 포인트인 대나무 숲[치쿠린]에 들어가기도 전에 이곳저곳을 걸어보는 게 너무 좋다고 하셔서 굳이 서둘러 움직이지 않았다. 몇 번 엄마랑 같이 여행을 다녀보니 엄마는 확실히 나와는 다른 포인트에 시선을 뺏기는지라 일정을 빡빡하게 잡고 그대로 움직이기보다는 시간을 유연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더 나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행 중에 겪은 노하우랄까.

 

결국 엄마를 위해서 온 여행이긴 하니까. 부모님이랑 같이 여행을 다닐 계획을 하고 계신 분들이 있다면 일정은 간단히 짜고 그 사이사이의 시간은 부모님들이 즉흥적으로 원하는 걸 하시는 게 좋을 것 같다.

 

그냥 다리인데도 관광객의 눈으로 보면 예쁘고 신기한 다리.

시골마을이지만 많은 관광객들로 인해 붐비는 아라시야마이기에 상점가에는 온갖 맛있는 음식들이 지나가는 사람들을 유혹한다. 나와 엄마도 뭘 먹으면 좋을까 고민하다 엄마가 지나다니는 길에 점찍었던 우동을 먹으러 들어왔다. 엄마는 특이한 음식에 도전해보고 싶다고 하시며 카레우동을 시켰고 가라아게를 추가했다. 한국에서도 가라아게를 몇 번 먹어보긴 했지만 일본 현지에 와서 먹는 가라아게는 가히 꿀맛. 맥주가 있었으면 더 좋았을걸.

 

상당히 만족스러웠던 카레우동과 가라아게.

간단히 점심을 먹고 아라시야마의 메인 관광포인트인 치쿠린으로 향했다. 겨울임에도 입구부터 곧게 뻗은 푸른색의 대나무들이 보는 사람의 마음을 시원하게 만들었다. 사실 이 대나무 숲에 입구라는 건 따로 없다. 마을 근처의 산속에 길이 뚫려있고 어느 순간 대나무가 양 옆에 무성한 길이 나오는 것. 

 

대나무 숲 사이를 걸어가던 중 주위에 사람이 없어진다 싶으면 어디에서부턴가 책장을 넘기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다. 대나무 잎들이 맞닿으며 사각사각하고 내는 소리였다. 그런 작은 자연의 울림이 조용히 숲 전체에 울려 퍼진다. 아라시야마가 옛날에 귀족들의 별장이 많은 곳이었다고 하는데, 이곳에서 휴양을 즐기며 걷는 귀족들이 듣던 똑같은 소리를 들으니 마치 걷는 동안에는 나도 귀족이 된 느낌이다. 과연 여기 말고 또 어디에서 이런 아름다운 소리를 들을 수 있을까.

 

역시 대나무는 사시사철 푸른가보다.

여행 전에 다리가 많이 아파서 걱정하던 엄마였지만, 예쁜 대나무 숲을 걸으니 힘이 나나보다. 한 번도 다리가 아프다는 말을 안 하고 정말 잘 걷는다. 오히려 화려한 게 가득한 쇼핑센터였다면 지금쯤 다리가 아프다는 말이 나왔으려나. 취향저격 여행이 주는 즐거움이 아픈 무릎의 통증을 이겨낸 것 같았다.

 

아라시야마 마을 구경.

아라시야마는 가장 유명한 포인트인 대나무 숲을 제외하고도 볼거리가 많은 지역이다. 상점가는 요란하게 화려하지도 않으면서도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대부분이 기념품 샵이거나 간식을 파는 가게지만 다른 가게들과의 조화를 이루면서 일본적인 느낌을 한껏 살린 분위기의 가게들이 많다. 그래서인지 어떤 가게를 들어가서 뭔가를 사더라도 일본풍의 기운이 나는 아이템을 구할 수 있을 것이다.

 

묘비들이 모여있는 장소인데 아이러니하게도 사진에서는 대단히 예쁜 장소처럼 나왔다.
대나무숲에서 시내로 나가는 길에 둘러볼만한 절이 있어 지루하지 않다. 
길을 상당히 예쁘게 꾸며놓았다.

생각보다 아라시야마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 간단히 점심을 먹고 대나무 숲을 보면 1~2시간 정도 둘러볼 거라고 생각했는데, 근처 공원이며 아기자기한 상점가를 둘러보는데 재미가 들려 계획했던 원래 시간의 두배인 4시간을 보냈다. 어차피 일정은 아라시야마를 보고 나서 금각사를 가는 게 끝이라 별로 문제는 없었다. 루즈한 일정의 장점.

 

 

엄마가 나 몰래 사진을 찍었다. 교토시 버스 정류장.

교토에는 매년 수만의 외국 관광객이 찾아온다. 그래서인지 버스 노선이 상당히 잘 되어있다. 관광안내소에서도 한국어 안내책자를 구할 수 있기에 어디에서 어디로 가는지 출발지와 목적지의 이름만 제대로 알고 있다면 수월하게 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일본은 우리나라보다 교통비가 조금 비싼 편이긴 하지만 1일 무제한 패스(600엔)를 미리 구매해 놓은 덕분에 교통비 부담 없이 마음 편히 버스를 탈 수 있었다.

 

처음 보면 뭔 말인지 헷갈리는데 몇번 타다보면 쉽게 잘 표시되어 있다는걸 알 수 있다.

버스를 타고 기분 좋게 창밖 구경을 하면서 어느새 금각사에 도착했다. 어떤 사람들은 개인적으로 은각사에 있는 공원이 더 가성비가 좋아서 금각사보다는 은각사를 가는 게 더 낫다고 한다. 하지만 내 경험으로는 짧은 단기여행이라면 기억에 확 박힐만한 멋지고 아름다운 모습을 가진 금각사가 더 나을 거라 생각하기 때문에 엄마와의 여행 일정 중 하루를 금각사에 투자했다.

 

금각사 정원 내부의 건물. 일본풍이 확실하게 느껴진다.

금각사는 아마 기요미즈데라 다음으로 교토에서 제일 유명한 관광지가 아닐까 싶다. 금으로 뒤덮인 아름다원 사원인 금각사는 우리나라 사람들 뿐만 아니라 일본 사람들에게도 꽤나 인기 있는 장소다. 우리나라 학생들이 수학여행하면 경주를 떠올리듯 일본 학생들의 수학여행 장소로는 교토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고 한다. 그중 금각사는 기요미즈데라와 더불어 수학여행에서 꼭 들르는 장소로 유명하다. 아마 한국판 불국사 같은 느낌이겠지.

 

입장권인 부적과 금각사.

입장권부터 시선을 확 끈다. 모든 사람이 보통 생각하는 표가 아니라 부적을 나눠준다. 무엇보다 이 금각사의 분위기와 너무 잘 어울린다. 일본의 느낌이 확 느껴진다. 관광마케팅이 이 정도면 진짜 특 S급 전략이다. 이런 입장권은 뭔가 아까워서 버릴 수도 없다. 이런 점에서는 일본이 진짜 관광대국인걸 인정해야 한다. 그리고 우리도 배울 건 배워서 바짝 쫓아가야지.

엄마가 너무 인상적이라고 했던 금각사.

사진 찍기가 너무 힘들었다. 사람이 워낙 많다 보니. 다들 아름다운 금각사를 렌즈에 담고 싶어 하는 마음은 다 같다 보니 누구도 욕심부리지 않고 뒤의 사람들이 편히 구경하도록 금세 빠져준다. 원래 관광지에서 이런 매너 보기가 정말 힘든데 일본에 왔다고 다들 일본식으로 하는 건가? 우리도 엄마 사진만 몇 장 빨리 찍고 뒤로 빠졌다. 너무 예뻐서 오래 관람하고 싶었지만 금각사 공원의 마감 시간도 다가오고 사람도 많았기에 아쉬운 발걸음을 옮길 수밖에 없었다.

 

예쁘다는 말 밖에 나오지 않는다.

노린 건 아니었지만 시간을 정말 잘 맞췄다. 아마 아라시야마에서 계획에 없던 시간을 더 때우고 와서 그랬지. 우리가 금각사에 도착한 시간은 해가 거의 저물어가는 시간. 마지막 입장객을 들이던 시간이었다. 지난여름에 혼자 왔을 때는 그냥 금색의 사원이 멋지다 정도였는데 이번에는 저물어가는 노을빛이 금색 사원에 반사되어 정말 환상적인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우리뿐만이 아니라 호수로 들어온 관광객 전부 들어오자마자 '우와' 하는 탄성을 내질렀다. 사진으로 어느 정도 표현을 했다고는 하지만 정말 눈으로 직접 본 저녁노을을 품은 금각사는 일본의 자랑이라고 부를 만했다. 괜히 유네스코 문화유산이 아니다.

 

금각사가 안나오게 찍은 사진.

분명 예쁜 호수다. 그냥 봤으면 호수 자체로도 그 분위기가 너무 예쁜 호수인데 화려하게 빛나는 금각사와 같이 있으니 그냥 물 웅덩이로 보였다. 상대적인 시각차.

 

오미쿠지를 뽑은 신사.

금각사를 보고 내려오는 길에 있는 신사에서 오미쿠지를 뽑았다. 일본 드라마나 영화를 본 사람들은 바로 알지 않을까. 쉬운 말로 운세 뽑기. 결과는 엄마는 대길(大吉), 나는 중길... 운세 내용은 한국어로 된 뽑기가 있어서 다 읽을 수 있다. 여행 동안 좋은 기운을 가지게 해달라고 빈 후에 오미쿠지를 옆에 있는 나무에 묶었다. 사실 오미쿠지를 묶는 건 안 좋은 결과일 때 신에게 화를 가져가 달라고 빌면서 묶는 거지만 우리는 이것저것 다 해보고 싶은 관광객이니까.

 

1초후에...

엄마가 오미쿠지를 너무 세게 묶다 보니 이게 중간에 끊어졌다. 안 좋은 걸까? 아니 뭐 좋은 거 묶다가 끊어진 거라 상관없나? 하지만 이 끊어진 오미쿠지가 불행을 가져올 줄이야...


<엄마의 평가>

아라시야마  ★ (대나무 숲이 너무 아름다웠다. 일본다운 일본 느낌이 나서 좋았던 곳. 사실 별 5개를 줘도 되지만 금각사를 더 돋보이게 하기 위해.)

금각사  (너무 예쁘다. 예쁘다는 말 밖에 할 말이 없다. 별 5개로 부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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