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hmad89

프로 여행자라고 할 수는 없지만 한 곳에 오래 머물면서 언어와 문화도 같이 배워가는 깊이있는 여행을 추구하는 어느 아마추어 여행자의 이야기

호주/호주 여행지

야생 돌고래와 같이 수영하기 :: 서호주 로킹햄 돌핀투어 :: Swim with wild dolphins

Nohmad89 2019. 5. 7. 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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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 돌고래를 만나다

서호주 퍼스에서 반년 넘게 지내고 케언즈 농장으로 세컨을 따러 가기로 결정한 다음, 서호주를 떠나기 전에 근교 투어는 다 참여해보는 게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다. 계속 일만 하느라고 제대로 여행은 못 다녀본 것 같아서 마지막은 좀 화려하게 다녀보기로 마음을 먹었다.

 

퍼스역 근처에 있는 관광안내소에서 근교 여행사의 상품을 전부 모아놓고 안내를 해준다는 말을 들었기에 일을 마치고 안내소로 향했다. 많고 많은 여행상품 중 가장 눈에 띄었던 돌고래 투어. 야생 돌고래와 같이 바다에서 수영을 할 수 있는 투어라 꽤 신선해 보였고, 관광안내소에서 상품 설명을 하는 아주머니도 이런 귀중한 체험은 꼭 해봐야 한다고 입이 마르도록 추천을 해 주셨기에 이 투어에 참여해 보기로 했다.

 

포스터 굿.
투어 차량도 너무 귀엽다.

호주에서 8개월을 지냈는데도 현지 투어에 참가해 본 적이 없었다. 영어가 부담이 되기도 했고 딱히 투어에 참여하지 않고서라도 혼자 잘 돌아다녔기 때문에. 그래서 처음으로 참가하는 현지 투어에 대한 기대감에 들떠 전날 밤 잠을 이룰 수 없었다.

 

아침에 집합장소에 도착하니 전부 외국인만 모여있다. 현지 투어니까 당연한 걸까. 날씨도 너무 상쾌하고 가이드도 친절했다. 그렇게 뭔가 좋은 일이 일어날 것만 같은 기분을 품고 버스에 올랐다. 그렇게 우리는 아침 공기를 가르며 45분 정도를 달려 퍼스 근교의 로킹햄이라는 작은 교외에 도착했다.

 

선착장이 이렇게 예쁘긴 또 처음이다.
교외로 조금만 빠지면 호주의 대부분의 마을은 이런 분위기다.

여긴 뭐하는 데길래 이렇게 이쁠까.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주위를 둘러보고 든 생각이다. 서호주는 막대한 자원력을 바탕으로 발전한 곳이라 그런지 부촌들이 많다. 로킹햄도 그런 부촌들 중 하나이다. 듣기로는 정말 알부자들은 퍼스 시티에 살지 않고 교외로 빠져 그들만의 휴양지를 만들어 지낸다고 한다. 이런 아름다운 경치를 가지고 있는 지역이니 부자들의 눈에 들어올 수밖에 없겠지. 여기서 노년을 보내면 참 행복할 것 같다.

 

돌고래를 보러 가기위해 탈 요트.

배가 출발할 시간이 되자 사람들이 부랴부랴 짐을 들고 요트에 오른다. 말이 요트지 거의 크루저 같은 배다. 바다 근처에서 이런 크루저들을 많이 보긴 했지만 직접 타본 건 처음이다. 투어로나마 이런 요트를 타 볼 수 있어서 마냥 행복했다.

 

나 빼고 모든 투어객들이 가족 또는 친구랑 같이 온 듯 보였다. 한국에 있을 때는 무슨 일이든 혼자 한다는 게 대단히 멋쩍고 부끄러운 일처럼 느껴졌는데 어느샌가 난 여기서 밥도 혼자 잘 먹으러 다니고 여행도 잘 다닌다. 이렇게 외국물 먹은 티를 내나 보다. 옆에 앉아있던 모녀가 혼자 왔냐고 말을 걸어줘서 같이 이야기를 하면서 왔다. 중년의 여성과 할머니였는데 여행 온 일본인이었다. 할머니는 영어를 못하시니 옆에서 듣고만 계시길래 일본어로 말을 걸어드렸더니 좋아라 하시면서 투어 내내 나를 붙잡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주셨다. 이런 맛에 여행 다니지.

 

돌고래 보기 딱 좋은 날씨네.
해변을 떠나 서서히 바다로.

해변에서 떨어져 10분 정도를 나온 후였나, 갑자기 상기된 목소리의 안내 방송이 나오더니 요트 전체가 떠들썩거리기 시작했다. '오 마이 갓'이라는 말이 여러 군데서 들리더니 앉아있던 사람들이 전부 한쪽 면을 바라봤다. 사람들의 시선을 따라 나도 고개를 돌렸고 거기서 보인 것은... 

 

!?

지느러미!? 설마? 이 바다의 재롱둥이들이 요트 엔진 소리를 듣고 배 주변으로 알아서 모여들고 있었다. 돌고래는 어릴 적 에버랜드 돌고래쇼에서 봤던 게 마지막이었기 때문에 나 역시 흥분과 긴장감을 감추지 못하고 자리에서 일어나 바로 카메라를 들었다.

 

타이밍ㅠㅠ
매끈한 피부!!

이 녀석들 너무 사랑스럽다. 바다에 나온 지 얼마 안 됐는데도 알아서 먼저 모습을 드러내 주고, 팬서비스라도 하듯 파도를 가르며 계속 물 위로 튀어 오른다. 덕분에 돌고래들이 점프하는 사진을 정말 많이 건질 수 있었다. 어린아이들은 돌고래가 물 위로 점프할 때마다 감탄이 담긴 소리를 질렀다. 나 역시 옆 사람들처럼 기쁨의 포효를 하고 싶었지만 조금 창피한 기분이 들어 마음속으로만 환호를 질렀다. 혼밥은 해도 감정을 순수하게 드러내는 건 아직 멀었나 보다. 외국물을 더 먹어야지.

 

베스트샷!!
보고만 있어도 좋다.

계속 우리를 따라오는 이 사랑스러운 녀석들을 보고만 있었는데 시간이 한참 지나 있었다. 배가 멈추고 가이드는 모든 사람들에게 다이빙 슈트를 나눠주며 갈아입으라고 말했다. 이걸 어디서 갈아입어야 하나 하고 생각하며 주위를 둘러보는데.. 세상에 남녀 할거 없이 사람들이 그냥 옷을 훌러덩 벗고 있었다. 아무렇지도 않게 옷을 벗어던지는 사람들을 보고 속으로는 기겁했지만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척 태연한 표정을 지으려 애를 썼다. 돌고래를 볼 때보다 훨씬 시간이 빨리 가는 느낌이었다.

 

같은 조 사람들.

갈아입고 나서 가이드에게 주의사항을 들었다. 우리는 돌고래와 같이 헤엄을 치러 온 거지 그들에게 악역향을 끼치러 온 게 아니라고. 돌고래가 가까이 와도 절대 만져서는 안 된다고 한다. 야생 돌고래의 피부는 무지 약하고 사람의 손 온도에 화상을 입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돌고래에게 위험을 가해선 안되기 때문이다. 또한 많은 인원을 통제하기 위해 다이빙 조를 짜고 해당 조 사람들끼리 서로 잡아 조를 이탈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 뭐 설명은 길었지만 대략 이런 간단한 룰이었다. 

 

설명을 다 듣고 헤엄치는 돌고래들을 만나기 위하여 바다로 점프!

 

이런 식으로 다이빙.

어찌 보면 조금 답답해 보일 수도 있는데 정말 통제가 잘 되었다. 야생 돌고래를 만나러 왔기 때문에 우리가 들어간 바다에는 안전망이나 통제선이 당연히 없었고, 물아래로 고개를 박고 밑을 감상하며 헤엄치다 보면 어느샌가 나도 모르게 멀리까지 떠내려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자유도는 조금 떨어지지만 그래도 이렇게 규칙을 잘 지키며 관광객들을 통제하는 호주 관광시스템이 대단하다고 느껴졌다.

 

그래도 나중에 수심이 깊지 않은 곳에서 스노클링을 하며 자유롭게 놀 시간도 따로 받았으니 만족.

 

재롱둥이들.
귀요미들.
똑똑이들.
애교쟁이들.
이쁜이들.

정말 사진에서 느껴지는 대로 돌고래가 우리 눈 앞까지 와서 헤엄을 치며 돌아다녔다. 돌고래를 만져보고 싶은 마음을 꼭꼭 눌러 담고 눈으로 재롱둥이들을 좇는 데에 만족했다. 분명 야생 돌고래들인데 이렇게 거의 매일 비슷한 시간에 와서 먹이를 주고 사람들에 대한 경계심을 풀어주니 사람을 잘 따른다고 한다. 너무 신기하고 재미있는 경험이었다.

 

어쩌다보니 센터 행.

요트 위에서 맛있는 점심을 먹고, 스노클링을 즐기니 이미 어느새 하루가 거의 다 지나있었다. 정말 만족스러웠던 돌고래 투어. 사실 투어상품은 잘 믿지 않고 개인적으로 많이 여행을 다니는 편이었는데 이 돌고래 투어를 기점으로 여행을 다닐 때마다 현지 투어에 꼭 한 번씩 참가해보는 성향으로 변했다. 확실히 개인여행자가 할 수 없는 일이나 갈 수 없는 장소들을 갈 수 있으니. 가격은 $100, 우리 돈으로 9만 원 정도 하는 투어였지만 가격에 비해 상당히 만족했으니 돈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이런 투어만 같으면 매번 할 텐데.

 

자매품 투어.
바다 색이 어쩜 저렇게 이쁘지.
로킹햄 안녕.

다시 퍼스로 돌아오며 돌고래들의 사진을 계속 다시 돌려봤다. 흔치 않은 경험이긴 하지. 하지만 나중에 호주를 돌아다니면서 보니 대부분 바다와 인접한 시티에는 다 돌고래랑 같이 수영할 수 있는 이런 투어가 있더라. 꼭 퍼스에서만 할 수 있는 투어가 아니기 때문에 무리해서 이곳을 고집할 이유는 없다는 거. 하지만 다른 도시에서 이 돌고래 투어를 보게 된다면 꼭 도전해보길. 절대 후회는 안 할 거라 장담하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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