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hmad89

프로 여행자라고 할 수는 없지만 한 곳에 오래 머물면서 언어와 문화도 같이 배워가는 깊이있는 여행을 추구하는 어느 아마추어 여행자의 이야기

엄마랑 아들의 모자여행/일본

엄마랑 같이 가기 좋은 일본 교토여행 :: 센본도리이 후시미 이나리 타이샤 :: 교토의 상징 기요미즈데라 :: 넘어지면 안되는 니넨자카 :: 게이샤의 거리 기온

Nohmad89 2019. 5. 11.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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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랑 해외여행 part.3 일본 교토 2일 차.

전날은 화창하다 싶을 정도로 날씨가 좋았는데 밤 사이에 구름이 좀 많이 낀다 싶더니 새벽부터 비가 오기 시작했다. 망했다. 자고 있는 와중에도 빗소리를 듣고 눈이 저절로 떠졌다. 나 혼자 다니는 여행이면 비가 오든 말든 크게 문제가 없는데 하필 엄마랑 같이 와있는데 비가 오다니. 그 좋았던 교토가 갑자기 미워졌다.

보기에는 꽤 타이트해 보이지만 들르는 곳은 3곳.

비가 약해지기를 기다리며 조식을 먹었다. 간단히 배를 채우고 커피를 내려받고 있으니 빗줄기가 조금씩 약해지는 듯 보였다. 나는 속이 타들어만 가는데 엄마는 비가 오는 것도 색다르고 좋단다. 만일 우리가 온 곳이 대도시라면 별로였겠지만 교토의 역사적 기운이 풍기는 한적하고도 묘한 분위기에 비가 더해지니 더욱 운치가 있어 좋다나.

 

커피를 다 마시고 나니 빗줄기는 어느새 빗방울로 변해 있었고 이 정도 비라면 나가서 돌아다녀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게스트하우스에서 머물렀는데 고맙게도 외출할 때 들고 가라고 우산을 빌려줬다. 우산을 사야 하나 고민하던 차에 정말 딱 좋은 도움의 손길이었다.

 

숙소 바로 앞에 교토역이 있어서 빗속에서 이동하기엔 더할 나위 없이 편리했다. 교토역 앞에서 첫 번째로 가려는 장소인 후시미 이나리 타이샤로 가는 버스를 기다리는데 사람이 엄청 많았다. 아침부터 비가 내려서 사람이 적겠구나 싶었는데 큰 오산이었다. 듣기로는 사람이 없는 도리이의 사진을 찍기 위하여 새벽부터 후시미 이나리 타이샤에 가는 사람이 있다고 한다. 그런 곳이니 고작 비가 온다고 사람이 적을 일은 당연히 없겠지.

 

후시미 이나리 타이샤 앞에서.

생각만큼 사람이 엄청 붐비지는 않았다. 예전에 여름에 왔을 땐 사람이 정말 많아서 크리스마스의 명동을 보는 듯한 느낌이었으니. 그런데 비가 오니 우산이 문제다. 사람이 조금 덜하긴 해도 좁은 산길을 올라가야 하는데 우산이 다닥다닥 붙어있어 빠른 걸음으로 앞사람을 추월하기도 힘들다. 그냥 어쩔 수 없겠거니 반쯤 체념하고 센본도리이가 있는 방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유명한 센본도리이.

센본은 천 개, 도리이는 이 일본풍의 입구처럼 생긴 기둥. 즉 센본도리이는 천 개의 기둥들이 다닥다닥 모인 길을 뜻한다. 게이샤의 추억이라는 영화에도 나온 장소라 엄청 유명하다고 한다. 자연의 푸른 숲과 빨간 도리이가 은근히 잘 어울려 진풍경을 연출한다. 엄청나게 많은 도리이들을 보자 엄마는 감탄사를 내뱉었다. 나도 혼자 여행 다니면서 도리이들을 많이 보긴 했지만 이렇게 비현실적인 느낌의 장소는 정말 몇 못 봤기 때문에 그 마음이 충분히 이해가 갔다. 다행히 사람 없는 길을 찍고 싶은 마음은 누구나 똑같은지 중간중간 정체구간이 있었고 그 틈을 틈타 우리도 예쁜 사진들을 건질 수 있었다.

 

작은 도리이들 넘 귀엽.
사진 찍는 엄마.

많은 도리이들은 산의 꼭대기까지 길을 만들면서 쭉 이어져있다. 도리이들의 안내에 따라 산 정상에 오르면 교토 시내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지지만 다리가 아픈 엄마에게 비 오는 날 산행은 무리라고 생각했다. 어차피 센본도리이를 보고 난 이후에는 도리이가 드문드문 있어 센본도리이만큼의 감동은 줄 수 없기 때문에 굳이 끝까지 다 올라가지 않아도 문제는 없다.

 

신사 입구에서 센본도리이까지는 약간의 경사는 있어도 크게 힘든 정도는 아니기에 부모님을 모시고 와도 크게 부담이 되지 않는다. 그래도 후시미 이나리 타이샤의 센본도리는 정말 아름답고 볼 만한 가치가 있기에 약간의 언덕 정도는 감수하고서라도 부모님이 즐기시기에 정말 좋은 장소라고 생각한다.

 

중간중간에서 사진을 찍고.

우리 역시 센본도리이까지만 보고 다시 방향을 바꿨다. 원래 센본도리이 자체가 이곳에 오는 목적이었기에 산을 더 올라가지 않는다고 아쉽지는 않았다. 그래도 전체적으로 걷는 길이가 어느 정도 되기에 엄마는 비 오는 교토의 자연을 마음껏 누리며 사색을 할 여유를 가질 수 있었다.

 

후시미 이나리 타이샤 앞.

 

후시미 이나리 타이샤를 나와 한적한 교토의 길을 걸으며 기요미즈데라로 발걸음을 옮겼다. 기요미즈데라는 한국식으로 한자를 읽으면 청수사라고도 하며, 이름을 처음 들어보는 사람이 많아도 사진을 보면 '아 여기~'하고 알만한 장소로 교토에서 가장 유명한 곳이다. 아름다운 절경과 못을 하나도 사용하지 않고 지었다는 본당 신사의 조화가 대단히 환상적인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에 교토의 간판 명소라고도 한다. 하지만 우리가 교토에 갔을 당시에는 보수공사가 진행 중이어서 안타깝게도 기요미즈데라를 볼 수 없었다. 그래도 근처에 산넨자카, 니넨자카 같은 일본 분위기가 물씬 나는 상점가가 있어서 겸사겸사 전부 둘러보기로 했다.

 

한적하니 좋다.

일본의 어느 신사를 가던 이렇게 손 씻는 물을 볼 수 있다. 나는 일본인 친구들도 있고 대충 간단한 문화 같은 건 공부한 적이 있기에 아는 거지만 가끔 한국 관광객들 중에서는 이 물을 약수로 생각하는지 벌컥벌컥 마시는 사람이 있다. 엄마랑 손을 씻고 옆으로 자리를 옮겼는데 친구들끼리 여행을 온 듯 보이는 한국인 남학생 4명이 돌아가며 이 물을 마시는 걸 봤다. 물론 일본의 종교 문화이기에 굳이 따르라고 강요를 할 필요도 없고 그럴 생각도 전혀 없지만, 남들 다 안 마시고 손을 씻는 물을 마시는 건 이 물의 수질에 대한 확신도 없고 보는 사람들에게도 유쾌한 광경은 아니기에. 일본 여행에 간다면 신사에 있는 이런 물은 손을 씻는데만 사용해주시길.

 

비는 그쳤지만 사람들은 많지 않았다.
한적한 기묘미즈데라.

비도 오는 데다가 기요미즈데라가 공사 중이라 그런지 관광객은 그렇게 많지 않았다. 평소에 오는 관광객들은 다 기요미즈데라의 절경을 보러 오나보다. 기요미즈데라 건물만 공사를 하면 그 근처라도 가서 주변의 경치를 보고 싶었는데 올라가는 언덕길도 죄다 막혀있었다. 당연히 공사 중이니 안전을 위해서 그랬겠지만 아쉬운 마음은 어쩔 수 없었다. 안타깝지만 내부의 다른 사원들을 훑어보고 그 분위기만 어렴풋이 간직한 채 엄마와 나는 산넨자카를 지나 니넨자카로 향했다. 2019년 현재는 공사가 다 완공돼서 기요미즈데라의 예쁜 절경을 감상할 수 있다고 한다.

 

엄마가 좋아하는 이끼나무+돌탑+일본 분위기이 도리이가 다 모여있다.
1월이었는데도 날씨가 그렇게 춥지 않아서 걸어다니기에 너무나 적합한 날씨였다.

기요미즈데라를 못 본건 아쉬웠지만 산넨자카를 지나 니넨자카로 가는 길목은 일본스러운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그런 곳이었기에 다행히 엄마가 너무 마음에 들어하셨다. 오밀조밀하게 돌을 박아 넣어 발끝에 조금씩 돌이 걸리는 길이나, 일본풍 전통 가옥의 멋을 살린 집들이 쭉 늘어서 있는 거리나, 군데군데 아기자기한 식물이나 돌탑을 활용하여 생동감을 살린 거리 전부 엄마 말로는 어른들이 좋아할 만한 요소들을 고로 갖춘 곳이란다. 덕분에 이 거리에서 사진을 엄청 많이 찍었다.

 

니넨자카 거리.

옛날이야기 중에 어떤 언덕에서 넘어지면 2년이 불행하고 어떤 언덕에서 넘어지면 3년이 불행하다. 이런 류의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아마 전 세계의 각 나라들이 형편에 맞게 이야기를 각색하고 이야기의 장소를 바꾸겠지. 일본에서 그 이야기의 배경이 되는 곳이 이 산넨자카와 니넨자카이다. 거리 이름을 직역하면 산넨자카는 3년 언덕, 니넨자카는 2년 언덕이라는 의미가 된다. 왜 이렇게 아름다운 곳에 그런 이야기가 붙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언덕이 가파른걸 보아 넘어지지 말고 조심히 다니라는 말에서 시작된 구전동화 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호칸지. 정말 멋있다. 인증샷 찍는 사람이 한가득.

굳이 '이 곳은 일본입니다.'라는 설명을 하지 않아도 누가 봐도 일본의 분위기가 물씬 느껴지는 곳. 나는 '여행은 그 나라의 특별한 분위기를 느끼러 가는 것'이라 생각하기에 이런 전통스러운 일본의 분위기를 가진 니넨자카는 정말 환상적인 여행지라고 말할 수 있다. 어떻게 이런 가옥과 거리의 분위기를 유지하며 살아가는지 교토의 시민들이 대단하다고 느껴지는 거리다. 엄마 역시 우리나라에 한옥마을이 있기는 하지만 이런 분위기까지 살리지는 못한다며 아쉬워하면서도 이 거리의 맛에 한껏 취해서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며 구경하셨다.

 

아기자기하게 잘 꾸며놓았다. 이러니 관광객들이 몰려오지.

 

 

니넨자카에서 내려오는 길에 이름 모를 사원이 보여 잠시 들어갔다. 지도에 검색을 해 봐도 그렇게 자세한 정보도 나와있지 않았던 곳이지만 내부는 상당히 깔끔하고 예쁜 포인트가 많았다. 어차피 따로 정해진 타임스케줄도 없는 데다 엄마가 너무 예쁘다며 한 바퀴 둘러보고 싶다고 하시길래 들어가서 사진만 엄청 찍고 나왔다.

 

아치형 다리가 되게 멋있다.
이름 모를 사원.

교토에는 군데군데 이런 아름다운 사원이 굉장히 많다. 그렇기에 계획에 없던 곳을 방문하게 되거나 특별히 멀리 가지 않고서도 일본에 왔다는 느낌을 잔뜩 느낄 수 있는 장소가 많다. 물론 관광지로 잘 알려진 사원을 다녀보는 게 좋겠지만 이렇게 생각지도 못한 발견이 있을 수 있다는 건 여행의 묘미가 아닐까 생각한다. 특히 자연이나 역사적 건물들에 흥미가 많으신 부모님을 모시고 온다면 이런 점이 교토의 최대 매력이지 않을까. 

 

이름모를 다리에서 한컷.

니넨자카에서 생각보다 시간을 많이 보낸 것인지 기온 거리를 가려고 하기에는 시간이 조금 빠듯했다. 아쉽지만 저녁 비행기를 타기 위해서는 밥만 간단히 먹고 숙소에 가서 짐을 챙기고 공항으로 돌아가야 하는 일정. 기온도 한번 들려봤으면 좋겠지만 계획해 놓은 관광지 한 곳을 놓쳐버렸다고 하면 엄마가 아쉬워할 듯해서 굳이 얘기하지는 않았다. 어차피 교토는 가깝고 또 오면 되니까! 

 

기온 거리 전체는 못봤지만 카모강에서 한 컷.

기온 거리를 잠깐 눈으로만 훑고 근처에서 라멘을 먹었다. 라멘을 먹고 나니 이제 돌아갈 시간. 숙소에 들려 짐을 다시 챙기고 공항으로 출발하며 이렇게 일본 여행이 잘 끝나나 싶었는데...


<엄마의 평가>

후시미 이나리 타이샤  (너무 예쁜 곳. 영화 속에 들어온 듯 한 느낌이었다. 날씨가 좋았으면 또 어떤 모습일까 하는 아쉬움가 기대감이 동시에 드는 곳)

니넨자카  (일본 분위기가 물씬 풍겨 정말 일본에 온 기분이 200% 들었다. 비가 와서 더 운치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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