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hmad89

프로 여행자라고 할 수는 없지만 한 곳에 오래 머물면서 언어와 문화도 같이 배워가는 깊이있는 여행을 추구하는 어느 아마추어 여행자의 이야기

필리핀/필리핀 여행지

세부 보홀섬에서 스킨 스쿠터 다이빙 자격증 따기 :: 스쿠버 다이빙 오픈워터 :: 인생 버킷리스트

Nohmad89 2019. 5. 13. 2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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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부 보홀에서 스쿠버다이빙 자격증 따기

나이를 한 살 한 살 점점 먹어가면서 느끼는 거지만,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생각만 하지 말고 당장 실천으로 옮겨야 이루어진다는 말은 쉬우면서도 어려운 말인 것 같다. 정말 이 세상에 하고 싶은 일이 얼마나 많은데 그걸 다 실천하면서 살 수는 없으니까. 하지만 그렇다고 시간이 없고 돈이 없다는 핑계로 하고 싶은 일을 버킷리스트에만 넣어 놓는다면 그 소망은 그냥 영원히 망상으로만 남을지도 모른다.

 

나는 물을 무서워한다. 사실 수영도 제대로 못한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바다 속을 여유롭게 헤엄쳐 다녀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호주에서 두려움을 참으며 체험 다이빙에 도전해 본 후 나중에 꼭 스쿠버 다이빙 자격증을 꼭 따야겠다고 결심했다. 좋아하는 일에 도전하기도 어려운 마당에 두렵고 무서워하는 도전을 하겠다니. 분명 생각만 하면 이대로 영영 핑계를 대면서 미룰 거라는 생각이 들어 쇠뿔도 단김에 빼랬다고 바로 필리핀 세부로 가는 비행기 티켓을 예약했다. 

 

비행기를 타는 이 시점이 제일 설렌다.

필리핀에서의 일정은 열흘로 잡았다. 다른 사람들은 필리핀 세부에 간다고 하면 대부분 좋은 리조트를 잡고 아름다운 세부의 해변을 감상하며 여유롭게 휴식을 취할 계획을 세웠을 것이다. 세부의 이미지도 그런 이미지가 대부분일테고. 하지만 나는 애초에 스킨스쿠버 자격증 하나만 보고 필리핀에 왔으니 다른 계획은 하나도 없이 무조건 자격증만 빨리 따고 나중일은 나중에 생각하자는 마음이었다. 그래서 세부 시티에도 많은 다이빙 샵이 있지만 세계 다이빙 명소라는 발리카삭에 가깝다는 장소에 가서 자격증을 따기로 결정했다.

 

아마 이렇게 고된 이동이 있다는걸 알았다면 그 구석까지 들어갈 생각을 안 했을지도 모르겠다. 필리핀 세부 공항에 도착한 게 오후 3시 정도였지만 숙소에 도착한 시간은 어둠이 깔린 정말 늦은 밤이었다. 아마 모르는 사람이 봤으면 스킨스쿠버 다이빙에 대한 열정이 어마어마한 동호인이나 마니아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르겠다.

 

내가 가려고 한 장소는 세부섬의 근처인 보홀섬의 끝자락에 위치한 팡글라오섬. 그 팡글라오섬에서도 가장 끝에 위치한 알로나비치였다. 세부 막탄 공항에서 택시를 탔는데 차가 막혀 부두까지 거의 한 시간이 걸렸고, 배를 기다리는데 거의 30분, 배를 타고 2시간, 배에서 내려 다시 비치까지 트라이시클을 타고 거의 40분. 고난의 행군이었다. 내 세부에 대한 첫인상은 상당히 강렬할 수밖에 없었다.

 

겨우겨우 도착한 숙소.

도착한 다음날, 아침 일찍 일어나서 다이빙 업체들을 알아보기 위해 발품을 팔았다. 예약도 안하고 왔으니 얼마나 무계획 여행인지 다들 알겠지. 숙소 바로 앞에 다이빙 샵이 하나 있었는데 생각한 것보다 조금 비싼 편이었다. 그래서 한인들이 운영하는 다이빙 샵을 일단 방문 해 가격을 알아본 후 다시 오기로 했다.

 

역시 예약을 미리 안한게 악수였다. 당연한 말이겠지만 내가 여행한 시기는 7월 초~8월 말. 이 곳도 극 성수기인 시즌이라 한인 다이빙 샵은 예약이 다 차 버려서 돈을 내고도 못 하는 상황. 별 수 없이 한인 업체는 포기하고 다시 숙소 앞 다이빙 샵으로 되돌아갔다. 어차피 한인 업체를 고르려고 했던 이유는 영어의 문제가 아니라 가격차이 때문이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외국에서 여행을 하다 보면 한인업체에서 제공하는 투어가 확실히 저렴하다. 그래서 보홀에서도 한인 업체를 이용하려고 했던 건데 어쩔 수 없지.

 

세부에는 다이빙 샵이 정말정말 많다. 세부라고 하면 너무 범위가 크니 막탄이나 보홀 등 원하는 지역의 지역명을 같이 검색하면 정말 많은 업체를 찾을 수 있다. 인터넷으로 미리 예약을 하면 편하고 좋지만 가격 할인은 거의 없다. 언어가 걱정이 되거나 이왕 간 거 마음 편하게 한국사람들과 같이 자격증을 따고 싶으면 한인업체를 선택하는 것도 좋다. 숙소부터 식사까지 전부 포함된 패키지가 저렴한 가격에 꽤 있으니 미리 예약을 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영어가 부담스럽지 않거나 외국인들과 같이 교육을 받고 싶으면 현지 업체를 예약하던가 직접 와서 나처럼 발품을 팔며 돌 아닌 것도 재밌다. 돌아다니면서 흥정하던 직원들이랑 친해져서 이후 교육이 더 재미있어질지도 모르니까 말이다.

 

내가 교육 받았던 다이빙 샵.

내가 교육을 받았던 다이빙샵은 필리핀 현지인들이 운영하는 업체였다. 그런데도 가격이 다른 곳보다 조금 비싸길래 이유를 물어보니 자기네 다이빙 샵은 교육생 한 명에게 일대일로 강사를 붙여준단다. 그러고 보니 다른 업체들은 강사 한 명에 교육생이 적게는 2명부터 많게는 5~6명까지 담당하는 걸 봤다. 아마 수영에 자신이 없으니까 강사와 일대일로 하는 게 더 좋지 않을까 고민을 해봤다. 그런데 오히려 이 사람들 어떻게든 나를 잡으려고 하는 게 아니라 자기들은 정말 자신 있다는 듯한 분위기를 풍기며 한번 믿고 맡겨보다는 식으로 나온다. 동남아 여행을 다닐 때 항상 어떻게든 가격을 깎으면서 손님을 잡으려는 사람들만 만나고 나니 이런 경우는 또 처음이라 당황스럽다. 그래도 그런 자신감이 꽤 마음에 들었고 이 곳에서 다이빙 교육을 진행하기로 했다.

 

이 선택은 정말 잘 한 선택이었다. 내 스킨 스쿠버 교육이 수료된 다음 날, 바다에서 다이빙 교육을 받던 한국인 2명이 사망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강사 한명이 여러 명의 교육생을 관리하다 보니 두 명이 눈에서 벗어났고, 마침 그때 근처를 지나가던 보트가 그 교육생들의 머리 위로 지나갔다고 한다. 일대일로 교육을 받았던 게 얼마나 다행이었던지. 생각해보면 스킨 스쿠버는 스포츠이긴 하지만 바다에서 진행되기 때문에 충분히 목숨을 위협할 정도의 위험이 따른다는 것.

 

교육용 수트와 장비들.
오픈워터 다이빙 교재.

다이빙 업체의 종류는 정말 많다. 내가 선택한 업체와 제휴를 맺은 곳은 PADI라는 세계적인 스쿠버 다이빙 교육 회사이다. 호주에서 체험다이빙을 했을 때도 PADI를 이용했기 때문에 왠지 신뢰가 갔고 이 다이빙샵을 고른 이유 중 하나이기도 했다. 세계적인 교육회사인 덕분에 한국 다이빙 업체들도 이 회사와 등록된 곳이 많고, 그렇기에 한국어로 된 교재도 전 세계 어디에서나 구할 수 있다. 물론 강의 비디오는 영어로 된 강의에 시험도 영어로 봤지만, 한국어로 된 교재가 있었기에 조금 더 쉽게 장비의 구조나 기능을 이해할 수 있었다.

 

이론 수업.

여행만 거의 2년을 하며 공부의 ㄱ자도 하지 않았었는데 오랜만에 펜을 들어서 모든게 다 어색했다. 안 하던 공부를 하려니 뇌가 작동을 멈춘다. 그래도 수업이라는 생각보다는 내가 너무나도 하고싶어 하던 일을 하는 거였기에 즐긴다는 생각을 가지고 이론 파트를 열심히 공부했다.

 

근데 공부라고 해봤자 어차피 벼락치기다. 스킨 스쿠버의 기본 단계인 오픈워터의 경우 3일간의 짧은 교육시간을 필요로 한다.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이론 하루에 실기 이틀하고 나면 바로 자격증 획득. 고작 3일 배운 지식은 금방 사라지기 마련이다. 자격증을 딴 이후에 해안가에 거주하면서 매일같이 다이빙을 하지 않는 한, 여행할 때나 한두 번 할까 말까 하는 다이빙을 왜 비싼 돈 주고 자격증까지 따는지 의문이 생길 수 있다. 그에 대한 답을 말하자면 실력은 상관없이 다이빙 자격증을 가진사람만 출입할 수 있는 구역이 있기 때문에 다이빙 자격증을 따두면 좋다. 

 

예를 들자면 호주의 그레이트배리어리프. 바다 속이 정말 아름답다고 유명한 이곳은 수심이 깊지 않아 다이빙 자격증이 없는 사람도 체험다이빙이 가능하다. 5m 정도 내려가는 체험다이빙을 누구나 할 수 있기 때문에 자격증이 없는 사람도 그레이트배리어리프의 아름다운 바닷속을 전부 감상할 수 있다. 하지만 발리카삭의 경우 낮은 수심까지는 체험다이빙이 가능하다 해도 수심 15~19m 아래 바닷속 절벽을 감상할 수는 없다. 이 수중 절벽이 정말 장관인데 자격증이 없으면 들어가서 볼 수 없다는 것. 어차피 장비는 업체에서 다 세팅돼서 준비되는 데다가 가이드가 기본 체크는 다 해주니 오랜만에 다이빙을 해서 어떻게 했는지 다 까먹었다고 해도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실습 나가기 전.
일대일로 지도해 줬던 강사님.

바다로 나가기 전 깊은 수영장에서 연습을 했다. 수영을 못하는 나지만 입에 산소 호스가 들어오니 두려움이 사라졌다. 잠수를 하며 몸을 움직여보는건 처음이었지만 자신감이 조금씩 붙고 나니 인어가 유영을 하듯 자연스레 몸이 움직였다. 단순히 내 생각이다. 아마 밖에서 지켜보는 강사는 '잰 왜 저렇게 바둥거려'라고 생각했을지 모른다.

 

내 개인 강사는 중국인 여자였다. 중국인이라고 하니 괜히 처음부터 색안경이 코 밑까지 내려왔지만 전문적인 다이빙 지식과 유창한 영어 덕분에 금세 내 몸을 믿고 맡기게 되었다. 대화가 잘 통하니 교육을 받으며 장난도 많이 치고 조금 더 편한 분위기 속에서 수업을 받을 수 있었다. 이 강사는 어릴 때부터 다이빙을 즐겨서 지금은 전 세계를 돌며 다이빙을 가르친다고 한다. 부러운 인생.

 

실기 수업을 위한 장비들.

3일간의 교육을 받은 후 무사히 시험에 통과하여 자격증을 획득할 수 있었다. 자격증을 따니 다이빙샵 직원들과 개인강사가 축하한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나 역시 엄청 대단한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끝낸 협상가처럼 의기양양하게 감사인사를 했다. 그들에게는 매일 보는 하루의 일과겠지만 나에게는 오랫동안 꿈꿔오던 버킷리스트 하나를 이뤄낸 대단한 성과다. 불과 2년 전만 해도 영어로 스쿠버다이빙 시험을 볼 거라는 생각은 추호도 없었으니.

 

자격증 카드는 바로 나오지 않고 한달 후에 한국에 있는 집으로 배달이 되었다. 여행이 끝난 후에 기억을 다시 돌아볼 수 있는 선물이 된 셈. 별거 아닌 카드 한 장일지도 모르지만 이런 도전 하나하나가 인생의 도약을 위한 원동력이 되지는 않을까. 

 

뿌듯하다 자격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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