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hmad89

프로 여행자라고 할 수는 없지만 한 곳에 오래 머물면서 언어와 문화도 같이 배워가는 깊이있는 여행을 추구하는 어느 아마추어 여행자의 이야기

필리핀/필리핀 여행지

세부 보홀 발리카삭에서 스킨스쿠버 다이빙 :: 세계적으로 유명한 다이빙 포인트 :: 바다 거북이와 만나다

Nohmad89 2019. 5. 14.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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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부 발리카삭 스쿠버 다이빙

호주의 유명한 명소인 그레이트배리어리프에서 체험 다이빙을 했을 때, 운이 없던 건지 다른 사람들을 다 봤다고 하는 거북이를 혼자 못 봤었다. 얼마나 아쉽고 서러웠던지 다음에 다이빙을 할 기회가 있다면 무조건 바다거북을 볼 수 있는 장소에 가서 하기로 혼자 수도 없이 다짐했었다. 그랬던 차에 세부 보홀섬에서 남서쪽 끝자락에 위치한 발리카삭이라는 다이빙 명소가 있고 그곳에서 바다거북을 쉽게 볼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렇게 세계적인 다이빙 명소인 발리카삭에 오게 되었다.

 

보홀섬에 도착해서 그 다음날 바로 자격증 교육 이수를 시작했다. 그로부터 4일 후, 스킨스쿠버 오픈워터 자격증을 취득한 나는 다른 여러 무리의 사람들과 함께 발리카삭 다이빙 포인트를 향해 달리는 보트를 타게 되었다. 이날 마침 보홀지역에서 가장 경력이 오래된 다이빙 가이드가 우리와 팀을 이뤄 함께 한다고 했다. 같이 가는 사람들도 믿음직스럽고 날씨도 화창하니 바다도 잔잔하고, 얼마나 행운인지 모른다. 다이빙을 하기 전부터 이런 날이라면 분명 바다거북도 볼 수 있을 거라는 근거 없는 믿음감이 생겼다.

 

물 속에서 셀카도 찍을 정도로 여유도 생겼다.

필리핀은 많은 수의 섬으로 이루어진 나라다. 그렇기에 해양스포츠가 특히 발전했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자국민이 아닌 관광객들을 위한 레저가 대부분이지만. 아무튼 그런 필리핀의 여러 지역들 중 보홀의 다이빙 환경은 시야가 아주 맑고 깨끗하며, 잘 보호된 건강한 산호초를 배경으로 다양한 어류를 볼 수 있는 좋은 장소라고 한다. 다른 지역에 비해 꽤 일찍이 어류 보호지역으로 지정되었고, 그런 연유로 산호들이 건강하게 잘 보존되어 있다. 또한 지역적으로 태풍의 영향을 크게 받지 않는 지역이기 때문에 다이빙 시즌은 거의 1년 내내라고 보면 된다.

 

그중에서도 발리카삭은 더 특별하다. 섬의 지형이 홀로 우뚝 서 있는 모양새라 그런지 근해를 조금만 벗어나면 전부 절벽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렇기 때문에 잠수를 하며 내려가는 중에 끝없이 펼쳐진 거대한 절벽을 만날 수 있고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멋진 심해 풍경을 볼 수 있다. 전 세계의 다이버들도 꼭 오고 싶어 하는 장소이기도 하며 한번 왔던 사람들은 절대 잊지 못하는 장소가 돼버리는 환상적인 곳이다.

 

가운데 잘 보면 니모가 산호 사이에 숨어있다.
산호 사이에 물고기들이 몰려있다.

실습을 하는 동안에도 4시간 정도 바다 속을 돌아다녔다. 하지만 그때는 아무래도 유영 자세나 숨을 조절하는 연습을 하느라 멋있는 풍경을 감상하기보다는 넓은 바다를 헤엄치는데만 중점을 뒀었다. 하지만 이번 프리다이빙은 멋진 발리카삭의 풍경을 감상하는 게 가장 중요한 목표였기 때문에 리더를 따라다니며 아름다운 바다를 천천히 살펴봤다. 역시 경력이 오래된 베테랑 가이드라서 그런지 물고기들이 많은 산호가 있는 곳을 여러 군데 알고 있었다. 가이드가 데려가는 곳마다 신기한 물고기들이 한가득이었기에 정말 눈이 즐거웠다.

 

평화로운 바다속.

한창 바다 속 경치를 감상하고 있었는데 가이드가 갑자기 뒤를 돌아보며 모두에게 어느 한 곳을 보라고 가리켰다. 뭔가 가이드가 또 예쁜 물고기를 발견했으려니 하고 가이드의 손가락 끝이 가리키는 방향을 바라봤다. 그곳에는 내가 그토록 바라고 바라던 거북이가 있었다. 이렇게 거북이와 만나게 될 줄이야! 설레는 마음을 억누르고(괜히 너무 흥분하면 숨이 가빠져서 산소를 많이 소비하기에) 헤엄치는 거북이를 따라다니며 사진을 찍었다. 

 

마침내 소원을 이뤘다!
검정 물고기들.

바닷속은 무척 고요하다. 헤엄을 치며 나아가기에 발을 끄는 사람도 없으니 모래 먼지가 날 일도 없으니 시야도 깨끗하다. 지금처럼 다이빙이 보편화되기 이전, 가장 처음 바닷속을 들어와서 이 광경을 본 사람은 어떤 느낌이었을까. 정말 인어공주에서 보던 바닷속 세상이 눈 앞에 펼쳐진 느낌이다. 마치 바닷속 세상은 중력의 영향을 받지 않는 듯 많은 물고기들이 내 눈 앞에서, 머리 위에서 자유롭게 날아다니고 있었다.

 

발리카삭의 절벽.

사진으로만 보면 바다 속이 다 비슷비슷하게 생겨서 알아차리기 힘들지만 이 사진에서 나오는 장소는 발리카삭의 절벽이다. 왼편에 절벽의 끝이 있고 오른편의 빈 공간은 수직으로 쭉 떨어지는 절벽이 있다. 보기만 해도 아찔한 절벽이지만 이 곳이 우리가 탐험하려고 하는 길. 우리는 저 한없이 아득한 지하 세계로 떨어져 버릴 것 같은 낭떠러지로 향했다. 정말 어마어마한 경험이었다.

 

형형색색의 물고기들.

다이빙은 1차와 2차로 나눠서 진행되었다. 한번 내려가면 한시간정도 바닷속을 구경하고 나올 수 있다. 그 이상이 되면 몸에 무리가 갈 수도 있고, 일단 산소통의 산소가 그 이상은 버티지 못하기 때문이다. 특히 초보자의 경우 숨을 여유롭게 조절하기 힘들어 가쁘게 쉬기도 하는데 이런 초보자들의 경우 산소가 더 빨리 소비된다. 내 경우도 첫 다이빙에선 40분밖에 채우지 못하고 물 밖으로 나와야 했다. 

 

중간 쉬는시간에 보트 위에서 커피와 샌드위치를 먹으면서 다이버들끼리 수다 꽃을 피웠다. 절벽 낭떠러지로 떨어질 때의 느낌, 거북이를 눈 앞에서 본 느낌, 형형색색의 열대 물고기들을 만나본 느낌. 물속에서 푹 젖어버린 몸을 따스히 말려주는 햇빛 아래서 다이빙 후 커피 한잔을 곁들이며 이런 여유를 즐긴다는 게 너무 행복했다.

 

물고기 군락을 찾으러.
또 거북이 발견!

점심을 먹으며 가이드가 2차 다이빙에서는 거북이를 조금 더 열심히 찾아보겠다고 말했었다. 어차피 거북이를 보는건 순전히 운이고 이미 한번 봤으니 만족을 하고 있었기에 그냥 그 말을 흘려들었었다. 그런데 잠수를 한지 얼마 안돼서 가이드가 거북이를 찾았다는 신호를 보냈다. 산호 밑에서 잠을 자고 있던 녀석이었는데 우리를 보고 잠에서 깬 건지 부지런히 다른 곳으로 이동하려고 하는 녀석이었다.

 

이게 바로 물반 물고기반.

가이드가 했던 말이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 자신감을 가지고 했던 말이었다는걸 얼마 지나지 않아 바로 깨달을 수 있었다. 첫 번째 거북이를 본 후에 가는 곳마다 거북이를 발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덕분에 내 얼굴에는 계속해서 미소가 흘러나왔고, 미소를 지으며 얼굴 근육이 움직이며 생긴 틈을 통해 물안경에는 계속 바닷물이 들어왔다. 웃으면 계속 물이 들어온다는 걸 알면서도 2차 다이빙을 하는 동안 나는 수시로 물안경에 들어온 바닷물을 빼내야 했다.

 

운이 정말 좋았던 날.

바다거북은 정말 원 없이 본것 같다. 평생 볼 바다거북은 다 본 듯하다. 전 세계 다이버들이 와보길 소망하는 장소에서 마음껏 헤엄을 치며 바닷속 용궁을 보고 왔으니 얼마나 행운인가. 발리카삭까지 오는 길은 무척 힘들었지만 그렇게 힘들게 오고 나니 보상을 받은 것만 같았다. 이런 곳이라면 한 달 정도 살면서 매일 다이빙만 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가이드가 찍어준 사진.

정말 운이 좋았던 다이빙이었다. 바다거북을 보고싶다고 노래를 불렀다고 이렇게 보게 되었으니. 야생 얼룩말들을 보고 싶다고 간절하게 소망하면 아마 몇 년 후에는 아프리카에 가서 얼룩말을 보고 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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