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hmad89

프로 여행자라고 할 수는 없지만 한 곳에 오래 머물면서 언어와 문화도 같이 배워가는 깊이있는 여행을 추구하는 어느 아마추어 여행자의 이야기

필리핀/필리핀 여행지

세부 보홀에서 일주일 살기 :: 천국같은 팡글라오섬의 알로나 비치

Nohmad89 2019. 5. 15. 08:08
반응형

보홀 팡글라오섬에서 일주일 살아보기

많은 사람들이 남태평양의 작은 섬에서 한가로이 휴식을 취하며 유유자적하는 생활을 꿈꿔봤을 것이다. 로또가 당첨되지 않는 한 일반인들에게는 정말 사치 같은 꿈속의 이야기. 하지만 스킨 스쿠버 자격증을 따기 위해 세부 보홀에 머물렀던 일주일간 감사하게도 그런 삶을 지내볼 기회가 주어졌다.

 

아침에 일어나 숙소 옆 로컬 식당에서 필리핀식 아침을 먹고 커피를 마시며 날씨를 체크한다. 9시가 되면 다이빙 샵에서 오전 수업을 듣고 바닷가 근처의 레스토랑에서 점심으로 간단하게 햄버거나 피시 앤 칩스를 즐긴다. 오후에는 보트를 타고 바다에 나가서 다이빙 실습을 하거나 해변에서 수영을 하며 놀다가 4시쯤 숙소로 돌아온다. 시원하게 샤워를 마치고 다시 바닷가로 천천히 걸어 나가 야외 테이블에 자리를 잡고 병맥주를 마시며 노을이 지는 바다를 감상한다. 날이 어두워지면 레스토랑에서 바베큐를 먹고 숙소에 돌아와 다이빙 이론을 조금 공부하며 하루 동안 찍은 사진을 정리한다.

 

정말 꿈같은 일상이다. 이런 생활을 일주일 동안 하고 나니 한국에 돌아가기 싫어졌다. 통장 잔고가 걱정할 필요 없이 가득했다면 아마 돌아오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이런 기억들만 가득하기에 필리핀 보홀은 내 기억 속에 천국 같은 모습으로 남아있다.

 

팡글라오 섬 거리.

팡글라오 섬의 남쪽에 있는 알로나 비치 주변의 마을은 크지 않다. 여행자들을 위한 숙소가 대부분이고 그 여행객들을 상대로 장사를 하는 상인들이 전부다. 그렇기에 알로나 비치의 어느 곳에서 지내던 바다로 통하는 길은 다 하나로 이어진다. 어떤 숙소에서든 해변까지의 거리가 멀지 않다. 걸어서 5분 정도만 걸어 나오면 모든 사람들이 꿈꾸는 남태평양의 에메랄드 빛 바다를 볼 수 있다.

 

알로나비치로 가는 길.
개팔자가 상팔자라니 이녀석들을 보고 만든 말 같다.
다이빙샵.

여러 다이빙 샵과 상점들이 즐비한 해변 입구를 지나서 쭉 걸어오면 펍과 야외 레스토랑이 가득한 알로나 비치가 나온다. 평소에 동남아 휴양지의 모습이라고 상상했던 모습 그대로의 아름다운 해변이 눈 앞에 펼쳐진다. 넓은 잎을 가진 길쭉길쭉한 야자수, 에메랄드빛의 시원한 바다, 구름이 조금씩 퍼져있는 파란 하늘, 해변을 보며 맥주를 즐길 수 있는 야외 펍까지. 마치 이곳이 천국이 아닐까 싶을 정도의 아름다움이다.

 

해안가의 야외 테이블. 그늘이 있는 자리만 잘 잡으면 천국이 따로 없다.

필리핀 사람들은 상당히 친절하다. 물론 관광객이니까 친절한 것이라고 말할 수 있겠지만 내가 느꼈던 건 그 이상의 친절함이었다. 오히려 관광지라면 관광객들을 돈으로만 보고 겉모습만 친절한 느낌이 없지 않아 있는데 필리핀에서 만났던 사람들은 그런 느낌이 아니었다. 물론 내가 그 사람들을 막 대해도 친절하다는 건 아니다. 나 역시 필리핀에 대한 관심을 보였기에 그에 따른 친절함이 배로 돌아오지 않았나 싶다.

 

가령 예를 들자면 내가 묶고 있는 숙소에서는 오너가 기분이 좋아졌다는 이유로 숙박비를 90% 할인해줬다. 우연히도 호주에 있을 때 나와 제일 친한 친구는 일하던 호텔에서 만났던 필리핀계 호주 친구였다. 친하게 지내다 보니 이런저런 간단한 필리핀 언어인 따갈로그어를 배울 수 있었다. 또한 그 친구의 가족들과도 친하게 지내면서 몇 번 집에 초대를 받은 적이 있었기에 전통음식들의 이름 정도는 알고 있었다. 보홀에 처음 들어와서 잡은 숙소는 선예약 후 결제를 하는 곳이었는데 체크인을 하면서 오너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내가 따갈로그어로 몇 가지 단어를 안다는 걸 보여주었다. 외국인이 따갈로그어로 '감사합니다'라는 말을 하고 몇 가지 단어들을 알고 있다는 것에 감동을 받았는지 숙박비의 90%를 깎아준 것이었다.

이 외에도 자국에 대해 관심이 있는 한국에서 온 이방인에게 필리핀 사람들은 한없이 친절함을 베풀어주었다.

 

역시나 해변가에서 휴식을 하다가 한 레스토랑 오너와 이야기 꽃을 피우게 되었다. 레스토랑 오너는 나에게 맥주 한 병을 공짜로 대접하겠다고 했고 그 후 그 작은 레스토랑은 보홀에서 지내는 일주일간 나의 단골 가게가 되었다.

 

필리핀식 바베큐.

여러 메뉴를 시도해보다가 찾은 소울푸드. 간장소스 같은데 달짝지근하고 맛있다. 필리핀식 바베큐라고 한다. 고기 종류를 선택하고 나면 밥과 감자튀김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감자튀김도 잘 어울리지만 밥은 마늘향이 은은히 나는 갈릭 라이스가 정말 맛있다. 이 역시 필리핀 사람들이 즐겨먹는 요리라고 한다. 너무 맛있어서 정말 자주 먹었다. 한화로 3~4000원 정도 하니까 많이 비싸지도 않다. 역시 고급 호텔에 가서 먹는 요리보다 이런 현지식이 나는 더 좋다.

 

갓 잡은 싱싱한 해산물.

해변가에 잡아 올린 지 얼마 되지 않은 싱싱한 해산물들이 깔려있다. 원하는 고기나 접시를 고르면 그 자리에서 바로 바베큐로 만들어준다. 이 역시 동남아에서 즐겨볼 수 있는 로망 아닐까. 정글의 법칙 출연자들이 먹는 고기들이 평소에 너무 맛있어 보여서 나도 그런 스타일의 요리를 부탁해봤다. 큰 생선을 사서 바로 바베큐! 가격은 생각보다 비쌌다. 큰 생선 한 마리에 2만 원 남짓이었으니. 그리고 솔직히 말하자면 가격에 비해 크게 특별하지는 않았다. 이런 곳에 와서 바다를 보며 먹는 바베큐의 분위기 값이랄까.

 

여행사 홍보물에서만 보던 바다.

팡글라오 섬의 바다는 정말 예쁘다. 이렇게 아름다운 바다니까 사람들이 엄청 많을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오히려 한적하고 조용하다. 매일 와서 보는데도 바다에서 노는 사람이 10명도 되지 않았다. 그 이유는 이 곳에 있는 발리카삭이 다이빙 명소로 세계적으로 유명하기 때문이다. 다이빙 명소로 널리 알려진 곳이기 때문에 다이빙에 목적이 없는 많은 사람들이 오히려 오지 않는다. 내가 다이빙을 할 것도 아닌데 다이빙만 하는 사람들 사이에 가서 뭐하겠냐 라는 생각인 것이다. 또 다이빙으로 유명한 곳이기에 이곳에 오는 사람들은 바다에서 놀기보다는 정말 다 다이빙을 하러 먼 바다로 나간다. 어디에서나 있는 해변에서 놀 시간에 발리카삭의 다이빙을 한번 더 즐기자는 생각인 것이다. 어찌 보면 다소 황당한 이유로 알로나 비치의 해변은 늘 한적하다. 나같이 한가롭게 그냥 휴식을 즐기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찬스라는 말.

 

한적한 해변. 너무 좋다.

이런 예쁜 바다라면 사람들이 바글바글해야 정상일 텐데 이렇게 너무 사람이 없으니 왠지 처음에는 불안했다. 여기 뭔가 안 좋은 게 있어서 사람들이 없는 건가 하고 말이다. 하지만 그런 걱정도 잠시, 나는 개인 해변에서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는 마음으로 알로나 비치의 모든 바다를 수영을 하며 돌아다녔다. 덕분에 보홀에서 보내는 일주일을 아주 만족스럽게 보낼 수 있었다. 

 

나한테 바베큐 냄새가 나나보다.

너무 아름다운 섬 팡글라오. 세부에서부터 가기가 조금 힘들긴 하지만 그 귀찮음을 이겨내면 에덴의 정원 같은 아름답고 환상적인 장소가 나를 기다리고 있다. 여러 장소를 여행하면서 일주일 살기를 많이 해봤지만 가장 기억에 남으면서도 또다시 한번 가서 쉬고 싶은 곳.

 


2019/05/13 - [필리핀/Cebu] - 세부 보홀섬에서 스킨 스쿠터 다이빙 자격증 따기 :: 스쿠버 다이빙 오픈워터 :: 인생 버킷리스트

2019/05/14 - [필리핀/Cebu] - 세부 보홀 발리카삭에서 스킨스쿠버 다이빙 :: 세계적으로 유명한 다이빙 포인트 :: 바다 거북이와 만나다

2019/05/15 - [필리핀/Cebu] - 우리가 잘 모르는 세부 시티 산책 :: 로컬 세부를 둘러보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