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hmad89

프로 여행자라고 할 수는 없지만 한 곳에 오래 머물면서 언어와 문화도 같이 배워가는 깊이있는 여행을 추구하는 어느 아마추어 여행자의 이야기

일본/일본 여행지

간사이 나라에 가면 꼭 먹어봐야 하는 감잎 스시 도시락 :: 감잎에 싸먹는 초밥 가키노하즈시[柿の葉ずし]

Nohmad89 2019. 5. 19.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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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잎 스시 : 가키노하즈시[柿の葉ずし]

일본 사람들은 자신들이 나고 자란 지역에 대한 프라이드가 상당히 강한 편이다. 그래서 어느정도 규모가 있는 도시들은 대부분 지역 마스코트를 가지고 있고, 지역 특산물에 대한 홍보에도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 그런 지역 특산물을 조금 더 알릴 생각으로 지역마다 도시락을 만들었는데 그런 도시락의 종류만 해도 일본 전역에 700종이 넘어간다고 한다. 이 도시락들을 기차역에서 판매하게 되어 유명해진게 우리도 잘 아는 에키벤이다. 일본에는 이 에키벤만을 목표로 삼아 여행을 하는 사람들도 있고, 에키벤만을 주제로 하는 방송도 있다고 한다.

 

나라에 처음 도착했을 때 나라역에서 신기하게 생긴 초밥을 봤다. 나뭇잎에 둘둘 쌓여 있는 모양새가 옛날 사람들이 먹을 법한 도시락처럼 생겨보여서 눈길이 더 갔다. 다른 지역에서는 못 보던 형태의 도시락이라 점원에게 가서 물어보니 나라의 대표적인 특산품이라고 한다. 이 곳이 아니면 구하기 힘든 음식이라고 하니 무조건 도전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감잎으로 돌돌 말려있는 초밥이 상당히 귀엽다.
고등어스시.

특히 나라에서는 고등어 초밥이 가장 유명하다고 한다. 섬나라인 일본의 지역이지만 나라는 바다와 꽤 떨어져 있는 내륙지역이다. 그렇기에 지금처럼 냉장시설이 없던 옛날에는 해산물을 먹기 힘들었다고 한다. 그래서 해안에서 잡은 고등어를 소금에 푹 절여 상하지 않게 재운 후 나라로 이동시켜 먹었는데 가뜩이나 짭조름한 고등어에 소금을 얹으니 너무 짜서 먹기 힘들었단다. 그래서 생각해 낸 방법이 절인 고등어를 얇게 떠서 밥과 같이 먹는 방법. 거기에 원래 나라의 특산품이라고 하는 감의 잎을 활용해 고등어 초밥을 감싸서 공기를 빼고 조금 더 오래 보존할 수 있게 만들었다고 한다. 그 방식이 현대까지 이어져 내려와 나라의 특산물이 감잎스시가 된 것이다.

 

타나카의 감잎스시라고 써있다. 주인 이름이 타나카씨인가보다.

특산품이라 그런지 가격은 확실히 비싼 편이다. 일반 식당에서 한 끼를 먹어도 1000엔이면 충분히 먹는데 이 감잎스시는 7피스에 1200엔이었다. 아무래도 특산품 프리미엄이 있는 듯하다. 하지만 포장도 꽤나 고급스럽게 되어 있고 감잎스시만 전문적으로 파는 집에서 구입을 했으니 이 정도면 맛도 보장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된다. 왼쪽 상단에는 고등어/도미/연어라고 안에 어떤 종류의 초밥이 들었는지 친절하게 가르쳐준다.

 

내부도 친절하다.

포장 박스를 열자마자 은은한 감잎 향기가 새어 나온다. 친절하게도 박스의 내부에는 물티슈와 설명서(?)가 들어있다. 전부 감잎으로 꽁꽁 싸여있어 어떤 게 어떤 초밥인지 모를 고객을 배려해 같이 담아준 듯하다. 위에서부터 읽어보면 도미 두 개, 연어 두 개, 고등어 세 개라고 쓰여있다. 작은 배려지만 상당히 재밌고 괜찮은 아이디어 같다. 다만 일본어를 모르는 사람에게는 무용지물.

 

고등어 초밥.
연어 초밥.
도미 초밥.

생각보다 상당히 맛있다. 하지만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초밥의 맛과는 조금 다르다. 아마 이런 맛이 익숙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살짝 거부감이 생길 수도 있다. 나중에 엄마를 모시고 가서 이 초밥을 다시 한번 먹은 적이 있었는데 엄마는 뭐 이런 맛이 다 있냐며 한입 드시고는 더 드시지 않았다. 소금에 절이고 숙성시킨 생선의 맛이 생각보다 강해서 아마 입에 맞지 않은 듯하다. 

 

도전해보고 싶지만 혹시나 입에 안 맞아서 먹지 못할까 봐 걱정이 된다면 전문점에서는 4개짜리의 작은 메뉴도 있고, 편의점에 가도 소량의 저렴한 감잎스시를 판매하기 때문에 먼저 간단히 시도해보는 방법도 있다. 일본의 모든 지역을 돌며 700가 넘는 특산 도시락을 다 먹어볼 수는 없지만 기회가 된다면 여행 가는 지역의 지역 도시락을 찾아 먹어보는 것도 일본 여행의 작은 즐거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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