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hmad89

프로 여행자라고 할 수는 없지만 한 곳에 오래 머물면서 언어와 문화도 같이 배워가는 깊이있는 여행을 추구하는 어느 아마추어 여행자의 이야기

일본/일본 여행지

유니버셜 스튜디오 재팬 USJ에서 해리포터에 빠지다 :: 해리포터 덕후의 계 탄 날

Nohmad89 2019. 5. 20. 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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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사카에서 꼭 가봐야 하는 곳, 유니버셜 스튜디오 재팬

사실 나는 놀이공원을 좋아하지 않는다. 가장 큰 이유로는 고소공포증이 있어서다. 비싼 돈 내가면서 굳이 무서운 놀이기구를 타는 건 나에게는 이해가 절대 가지 않는 일 중 하나이기 때문에 고등학교 3학년 때 졸업사진을 찍으러 에버랜드를 갔던 게 내가 가장 최근에 가본 놀이공원이다. 하지만 이런 나에게도 꼭 가보고 싶은 놀이공원이 있었으니 그곳은 바로 일본 오사카의 USJ, 유니버셜 스튜디오 재팬이다. 물론 이 곳에 재미있는 놀이기구가 있어서는 절대 아니다. 이 곳은 다양한 할리우드 영화와 미국의 거리를 테마로 꾸며놓은 테마파크이기 때문에 그 자체로도 볼거리가 가득하기에 너무 가보고 싶은 곳이었다.

 

하지만 놀이동산에 남자 혼자 가기에는 왠지 쑥스럽고 창피한 일. 혼밥에 혼영에 혼술까지 하는 수준 높은 프로싱글러인 나지만 아무래도 이건 진짜 너무 무리였다. 그래서 눈물을 머금고 USJ를 포기하고 다른 일정으로 바꿔야겠다고 싶었던 찰나, 남호주에서 와이너리를 같이 여행했던 일본 친구에게서 연락이 왔다. 페이스북을 보니 일본에 있는 것 같은데 만날 수 있으면 같이 놀자고. 나이스 타이밍.

 

그렇게 일본인 친구를 대동한 채로 나는 꿈에 그리던 유니버셜 스튜디오 재팬에 오게 되었다.

 

사람이 바글바글.

아침 일찍 부랴부랴 준비한다고 했는데도 USJ에 도착하니 사람이 엄청 많았다. 입장권을 구매하는데만 거의 한 시간 정도 줄을 서서 기다려야만 했다. 날은 덥고 힘들었지만 그래도 그토록 원하던 곳에 왔다는 생각만으로도 입가에 미소가 가시지 않았다. 게이트를 통과하자마자 방향을 오른쪽으로 꺾어 빠른 걸음으로 이동했다. 이미 수 차례 지도를 확인했으니 내가 어디로 가야 하는지는 누구보다 잘 알고 확신을 하고 있었다. 아마 주위 사람들이 보기에는 내가 경보를 한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입장부터 이렇게 많은 사람이 있었으니 오늘 하루를 즐기려면 어떻게든 빨리 이동해야 한다는 생각만이 머릿속에 가득했다.

 

그렇게 다리에 힘을 주고 앞만 보고 걷고 있었는데 길 한복판에 사람들이 모여있는 것이 보였다. 사고라도 난 듯 올드카 한대가 앞 유리가 깨진 채로 나무를 박고 있었던 것. 망설일 틈도 없이 나는 바로 카메라를 꺼내 사진을 찍었다. 입가에는 숨길 수 없는 미소를 머금은 채.

 

여기서부터 시작이구나 :)

 

아서 위즐리의 차.

아는 사람은 다 알겠지만 이 차는 사고가 난 차량이 아니다. 해리포터에 나오는 장면 중 하나를 연출한 것이다. 아직 해리포터 테마구역에 입장하지도 않았는데 이렇게 벌써 해리포터에 대한 전시물이 있다니 너무 기뻐서 입을 다물지 못했다. 해리포터와 론이 운전해 날아와서 나무에 박아버린 아서 위즐리의 차. 해리포터 덕후인 나에게는 슬슬 준비하라는 신호탄이 터진 것 같은 느낌이었다.

 

호그스미드.

드디어 해리포터 테마파크에 들어왔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미친 듯 읽던 해리포터. 영화도 모자라 전 시리즈의 게임까지 다 해봤던 해리포터. 영국까지 갈 수 없기에 얼마나 마음이 아팠던지. 그래서 일본 USJ에 꼭 오고 싶었다. 여기를 오기 위해서.

 

해리포터 테마구역은 호그스미드를 콘셉트로 꾸며놓았다. 어찌나 예쁘게 잘 만들어 놓았는지 정말 내 상상 속에 있던 호그스미드 마을이 눈 앞에 튀어나와 있는 것 같았다. 평소에 사람 많은 장소는 싫어하는 편이지만 여기는 그런 건 하나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오직 내가 여기에 와있다는 사실만이 중요했다. 이 날 만큼은 긍정왕이 되었다.

 

웅장한 호그와트 성.

멋지다. 웅장하다. 마치 영화의 세트장을 그대로 재현해 놓은 것 같은 모습이다. 호그와트 성 내부에는 해리포터 어트랙션이 있기 때문에 사람들이 엄청 길게 줄을 서 있다. 앞에 있는 표지판에는 어트랙션을 타려면 두 시간 정도 대기시간이 있다고 한다. 그게 무슨 상관인가. 기다리는 시간도 즐겁기 때문에 대기시간 따위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실제로 나는 이 날 너무 신이 난 나머지 해리포터 어트랙션을 두 번이나 타는 쾌거를 이루었다.

 

성 입구.

줄이 생각보다 빨리 줄어든다. 성 밖에서부터 이어진 줄에 서 있다가 성의 입구까지 오게 되면 이런 문장을 볼 수 있다. 여기서부터 줄이 두 갈래로 나뉜다. 두 줄 전부 성으로 들어가는 줄이긴 한데 한쪽은 어트랙션을 타러 들어가는 줄, 다른 쪽은 어트랙션은 타지 않고 호그와트 성 내부를 둘러보는 줄이다. 사실 어트랙션 쪽으로만 사람들이 몰릴 거라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성 구경을 하러 간다. 이래서 줄이 빨리 줄어들었나 보다. 나는 다시 돌아와 성 구경도 당연히 할 예정이었기 때문에 1회 차에는 어트랙션을 타러 가는 줄에 들어갔다. 

 

어트랙션은 정말 대박이었다. 3D 안경을 쓰고 레일에 앉으면 빗자루를 타고 해리포터와 함께 날아가는 영상을 보게 된다. 레일에 붙은 의자가 위아래 상하좌우로 움직여서 체감상으로는 정말 내가 날아다닌다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얼마나 리얼했으면 하강하는 장면에서는 실제 롤러코스터를 타는 느낌을 받았을까. 소리를 지르는 사람도 상당히 많았다. 거의 두 시간을 기다려서 3분가량의 행복을 얻었다. 가성비로는 최악이지만 해리포터 덕후에게는 이보다 더 좋은 포상은 없으리라.

 

여러가지 관련 상품들. 사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았지만 너무 비쌌다.
기숙사 점수를 나타내는 모래시계.

어트랙션이 끝나고 나서는 다시 한번 호그와트 앞에서 줄을 섰다. 호그와트의 실내를 둘러보기 위해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어트랙션을 타기 위해 줄을 서기 때문에 내부 관람 줄은 금세 줄어든다. 내부에도 상당히 볼거리가 많았다. 말 그대로 성의 내부를 재현해놓았다. 어둠의 마법 방어술 교실이나, 그리핀도르 휴게실, 덤블도어의 방, 연회장 등 여러 가지 볼거리가 넘쳐났다. 사진을 금지하지는 않았지만 실내가 너무 어두워 사진을 찍으나 마나였다. 게다가 뒤에서도 사람들이 계속 밀려오기 때문에, 사진을 찍어가며 순간의 즐거움을 놓치기는 싫었다.

 

호그와트 전경.
최고의 만족도.

해리포터 테마파크는 유니버셜 스튜디오 재팬의 많은 테마파크 중 가장 인기가 많다. 이 곳은 8만 제곱미터에 달하는 넓은 면적에 실제로 해리포터 프로덕션 디자이너로 일했던 전문가의 조언을 받아 450억 엔을 들여 해리포터의 배경을 완벽하게 재현해낸 곳이다. 호그와트 성, 호그스미드 마을의 여러 상점들, 호그와트 급행열차가 영화에서 보던 그대로의 모습으로 관광객들을 홀린다. 또한 마을의 여러 상점들에는 해리포터에 등장하는 소품들을 그대로 재현해놓고 판매하고 있어 해리포터 팬들의 지갑을 노리고 있다. 만일 내가 돈이 정말 많았다면 여기서 1년 치 쇼핑을 다 했을 것 같다.

 

올리밴더스의 지팡이가게.

호그스미드의 여러 상점을 둘러보다 지팡이 가게에 들어왔다. 이 곳에서는 해리포터가 처음 지팡이를 고를 때의 효과를 사용하여 관람객들에게 즐거움을 준다. 이 곳에서 보여주는 이벤트는 관객 참여 이벤트기 때문에 어트랙션은 아니지만 마찬가지로 줄을 서서 입장해야 한다.

 

지팡이 가게 앞에서 15분 정도 기다리다가 20명 정도가 한꺼번에 같이 가게 안으로 입장했다. 이곳에서는 지팡이 제작자인 올리밴더스를 연기하는 외국인 연기자가 있었다. 이 올리밴더스는 지팡이가 주인을 선택한다며 이 가운데에 지팡이가 선택하는 주인이 나타날 것이라고 외치더니 갑자기 나를 가리켜 앞으로 나오라고 손짓했다. 이게 웬일. 생전 이런 이벤트에 당첨돼 본 적이 없었는데 하필 해리포터 테마파크에서 뽑히다니. 웃음을 머금은 채 난 앞으로 나갔고 해리포터 영화에서 해리가 처음 지팡이를 휘둘렀을 때 가게 안의 유리가 깨지고 지팡이들이 튀어나오는 상황을 재현했다. 정말 신기한 경험이었다.

 

하지만 흥은 금방 깨져버렸다. 나를 선택했다는 지팡이를 들고 가게를 나왔는데 앞에 서있던 점원이 오더니 '이 지팡이는 5000엔입니다, 구입하시겠습니까'라고 물어보는 것이었다. 사실 이벤트도 받았겠다 어느 정도 가격만 괜찮으면 충분히 구입할 의사가 있었는데 한화로 5만 원이라니. 이걸 그 정도 돈을 주고 살건 아닌 것 같아서 공손히 지팡이를 반납했다. 이렇게 나는 지팡이가 스스로 선택해주었는데도 마법사가 될 기회를 놓쳤다.

지팡이가게 이벤트.
부엉이 우체국.

정말 모든 장소 곳곳에 디테일이 가득했다. 호그스미드에 있는 상점들은 테마 그대로 여러 가지 마법 용품을 판매하고 길거리에서는 이동식 수레에서 버터 맥주를 판다. 마을의 모든 장소가 팬들에게는 추억의 장소이며 마법 같은 상상 속의 공간이 된다. 모든 게 구경할 것 천지라서 몇 시간이고 이 곳에서 보낸다고 해도 좋을 것 같았다.

 

신비한 동물수업에 사용하는 괴물 책과 빗자루.
온갖 맛이 나는 캔디. 책에서 처럼 귀지맛은 없겠지.
버터맥주!

해리포터의 책과 영화에서는 이 버터 맥주가 대단히 맛있는 음료로 유명하다. 항상 책과 영화를 보면서 어떤 맛일까 대단히 궁금했다. 물론 상상 속에만 존재하는 현실에는 없는 맛이었겠지만.

유니버셜 스튜디오에 해리포터 테마파크가 들어서면서 이 버터 맥주에 대한 관심도 급격히 상승했다. 아마 나 말고도 많은 해리포터 팬들이 당연히 궁금해하던 것일 테니까 말이다. 과연 이 상상 속 세계의 맛을 어떻게 표현했을지가 너무 궁금했다. 그런데 이 버터 맥주를 한입 들이키는 순간 실제로 이런 음료를 만들어낸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여태 단 한 번도 먹어보지 못한 맛. 하지만 뭐라고 설명하기 힘든 맛. 맥주의 맛은 분명 없지만 고소하면서도 맥주의 느낌이 난다. 정말 이런 음료는 한 번도 맛 본적이 없다. 진짜 뭐라고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신기한 맛이었다.

 

집들이 너무 예쁘다. 아기자기.
호그와트 급행열차.

한쪽에는 호그와트 급행열차도 있다. 한쪽에는 학생들의 것으로 추정 되는 짐들이 잔뜩 쌓여있다. 기차 앞에는 역장인지 기관사인지 아무튼 유니폼을 입은 아저씨가 있는데 부탁하면 같이 사진을 찍어주신다. 나도 같이 사진을 찍을까 했지만 어린이들이 너무 줄을 많이 서 있어서 그냥 좋은 기회는 어린이들에게 양보하기로 했다.

 

어트랙션을 기다리는 시간 포함 5~6시간은 해리포터 테마파크에서 시간을 보낸 것 같았다. 다른 테마파크도 봐야 하니 일단 나갔다가 밤에 야경을 보러 다시 한번 오기로 했다. 아마 밤에 보는 호그스미드와 호그와트 성은 더 멋지지 않으려나.

 

밤의 호그스미드.

해가 떨어진 이후에 다시 해리포터 테마파크로 돌아왔다. 어둠이 내려앉은 호그스미드는 훨씬 운치 있어 보였다. 실제 마법세계였다면 이런 분위기에서는 어둠의 마법사들이 돌아다니니까 위험했겠지만 이 곳은 상상의 나라에 와서 행복한 사람들만이 가득했기 때문에 그런 위험은 생각할 필요가 없다. 분명 계절은 한 여름이었지만 호그스미드 지붕에 하얗게 내려앉은 눈이 보여 더위는 느껴지지 않는 듯했다.

 

야간공연.

한쪽에서는 덤스트랭과 보바통 학생들의 코스프레를 한 분들이 뮤지컬 같은 공연을 펼치고 있었다. 멋지기도 멋졌지만 나는 부럽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서양인이라서 이런데 와서 해리포터 테마파크에서 알바도 할 수 있구나. 동양인은 하고 싶어도 절대 못하겠지.' 아시아에서도 해리포터처럼 세계적으로 유명한 소설이나 영화가 나와서 이런 콘텐츠를 누릴 수 있으면 좋겠다.

 

밤이 되니 시리우스 블랙의 포스터가 잘 보인다.
밤의 호그와트. 구름이 잔뜩 껴있던 덕분에 더욱 분위기 있는 사진이 나왔다.

정말 어마어마한 경험이었다. 내가 좋아하는 소설이나 영화를 테마로 이렇게 큰 규모의 테마파크가 만들어져 그곳에서 상상 속의 세계를 즐길 수 있다는 건 정말 엄청난 행운이었다. 해리포터 팬들에게는 천국과도 같은 곳에 직접 와서 이것저것 체험하고 볼 수 있었다니. 가까운 미래에 어벤져스 테마파크도 나올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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