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hmad89

프로 여행자라고 할 수는 없지만 한 곳에 오래 머물면서 언어와 문화도 같이 배워가는 깊이있는 여행을 추구하는 어느 아마추어 여행자의 이야기

호주/호주 여행지

[멜버른 근교 여행 :: 그레이트 오션 로드]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호주 빅토리아의 환상적인 해안도로

Nohmad89 2019. 7. 12.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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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여행지 그레이트 오션 로드

죽기 전에 꼭 해야 할, 먹어봐야 할, 가봐야 할 몇 가지 시리즈는 시중에 꽤 많이 알려져 있다. 하지만 모든 사람의 개인 주관에 의해 느끼는 감정은 각자 다를 수 있고 그에 따라 느끼는 여행지에서의 감동도 제각각 다를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여행지가 꼭 가봐야 하는 곳 몇 위라고 하는 순위 매기기는 사실 큰 의미가 없는 경쟁 부추기기일지도 모른다. 누군가 에게는 최고였던 여행지가 어떤 사람에게는 최악의 여행지가 될 수도 있고 그 반대의 경우도 존재할 수 있다. 그렇지만 여러 차트에서도 항상 순위권에 들어가는 장소는 분명히 존재한다. 주관적인 감정을 떠나서 객관적으로 누가 봐도 방대하고 화려한 자연경관을 갖추거나 상식을 의심하게 만드는 인류의 건축물이 그런 곳이다.

 

호주 빅토리아주의 그레이트 오션 로드는 여러 여행지에 관련한 차트에서 항상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뻥 뚫린 해안 도로를 달리면서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라는 문구를 사용한 H카드사의 광고로 더 잘 알려져 있는 곳이기도 하다. 내가 그레이트 오션 로드를 방문했던 2015년에도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여행지 7위에 그레이트 오션 로드가 랭크되어 있었고 마침 그 시기에 호주 전역을 여행하고 있던 나에게는 전 세계의 여행객들이 가보고 싶어 한다는 곳에 다녀올 기회가 주어졌다.

 

애들레이드를 떠나와 멜버른에 도착하자마자 숙소에 짐을 풀고 시티 중심부에 있는 인포메이션 센터를 방문해 바로 그레이트 오션 로드의 당일 투어를 예약했다. 엄청 유명한 관광지라 투어 가격도 상당히 비쌀 거라 생각했는데 당일치기 투어라 그런지 의외로 저렴한 가격이었다. 종일 투어인데 75$이라는 가격은 이 투어가 제대로 된 투어가 맞나 싶을 정도로 의심을 가지게 만들었다. 하지만 워낙 많은 사람들이 방문하는 곳이다 보니 여행사들 간의 경쟁도 치열해지고 점심이나 저녁 같은 옵션사항을 제외하면서 최대한 저렴하게 가격을 맞춰가며 치킨게임을 하는 것 같았다.

 

그레이트 오션로드.

그레이트 오션 로드로 출발

멜버른에서 600km나 떨어진 곳을 하루 안에 다녀와야 하기 때문에 투어의 출발시간이 상당히 이른 편이었다. 아침 7시에 출발이라니 그전에 집합을 마쳐야 하고 그러려면 숙소에서 적어도 6시에는 일어나야 한다는 말.

 

아침 일찍 졸린 눈과 풀린 다리에 힘을 줘가며 페더레이션 광장으로 향했다. 투어에 아침식사는 따로 제공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가는 길에 일찍 문을 연 카페에 들려 커피 한잔과 샌드위치 하나를 사서 따로 챙겼다. 광장에는 여러 대의 대형 버스들이 줄지어 정차하고 있었고 각국에서 온 다양한 여행객들이 어디론가 떠날 채비를 하고 군데군데 모여있었다. 나도 어디에선가 앉아서 출발시간을 기다릴까 하다가 인터넷에서 미리 알고 온 정보가 떠올라 다급히 투어 가이드를 찾아 내가 탈 버스 앞에 서서 탑승을 기다리기로 했다.

 

해안도로가 보기만 해도 시원하다.
달리는 버스에서 본 남호주의 바다.

그레이트 오션 로드를 갈 때 아주 유용한 팁 하나를 소개하자면 어떤 교통수단을 이용하던지 무조건 왼쪽 창가에 앉아야 해안도로를 더욱 완전히 감상할 수 있다는 것이다. 멜버른에서 그레이트 오션 로드 까지는 해안 도로가 243km 정도 이어져 있는데 왼쪽에 앉아야 그 경치를 온전히 감상할 수 있다. 호주 남동부의 해안은 세계적으로도 경치가 아름답기로 유명하기 때문에 이런 광경을 놓친다는 것은 정말 아까운 일이다. 게다가 모든 일정을 마치고 멜버른으로 돌아올 때는 해안도로가 아닌 내륙 안쪽의 짧은 길로 돌아서 오기 때문에 오른쪽에 앉게 된다면 아쉽지만 돌아오는 길에 바다를 구경할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은 가지지 않는 것이 좋다. 그런 정보를 미리 알고 있었던 덕분에 나는 아침에 집합장소에 도착하자마자 버스 앞에 줄을 섰고 운 좋게 버스의 왼쪽 앞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호주는 운전석이 오른쪽에 있어서 버스의 왼쪽 앞자리에 앉으면 바깥 경치를 아무런 방해 없이 온전히 즐길 수 있다.)

 

멜버른을 빠져나와 두 시간가량을 달리니 어느새 저 멀리 푸른빛이 감도는 바다가 조금씩 보이기 시작한다. 눈 앞으로는 뻥 뚫린 시원한 도로가 보이고 왼쪽으로 시선을 돌리면 그 길게 뻗은 도로를 따라 한없이 넓게 펼쳐진 바다가 파도를 일으키며 관광객들이 카메라 셔터를 누르게 만든다. 이런 경치를 가진 해안 도로를 한 시간 이상 달릴 수 있다니. 그동안 가지고 있던 고민이며 스트레스가 한방에 다 날아가버리는 듯 한 쾌감이 든다.

 

잠시 쉬어가는 아폴로 베이

점심시간이 가까워지며 꼬르륵거리는 배가 점점 요동을 칠 때쯤, 관광객들을 실은 버스는 꽤 활기차 보이는 작은 마을에 도착했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일단 점심을 먹고 나야 예쁜 경치도 눈에 더 잘 들어올 것 같았다. 버스에서 얼른 내려오는 길에 창문으로 미리 봐 두었던 뷔페로 향했다. 10$에 마음껏 원하는 음식을 골라 담아 도시락처럼 먹을 수 있는 곳이었다. 사실 점심보다는 밥을 빨리 먹고 나서 근처의 바다 사진을 찍고 싶은 마음이 더 컸기에 점심은 대충 간단히 때우고 집합시간이 되기 전까지 사진을 찍으러 돌아다니기로 했다.

 

아폴로베이 앞 깨끗한 바다에서는 작은 말미잘도 볼 수 있다.
저 멀리 강아지를 산책시키는 사람이 보인다. 행복할듯.
하늘과 바다의 콜라보가 정말 환상적이다.

어떻게 이런 바다를 앞에 두고 살 수 있지? 여기 사는 사람들은 정말 매일 행복할 것 같다. 호주 남동부의 바다는 마치 다른 세계의 바다인 듯 너무나도 맑고 푸르다. 같은 지구인데 어떻게 다른 쪽에서는 바다 오염이 심각하다고 하지만 이 곳은 이렇게나 깨끗하게 유지되고 있을까? 아직 그레이트 오션 로드의 명소를 본 것도 아니었지만 꼭 거기까지 안 가고 여기서 하루를 보내도 대단히 만족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시간이 촉박한 관광객에게는 모든 것이 매력적이고 아쉬운 법. 얼마 안 되는 짧은 시간 동안 코에 바닷바람을 채워 넣고 다시 버스로 아쉬운 발걸음을 옮겼다.

 

하늘 위에서 바라본 그레이트 오션 로드

그레이트 오션 로드로 향하는 버스 안에서 가이드가 설명을 하던 중 혹시 헬리콥터 투어에도 참가하고 싶은 사람이 있는지 물어봤었다. 가격은 다소 비싼 편이지만 하늘 위에서 바라본 그레이트 오션 로드는 정말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절경을 자랑한다는 것. 나는 이미 퀸즐랜드의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와 노던 테리토리의 킹스 캐년에서 두 차례 헬리콥터를 탑승해 본 경험이 있기에 하늘에서 내려다본 호주의 풍경은 돈으로도 살 수 없는 어마어마한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 그랬기에 조금 큰 지출이긴 하지만 돈은 생각하지 않고 주저 없이 헬리콥터 투어 참여 의사를 가이드에게 전달했다. 가격은 135$. 한국 돈으로 따져도 12~3만 원가량 되는 적지 않은 금액이다. 하지만 분명 그 금액 이상의 가치가 있다는 것을 확신했기에 아깝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다.

 

그 날 같은 버스 안에서 헬리콥터 투어를 신청한 사람은 투어 인원의 절반 정도 되는 12명. 생각보다 많은 참여 인원에 가이드도 살짝 당황했는지 일정표를 확인하더니 다른 투어에서 온 사람들도 많을 테니 도착지에 가자마자 헬리콥터를 탈 사람들은 바로 헬기를 타러 가자고 했다. 사실 그레이트 오션 로드에서 가장 유명한 12 사도를 조금 더 여유 있게 즐기고 싶은 사람이라면 헬리콥터 투어가 조금 무리일지도 모르겠다. 가뜩이나 빡빡한 시간 일정 속에서 헬리콥터를 타는 시간이 추가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과 같은 관람시간 안에서 차감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제일 먼저 도착한 곳에서 볼 수 있는 명소는 크게 두 곳. 12 사도와 깁슨 스텝스. 천천히 걸어서 구경을 해야 한 시간 정도로 맞출 수 있는 곳인데 헬리콥터 투어를 마치고 나면 대략 30분밖에 시간이 남지 않기에 남들보다 부지런히 움직이거나 시간상 한 곳을 포기해야 하는 경우도 생길 수 있다. 하지만 그런 리스크를 감수하고서라도 헬리콥터 투어는 할만한 가치가 있다.

 

헬리콥터에 탑승하기 앞서 안전요원들이 이런저런 설명을 하며 주의사항을 말해준다. 가이드는 헬기장 앞까지 안내만 해주기에 모든 설명은 영어로 진행된다. 나는 이미 3번째 타보는 헬리콥터라 대략적인 주의사항은 알고 있어 한결 여유로웠다. 그에 비해 헬리콥터를 처음 타서 긴장을 한 건지 진행이 영어로 되어 울렁증이 생긴 건지 꽤나 긴장감을 역력히 드러내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런 사람들을 뚫고 재빨리 맨 끝 창가 쪽으로 자리를 잡았다. 사실 헬리콥터는 해안가를 왕복으로 돌고 오기 때문에 왼쪽 오른쪽 어디에 앉아도 모든 경치를 다 즐길 수 있다. 다만 가운데 자리는 가능한 피하는 것이 좋다. 갈 때 올 때 전부 옆 사람의 어깨너머로만 바다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헬기에서 바라본 그레이트 오션로드.
마치 미니어쳐를 보는 느낌이다.
저 멀리 지평선이 보이는게 신기하다.
점점 깎여가는 12사도.

하늘 위에서 바라본 그레이트 오션 로드는 정말이지 환상 그 자체다. 어마어마하게 커다란 바위들이 절벽을 사이로 튀어나와 있는 모습이 장관이었다. 워낙 그 크기가 웅대해서 그렇게 보이는 건지 뭔가 원근법이 무시되어 보이는 것 같았다. 멀리서 볼 때 작은 바위라고 생각했던 곳에 가까이 다다르니 개미보다도 작은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모습이 보였다. 이런 광경을 또 어디서 볼 수 있을까? 헤드폰을 통해 헬리콥터 조종사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조곤조곤 바위의 이름들을 설명해줬는데 대자연을 눈으로 직접 바라보며 영어로 된 설명을 듣고 있자니 마치 BBC나 내셔널 지오그래피의 4D 다큐멘터리 체험을 하는 것 같았다. 환상적인 풍경에 넋을 놓고 있으니 헬리콥터 체험 시간인 10분이 순식간에 지나갔다.

 

12 사도와 깁슨스텝스

그레이트 오션 로드하면 아마 12 사도가 가장 유명한 명소가 아닐까 싶다. 파도로 인한 침식작용으로 절벽이 깎아지면서 만들어진 12 사도는 이름만 12 사도지 사실 현재는 8개의 기둥만 남아있다. 이미 세월에 못 이겨 몇 개의 바위가 깎여나간 탓이다. 현재도 침식작용은 계속 진행 중이라고 하며 앞으로 몇십 년 후에는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이 장면도 보지 못할지도 모른다고 한다. 그렇기에 이런 스토리는 전 세계의 관광객들에게 호기심을 주며 호주의 남동부를 방문하도록 끌어 모으기에 충분하다. 나 역시 기독교를 믿지는 않지만 뭔가 지명에 기인한 탓인지 괜히 이 곳엔 어떤 역사적인 스토리가 있을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고 그런 느낌 덕분에 12 사도를 관람하던 장소는 왠지 더 기억에 남게 되었다. 특히 오후 시간대의 역광이 카메라 렌즈에 생생히 기록된 덕분에 사진을 보며 여행의 기억을 떠올려보면 뭔가 몽환적인 곳에 다녀온 듯한 느낌도 든다.

 

평소엔 사진 찍을 때 역광을 싫어하지만 여기서는 역광도 분위기가 난다.
어마어마하다는 말 밖에 나오지 않는 풍경.

헬리콥터에서 내려다보던 작은 바위들도 막상 아래에 내려와서 보니 어마어마한 크기를 자랑한다. 이런 커다란 대자연을 보니 사람이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 다시금 실감하게 된다. 쉴 새 없이 부딪히는 파도와 그 파도를 견뎌내고 묵묵히 서있는 바위들을 보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최면이라도 걸린 듯 한없이 멍하니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정신을 놓게 된다. 과장을 조금 섞어 말해보자면 이런 대단한 광경을 눈으로 직접 볼 수 있다는 사실에 너무 감격한 나머지 이 세상에 태어나서 다행이라는 생각도 잠깐 했다. 아마 이런 장소에서는 마음도 감성적으로 움직이나 보다.

 

컴퓨터 그래픽을 보는 듯 한 비현실적인 느낌이다.
깁슨 스탭스 중간에서.

헬리콥터 투어를 하고 왔기에 남들보다는 시간이 조금 촉박했다. 그래서 아쉽지만 12 사도를 즐기던 감성을 잠시 마음 한 구석에 접어두고 깁슨스텝스로 향했다. 깁슨스텝스는 바위 절벽 사이로 부채꼴 모양의 만이 있어 파도가 잔잔한 덕분에 절벽 아래로 내려가 볼 수 있는 곳이다. 아무래도 절벽을 오르락내리락해야 하기 때문에 발걸음을 조금 재촉했다. 아무래도 계단의 폭도 좁고 오르락내리락하는 사람들이 워낙 많다 보니 만일 다리가 아프신 부모님과 같이 온다면 시간 여유를 많이 가지고 들러야 할 장소다.

 

많은 인파를 뚫고 해안가에 다다르니 마치 해수욕장 같은 분위기가 펼쳐진다. 파도에 발을 담그는 사람들도 있고 앉아서 바다를 보는 사람들, 모래성을 쌓고 노는 아이들 등등 모두 호주의 있는 그대로의 자연을 즐기고 있었다. 파도가 잔잔하다 보니 이렇게 절벽 아래까지 내려와서 바위들을 더 가깝게 볼 수 있어 좋다. 바위가 해변을 둘러쌓아 파도의 영향이 적은 부분이 생각보다 꽤 커서 마치 동남아시아 어느 섬의 리조트에서 사유지 해변을 만들어 놓은 듯 한 모양새였다.

 

깁슨 스탭스의 해안.

한쪽에는 어떻게 생기게 되었는지 전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동굴이 있다. 건물 4~5층 정도 되어 보이는 동굴의 천장에는 온갖 크기의 종유석이 한가득 매달려 있는데 이 종유석의 훼손을 방지하기 위해서인지 동굴의 출입은 막아놓았다. 거대한 종유석 동굴을 보고 있자니 ‘현재도 대도시인 멜버른과 이렇게 멀리 떨어져 있어 오가기 힘든데 어떻게 그 옛날 사람들은 이런 대자연을 발견하고 알려왔을까? 아니면 아직도 호주 전역에 발견되지 않은 이런 신기하고 아름다운 자연이 더 존재할까?’ 하는 질문들이 머릿속에서 꼬리에 꼬리를 물고 따라온다.

 

종유석 무덤이라고 할 정도로 어마어마하게 많은 종유석이 긴 세월동안 자리를 지키고 있다.

자연의 경치만 즐기고서는 대단한 여행을 했다고 만족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아마 그레이트 오션 로드에서는 눈이 휘둥그레지는 만족스러운 경험을 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정말 BBC에서 왜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곳’ 탑 5 안에 이 곳을 선정했는지 그레이트 오션 로드를 한번 보고 나면 그 이유를 단번에 알 것이다.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환상적인 장소이기 때문이다. 이런 자연을 가지고 있는 호주가 얼마나 부럽던지. 호주를 여행한다면 정말 꼭 한 번쯤은 들려야 하는 곳. 빅토리아주의 그레이트 오션 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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