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hmad89

프로 여행자라고 할 수는 없지만 한 곳에 오래 머물면서 언어와 문화도 같이 배워가는 깊이있는 여행을 추구하는 어느 아마추어 여행자의 이야기

대만/대만 이야기

타이베이 101 사진 잘 나오는 스팟 4군데는 어디? :: 대만 랜드마크 타이페이 101

Nohmad89 2019. 12. 26.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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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의 랜드마크는?

파리에 가면 에펠탑, 뉴욕에 가면 자유의 여신상, 이집트에 가면 피라미드. 이처럼 특정 도시를 생각하면 바로 떠올릴 수 있는 랜드마크는 그 자체만으로도 여행 족의 마음을 늘 설레게 만든다. 아쉽게도 아직은 잘 모르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지만, 대만의 수도인 타이베이에도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알 법한 유명한 랜드마크가 존재한다. 바로 타이베이 101이다.

 

중화권을 연상케 하는 대나무 모양의 탑이 행운을 상징하는 숫자 8에 맞추어 쌓여있다.

대만사람들이 사랑하는 타이베이 101

타이베이 101은 비단 타이베이뿐만 아니라 대만 전체를 대표하는 랜드마크라고 할 수 있다. 지진이 많아 높은 건물이 많지 않은 대만에서 홀로 우뚝 509m의 거대한 위용을 뽐내며 2003년부터 2010년까지 아시아 최고층 건물이라는 타이틀을 가졌었으니 대만의 자랑이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다. 그러니 타이페이 101을 바라보는 대만 사람들의 자부심이 얼마나 대단할까.

 

대만을 여행하면서 만났던 모든 대만 사람들은 타이베이를 안내해주면서 항상 나를 타이베이 101로 데려갔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대만 사람들과 같이 타이베이 101에 가서 제대로 된 101 빌딩의 사진을 건진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좋은 건 가까이서 보라고 데려와 주는 그 친절한 마음은 너무나 잘 알겠지만 101층이나 되는 거대한 건물을 바로 앞에서 카메라 앵글에 꽉 채워 담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101 빌딩 주변에서는 여행을 온 관광객들이 어떻게든 건물 전체를 한 앵글에 담아보겠다고 바닥에 바짝 누워 열심히 사진을 찍는 광경을 종종 볼 수 있다. 내 경험으로는 광각렌즈를 사용해도 쉽지 않더라. 그렇게 매번 대만 사람들과 타이베이 101에 가면 사진 대신 눈으로 101 빌딩을 담아오곤 했다. 좋은 마음으로 데려와 준 대만 사람들의 센스가 아쉽다는 의미는 전혀 아니다. 생각해보면 도시의 랜드마크를 보여준다고 하고서 사진이 잘 나오는, 랜드마크와는 멀리 떨어진 곳으로 외국인을 데려가는 것도 이상하긴 하니까.

 

타이베이 101 바로 앞에서 사진을 찍으면 절대 한 화면에 다 담을 수 없다.

아무튼 그런 아쉬운 경험을 몇 번 하고 나니 어디서 타이베이 101을 보면 만족스러울까 하는 고민을 하게 되었다. 장기간 타이베이에서 지내며 처음 101 빌딩을 보고 설레었던 마음이 마치 오래 한 연애처럼 익숙해져 버리긴 했지만, 타이베이에 거주했던 5개월 동안 골목골목을 걸어 다니며 101 빌딩을 가장 예쁘게 감상할 수 있는 장소를 찾기 위해 나름 적지 않은 노력을 기울였다. 그만큼 애정이 생겨버린 대만이니까.

 

타이베이 101 감상 스팟 4곳

주관적인 의견으로 타이베이 시내에서 101 빌딩을 가장 예쁘게 감상할 수 있는 곳은 총 4곳이다. 이 중 두 곳은 이미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진 장소라 여행 책자나 여행 블로그에 여러 번 언급되어 있다. 나머지 두 곳은 멀지는 않지만 코스를 잡아놓고 단기 여행을 하는 여행객들은 당연히 그냥 지나칠만한 곳이기에 좋은 사진을 찍겠다고 다른 사람들과 경쟁할 필요가 없는 곳이기도 하다.

 

1. 샹산(象山) 전망대.

 

샹산에서 본 낮의 타이베이 101.
밤에 본 타이베이 101. 매일 밤 조명 색이 다르다.

타이베이 101역을 지나 MRT 빨간 선의 가장 마지막 종점인 샹산역(象山站) 부근에는 그다지 높지 않은 산이 있다. 천천히 올라가도 30분이면 전망대에 다다를 수 있는 작은 산이지만 특히 밤 시간에는 타이베이 101의 야경을 보기 위해 정말 많은 사람이 몰리는 사진 스팟이다. 나는 타이베이에서 우연하게도 샹산 등산로에서부터 5분 정도 떨어진 곳에 살았기 때문에 밤이 되면 운동 겸, 사진도 찍을 겸 자주 샹산에 올랐다. 거리적으로 가까워 부담이 없었기에 가벼운 마음으로 매일 밤 산에 올라 조용하고 아름다운 대만의 밤을 즐길 수 있었다. 야경이 워낙 예쁘기에 짧은 일정으로 대만에 온 여행객이라도 야경을 보기 위해 샹산을 여행코스로 짜는 사람들도 많다. 정말 정말 운동을 싫어하고 산에 오르기가 죽기보다 싫은 사람들이라면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샹산의 야경은 그런 수고를 들일 가치가 있는 감동을 주기에 대만의 여유 있는 밤을 즐기고 싶다면 꼭 추천하는 코스이기도 하다. 샹산역 2번 출구로 나와서 그대로 10분 정도 공원을 따라가면 바로 등산로 입구가 나온다. 주변에 운동복 입은 사람들이라면 거의 다 샹산에 가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해도 된다.

 

Tip. 등산로를 오르다 보면 큰 바위 위에 올라가서 사진을 찍으려는 사람들이 줄을 서있는 전망 포인트가 있다. 물론 이 곳도 101 빌딩을 보기 좋은 곳이지만 이곳을 지나쳐서 두 번째 전망대까지 가는 것이 훨씬 좋다. 사람도 비교적 많지 않고 앉아서 쉴 수 있는 벤치도 많기 때문에 여유로운 야경 감상이 가능하다.

 

 

2. 국부기념관.

 

아래쪽이 살짝 가리는게 아쉽다.
대만의 국기인 청천백일만지홍기와 함께.
옆의 공원에서는 호수와 함께 101을 사진에 담을 수 있다.

중정기념관과 동시에 여행객들이 많이 찾는 타이베이의 관광지 중 한 곳. 타이베이 101과 멀리 떨어져 있지 않은 장소이기 때문에 날씨가 좋은 날이라면 환한 햇살에 비쳐 반짝거리는 예쁜 101 빌딩을 감상할 수 있다. 운이 좋다면 국부기념관 앞 광장에 게양되어 있는 청천백일만지홍기(대만의 국기)와 함께 대만의 느낌이 물씬 풍기는 사진도 건질 수 있다. 또한 국부기념관 광장 옆에 있는 중산공원에서도 호수를 사이에 끼고 다양한 구도의 사진 연출이 가능하기 때문에 101 빌딩을 편히 감상할 수 있는 좋은 스팟이다. 국부기념관 자체로도 코스 일정에 주로 들어가는 유명한 장소이기 때문에 굳이 101 빌딩을 감상하려고 이동할 필요가 없다는 것도 장점. 하지만 거리가 있는 만큼 아랫부분이 가려져 건물의 전체를 볼 수 없다는 점은 살짝 아쉽다.

 

 

3. 아디다스 101 공원

 

이런 전광판을 보았다면 잘 오신게 맞습니다.
한 화면에 다 담을 수 있을 정도로 잘 보인다!

타이베이 101역 2번 출구로 나오면 왼편에 바로 주차장과 커다란 아디다스 전광판이 보인다. 아무런 생각 없이 지나칠 수 있는 커다란 주차장과 공원이라고 부르기 살짝 민망한 농구코트뿐이지만 이 곳 역시 101 빌딩 사진을 찍기 좋은 포토 스팟 중 한 곳이다. 101역을 중심으로 2번 출구는 101 빌딩과 반대쪽에 위치하고 있기에 이 쪽 방향으로 굳이 오는 관광객은 흔치 않다. 주차장이라는 특성에 맞게 주변에 어떠한 건물의 방해 따위 없이 탁 트인 장소에서 마음껏 101 빌딩 전체의 사진을 찍을 수 있다. 5개월 간 아디다스 공원 근처에 살았기에 매일 아침, 매일 밤 이 근처를 지나다녔지만 쉴 만한 자리가 없는 탓인지 좋은 포토 스팟임에도 불구하고 이 곳에서 사진을 찍는 사람들은 거의 보지 못했다. 덕분에 집에 돌아가는 길에는 전세라도 낸 듯 나 혼자 좋은 자리를 독차지하며 매일 밤 여유롭게 101 빌딩을 감상하곤 했다.

 

 

4. 한식당 허니피그 앞 육교.

 

전문 사진사들에 의해 만석일 때가 많다.
밤과 낮의 타이베이 101.

타이베이 101역과 신이안허역(信義安和站) 중간쯤에 위치한 현지인들이 많이 찾는 사진 스팟이다. 신이안허역 보다는 타이베이 101역에서 훨씬 가깝기 때문에 이쪽에서 가는 것을 추천한다. 1번 출구로 나와서 도보로 고작 4분 거리. 큰 사거리에 허니피그라는 삼겹살집이 있고 그 가게 바로 앞에 육교가 있다. 차도의 한가운데의 위치에서 101 빌딩을 감상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 날씨가 좋은 날에는 사진을 취미로 하는 현지인들이 꽤 몰려와 늦은 오후부터 삼각대를 설치하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자리만 잘 잡는다면 도로를 빽빽하게 메운 자동차들의 전조등에서 나오는 빛과 함께 환하게 빛나는 101 빌딩의 사진을 건질 수 있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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