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hmad89

프로 여행자라고 할 수는 없지만 한 곳에 오래 머물면서 언어와 문화도 같이 배워가는 깊이있는 여행을 추구하는 어느 아마추어 여행자의 이야기

일본/일본 여행지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히메지성 :: 간사이 히메지의 랜드마크 :: 오사카 근교 여행

Nohmad89 2019. 5. 17.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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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메지성[姫路城]

대부분의 간사이 여행서적에서 오사카, 교토, 나라, 고베 다음으로 순위를 부여하고 있는 작은 도시 히메지. 하지만 타 도시에 비해 상대적으로 관광지도 적고 조용한 도시이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히메지에 대해 잘 모르고 지나쳐간다. 하지만 이 작은 도시에 놀라울 만한 사실이 숨겨져 있다. 바로 일본 최초로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이 된 역사적 건물이 있다는 것. 일본에는 현재에도 놀라울 정도로 많은 절과 신사가 있고 오사카 성이나 기요미즈데라처럼 이름만 들어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이는 유명한 장소가 많다. 하지만 이 많은 장소들을 제치고 가장 첫 번째로 일본의 세계문화유산이라는 타이틀을 따낸 히메지 성은 과연 얼마나 굉장한 곳일까. 오사카에서 꽤 멀리 떨어져 있어 많은 관광객이 찾는 곳은 아니지만 그런 역사적인 곳은 도저히 그냥 지나칠 수 없어 카메라를 들고 직접 찾아가 봤다.

 

공원에 입구에서 보이는 성이 멋있다.

히메지는 분명 아담한 도시다. 히메지의 중심이라고도 할 수 있는 히메지역에서부터 히메지 성까지는 고작 걸어서 15분 정도면 충분하다. 이렇게 작은 규모의 도시임에도 히메지 성은 도시의 랜드마크라서 특별대접을 받는 건지 시 내에서 꽤 넓은 공간을 할당받은 것처럼 보인다. 현대의 건물들을 벗어나 과거 속으로 들어가는 공원의 입구에 다다랐는데도 히메지 성은 아직도 한참이나 멀리 떨어져 있다. 공원이 얼마나 큰지 짐작조차 가지 않는다. 숙소에서 빌려준 자전거가 있었으니 다행이지 한 여름에 이 거리를 다 걸어 다닌다는 건 무리일 듯싶다. 

 

성 주변 해자를 연결하는 다리를 건넌다.
다리를 건너 한참 걷고 나서야 히메지성이 보이는 공원에 도착.

성 앞 공원은 상당히 크다. 이 공원에는 관광객들 뿐만이 아니라 지역주민들이 와서 많이 쉬는 것 같았다. 저녁이 되고 히메지 성의 입장이 통제된 후에도 이쪽 공원은 여전히 와서 다닐 수 있기 때문에 저녁에 운동하러 오는 사람들이 꽤 많았다. 이런 곳이 주변에 있다면 나도 아마 매일 열심히 운동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히메지성의 입장권.

히메지 성 100주년을 맞아 조성된 정원인 코코엔도 같이 방문할 수 있는 히메지 성 콤비네이션 입장권이다. 코코엔은 어차피 히메지 성의 바로 옆에 있으니 여기까지 온 김에 들르지 않을 수 없다. 말로만 들었던 단아하면서도 기품이 흐른다는 일본식 정원이 과연 어떻게 생겼을지 무척이다 기대가 되었다.

 

입장권을 산 후 바로 성 안으로 향했다. 날씨도 너무 더웠고 슬슬 지쳐가는 느낌이었기에 빨리 내부로 들어가 땀을 식히며 다시 활기를 충전하고 싶었다. 오사카성과 비교해서 관람객이 그렇게 많지는 않아 성 주변은 꽤 한산했다. 무더운 날씨에 관광객들이 한가득 있으면 평소에 볼 것도 그냥 안 보고 패스하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에 사람들에게 밀려다니지 않고 조용히 여러 곳을 오래 감상할 수 있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너무 좋았다. 

 

히시노몬.

히메지 성 내에서 가장 커다란 문인 히시노몬. 성의 현관이라고 할 수 있다. 히메지 성이 지어질 당시인 16세기의 건축양식을 잘 보여주는 건물이기도 하다. 문의 상부에는 적의 침입을 감시하기 위해 망루를 얹은 형태를 취하는데 옻칠과 금박을 더한 화려한 장식 때문에 전혀 군사시설로는 보이지 않는다. 침입자들의 진군 속도를 늦추기 위해서인지 히시노몬의 앞은 상당히 경사가 급해서 마치 등산을 하는 느낌이 든다.

 

성 내부에 왔는데도 천수각은 저 멀리에 있다.

분명히 성의 내부에 들어왔다고 생각했는데 멀리서 보이던 히메지 성은 아직도 멀리 있다. 확실히 우리나라 궁과는 다른 구조라 둘러보는 재미가 있다. 입구에서 나눠주던 팸플릿을 보니 본성인 천수각을 제외한 나머지 성 내부를 전부 둘러보는데만 해도 거의 1시간 정도가 걸린다고 한다. 이렇게 요새화 되어있는 성은 처음 와보기 때문에 무척 신기한 느낌이 든다. 옛날에 이 성을 침입하려던 사람들은 이 어마어마한 규모에 전의를 상실했을지도 모르겠다.

 

소나무?

성의 내부가 상당히 넓다 보니 안에 여러 종류의 나무들이 많이 심어져 있었다. 아마 옛날 높으신 분들의 관상용 정원이었겠지. 특히 소나무가 맞는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비슷한 종류의 침엽수들이 예쁘게 심어져 있었다. 일반적으로 상상하는 일본풍 정원의 느낌. 고급스러워 보이는 나무들이 전통양식의 성과 어우러져 특별한 분위기를 만든다. 중간에 보니 이 나무들을 관리하시는 분이 따로 계신 것 같아 보였다. 꾸준히 관리를 해서 이렇게 멋진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모습이 참 좋아 보였다.

 

걷고 걷는데도 한참 남았다.
쇼군자카의 안쪽길/바깥쪽길.

흙으로 만들어진 벽을 따라 여러 개의 다양한 모양으로 구멍이 뚫려있다. 적의 침입을 살피고 공격하기 위해 만든 구멍인 사마를 볼 수 있는 쇼군자카 언덕길이다. 정말 여러 방법으로 성의 수비를 해 놓았다는 걸 느낄 수 있다. 이렇게 내부 구조를 견고하게 해 놓은 덕분에 400년 동안 전쟁으로 인한 피해로 성이 소실된 적이 단 한차례도 없었다고 한다. 철통방어라는 말이 여기서 유래된 말이라고 해도 믿을 수 있을 것 같다.

 

덕분에 현재의 관람객도 히메지 성에 다다르기까지 많은 고생을 해야 한다. 세계문화유산 한번 구경하는데 언덕을 오르고 미로 같은 요새를 통과하고 낮은 문을 허리를 숙여 통과해야 하니 말이다. 하지만 이렇게 간단하게 몸으로 체험을 해보면서 간접적으로나마 그 당시의 히메지 성이 어떻게 외부 세력의 공격으로부터 큰 손실 없이 자리를 지켜왔는지 느껴볼 수 있었다. 

 

호노몬.

우측에 보이는 작은 문은 호노몬이라고 한다. 머리를 숙여야 겨우 들어갈 수 있는 문이다. 키카 큰 사람은 다리까지 굽혀야 겨우 지나갈 수 있을 정도로 작다. 호노몬은 적이 칩입하여 천수각까지 근접해 오는 상황에 신속하게 문을 메워 방어하기 위한 용도로 만들어졌다. 문이 크다면 문을 막는데 시간도 오래 걸리고 더 많은 힘이 들어갈 것이다. 평소에 불편하게 고개를 숙이며 다녀도 전시에 방어에 큰 도움이 되기에 천수각으로 통하는 메인로드에 위치시켜 놓았다. 

 

순간 어릴 때 개구멍을 통과하며 놀던 기억이 났다. 아마 그 당시 일본 사람들은 키가 상당히 작았을 것이다. 그렇기에 그 당시 기준에서 조금 더 작게 만들어 놓았을게 분명하다. 내 가슴팍도 못 미치는 높이의 문을 거의 무릎을 꿇다시피 하여 빠져나왔다. 

 

드디어 보이는 천수각.

성 안에 들어온 지 꽤 오랜 시간이 흐른 후에야 히메지 성 관람의 끝판왕이라고 할 수 있는 천수각에 도착했다. 오사카 성이랑 비슷한 느낌이다. 이 모습을 보니 오사카성은 성내 구역은 완전히 없애고 공원으로 조성해놓고 천수각만 남겼다는 걸 알 수 있었다. 

 

파란 하늘 아래 하얗게 빛나는 성의 모습이 보는 사람의 마음도 시원하게 만들어주는 것 같았다. 괜히 '백로성'이라는 별명이 붙은 게 아니었다. 정말 커다란 백로가 날개짓을 하는 것만 같다. 흠잡을 데 없는 새하얀 외관이 사람들의 시선을 확 사로잡는다. 햇살이 너무 뜨거워 빨리 어디론가 가고 싶었는데도 눈에 보이는 천수각과 하늘의 모습이 너무 아름다워서 한동안 발걸음을 옮기지 못했다. 

시원해보이는 내부.
옛 모습을 보여주는 마네킹.

안으로 들어오면 순간 400년 전으로 시간여행을 온 듯한 기분이 든다. 히메지 성 천수각의 내부는 바깥 성내와 마찬가지로 복잡하게 얼기설기 얽혀있는 미로처럼 되어있다. 미로 같은 외벽을 통과해서 겨우 성 안에 들어왔는데 내부도 미로 같은 건물이라는 걸 깨닫고 절망하는 침입자의 심경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또한 화재를 방지하기 위해 전기시설을 끌어다 놓지 않고 있기 때문에 천수각의 내부는 분위기가 묘하다. 자연광이 들어오는 곳은 햇살이 건물 내부의 목재에 내려앉아 따스한 기운을 주지만 그렇지 않은 곳은 간이 램프가 필요할 정도로 어둡기 때문에 같은 건물이 맞나 싶을 정도로 대비된 분위기가 흐른다.

 

히메지 시내.

천수각의 6층에 올라오면 히메지 시내를 관찰할 수 있다. 탑을 올라오며 이마에 송골송골하게 맺힌 땀방울을 식혀주려는지 멀리서부터 시원한 바람이 불어온다. 400년 전이면 정말 까마득한 옛날일 텐데 어떻게 이런 성을 짓게 되었는지 놀라울 따름이다. 용마루의 끝에는 성을 지키는 상상의 수호신인 사치호코가 달려있다. 저 수호신은 400년간 저기 앉아서 옛 히메지가 현재까지 변하는 과정을 전부 지켜봤겠지.

 

웅장한 히메지성.

현재 일본에 현존하는 성 중 최대 규모라고 하는 히메지 성. 현대화 과정에서 많은 성이 사라졌음에도 천수각 외에도 성곽이며 내부의 형태가 그대로 보존되어 있기에 일본 최초의 세계문화유산 등재라는 업적을 이룰 수 있지 않았나 싶다. 하지만 그런 위상과는 반대로 히메지가 다른 간사이의 대도시에 비해 많이 알려지지 않은 지역인 것 같아서 아쉽다.

 

마지막은 체력 회복을 위한 가츠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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