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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도리이 천개가 줄지어 놓여있는 교토의 명소 후시미 이나리 신사 :: 후시미 이나리 타이샤 센본도리이 :: 교토 여행 추천 장소

일본/일본여행

by 떠돌이 Nohmad J 2019. 5. 27.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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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시미 이나리 타이샤[伏見稲荷大社]

일본 교토 하면 쉽게 떠올릴 수 있는 이미지가 누구나 있을 것이다. 마치 절벽 위에 절이 있는 듯 보이는 기요미즈데라와 붉은 기둥이 터널처럼 쭉 이어져 있는 센본도리이가 아마 그 이미지가 아닐까 싶다. 우리나라에 소개되어 있는 일본의 관광 안내 책자나 학창 시절에 일본에 대한 첨부자료로 실려있는 일이 많은 이미지이기에 장소의 이름은 몰라도 사진만 본다면 많은 사람이 일본의 대표 사진이라고 알 가능성이 큰 곳들이다. 그래서인지 처음 교토에 도착했을 때, 나 역시 다른 곳은 제쳐두고 이 장소들에 한시라도 빨리 가보고 싶다는 마음이 가득했다. 책이나 미디어에서만 보던 곳을 직접 눈으로 본다는 기분은 생각보다 훨씬 황홀하고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신기한 경험이다. 여러 번의 여행 경험을 바탕으로 봤을 때 이렇게 기대가 될 정도로 유명한 곳은 여러 번 오고 싶은 마음이 들 가능성이 있다. 그래서 나는 기대되는 여행지의 순위를 짜 놓고 가장 가고 싶은 곳은 무조건 첫 번째 일정으로 정한다. 혹여나 한번 더 오고 싶은 마음이 들면 일정 중에 언제든지 다시 한번 방문할 수 있도록 말이다. 

 

8월의 어느 여름날 아침, 게스트 하우스에서 나쁘지 않은 조식을 먹고 가벼운 마음으로 길을 나섰다. 한 여름인지라 아침인데도 날씨는 푹푹 찌는듯 뜨거웠지만 버스 안에서 느끼는 에어컨의 시원한 바람으로 인해 여행길의 시작은 순조로웠다. 버스에서 내려 관광객들의 무리를 따라 골목길을 올라가며 귀엽게 생긴 전철역도 볼 수 있었다. 후시미 이나리 타이샤 근처에는 전철역이 두 개나 있다. JR 나라센 이나리 역과 케이한 후시미 이나리 역이다. 하지만 교토는 교토역을 중심으로 버스 노선이 상당히 깔끔하게 잘 되어있어 관광객들이 이용하기 좋다. 또한 1일 패스권이 있어 어디든 부담 없이 쉽게 다닐 수 있다는 게 장점이기 때문에 나 역시 전철 대신 교토에서는 버스를 이용하기로 했다.

 

전철역에서 감성적 느낌이 넘쳐 흐른다.

이나리 신을 모시는 이나리 신사

많은 관광객들이 이곳을 천개나 되는 도리이가 유명한 곳이라고만 알고 있지만 이 곳 이나리 신사는 사실 쌀, 농업, 성공의 신인 이나리 신을 모시는 신사다. 일본 전역에 있는 모든 신사 수의 1/3이 되는 약 3만여 개의 신사가 이나리 신을 모시는 이나리 신사라고 하는데 교토의 이 이나리 신사는 그 모든 신사들의 총본궁이라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나리 타이샤[大社]라는 이름이 붙었고, 아름다운 센본도리이[千本鳥居]가 세워진 이유도 이 곳이 이나리 신사의 총본산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굳이 관광객이 아니었어도 원래 일본인 방문객이 많았었지만 산 아래부터 정상까지 끝없이 이어진 붉은 도리이를 보며 맑은 산 공기를 마시며 가벼운 트레킹도 할 수 있는 장소로 널리 알려졌기 때문에 후시미 이나리 타이샤는 언제나 방문객이 넘친다. 게다가 입장료를 받는 다른 유명 신사와는 달리 무료로 공개를 하니 사람들이 미어터지는 건 당연하다. 매년 '외국인 여행자가 꼽은 교토의 명소 1위'를 차지하는 것도 그렇게 보면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니다.

 

신사는 상당히 깔끔하면서도 웅장하다. 파란 하늘과 초록빛의 산이 신사의 붉은 색과 상당히 잘 어울린다. 사람들이 엄청 많지만 이곳의 사람들은 크게 두 그룹으로 나뉜다. 신사의 근처에는 주로 이 신사의 정체를 알고 기도를 하거나 사원들 한채 한 채를 감상하는 일본인들이 대부분이다. 이 장소 자체가 주는 의미가 얼마나 뜻깊은지 알기에 신사 자체를 즐기는 듯 보이는 사람들이 많았다. 하지만 반대로 많은 수의 여행객들은 당연하겠지만 이 신사가 이나리 신사의 총본산이라는 걸 모를 것이다. 그렇기에 산으로 향하는 계단으로 바로 직행하는 사람들은 외국인들이 대부분이다. 나 역시 이 당시에는 신사의 가치를 전혀 알지 못했고 센본도리이에서 빨리 사진을 찍고만 싶었기에 정성스러운 소망 대신 산 위에 사람이 미어터지지 않기만을 기도했었다.

이나리 신사 본당.

센본도리이

센본도리이[千本鳥居]는 천개의 도리이라는 의미의 단어다. 이 곳이 상업과 번영의 신인 이나리 신의 총본산이기 때문에 일본의 많은 기업들이 앞다투어 기업의 번영과 발전을 위해 하나 둘 놓게 된 도리이들이 모여 어마어마한 장관을 만들어냈다. 센본도리이를 포함해 산 꼭대기까지 있는 도리이의 수를 모두 합치면 대략 10,000개 정도가 된다고 한다. 개당 가격은 크기에 따라 130만 원 정도부터 1800만 원 정도까지 한다고 하니 상당히 대단하다. 그중 1,000개 정도의 도리이들이 촘촘히 모여 마치 다른 세상에 온 것 같은 분위기를 내는데 그 1,000개의 도리이가 있는 길을 센본도리이라고 한다.

 

언덕을 오르기 시작한 후 몇개의 도리이를 지나치니 바로 사람들이 몰려있는 곳이 나왔다. 굳이 어디인지 찾아다닐 필요 없이 친절하게 '여기가 바로 당신들이 찾던 곳입니다'하고 알려주는 듯 한 느낌이다. 일본어/영어/중국어/한국어로 센본도리이에 왔다는 것을 알리는 현수막이 걸려있었고, 이렇게 관광객들이 많아질 것을 예상했던 것처럼 한쪽 방향으로만 통행을 하여 혼잡함을 방지하려는 듯 우측통행을 해달라고 쓰여있었다. 꽤 좋은 방법이 아닌가 싶다. 아마 아름다운 이곳의 장관에 반하여 온 사람들이 많을 텐데 모든 사람들이 다 사진을 찍기 시작하면 이 작은 터널은 금세 정체 현상이 벌어질 것이다. 오른쪽의 입구에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왼쪽 출구에는 사람들이 간격을 두고 띄엄띄엄 나오고 있었던걸 보면 아마 내부에서는 다들 사진을 찍기 삼매경에 빠졌을 것이라는 걸 예상할 수 있었다.

 

센본도리이 입구.

내부는 정말 멋지다. 붉은 빛을 내뿜는 도리이의 터널에 들어가자마자 감탄사를 내뱉을 수밖에 없었다. 모든 사람들이 다 같은 생각이 아니었을까. 촘촘히 늘어선 도리이 사이로 조금씩 햇살이 들어오는데 그 햇살에 비친 붉은빛의 도리이가 조금씩 비치면서 사진으로는 이루 표현할 수 없는 아름다움이 묻어 나온다. 예상했던 것처럼 중간중간에 사람들이 사진을 찍느라고 멈춰있다. 다들 사람이 보이지 않는 깨끗한 사진을 원하기 때문이라서 그런지 누군가가 사진기를 들이대면 다들 약속이라도 한 듯 앵글에서 보이지 않도록 비켜주었다. 나 역시 가능하면 사람들이 보이지 않는 텅 비어 보이는 도리이 길의 사진을 원했지만 80m나 되는 직선거리에서 사람이 보이지 않게 사진을 찍는 건 상당히 어려운 일이었다. 앞쪽에 가는 사람과도 거리가 꽤 떨어져야 하고 뒤에 오는 사람도 배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국 좋은 사진을 몇 장 건질 수 있었다. 이쁜 사진을 찍는 팁은 센본도리이 중간에 살짝 꺾어지는 듯 한 커브길이 있는데 그 곳에서 한쪽에 카메라를 붙여서 사진을 찍으면 마치 아무도 없는 도리이 길을 걷는 듯한 깨끗한 사진을 찍을 수 있다. 

 

가장 마음에 드는 사진.

도리이는 두가지 얼굴을 가지고 있다. 한쪽에서만 보면 아무것도 없이 깨끗한 주황색 도리이만을 볼 수 있지만 반대쪽에서 보면 이 도리이들을 봉납한 회사나 단체의 이름과 날짜를 확인할 수 있다. 정말 많은 수의 도리이가 있는 만큼 많은 수의 단체나 기업에서 이 센본도리이를 만드는데 일조했다고 생각해 볼 수 있다. 가끔 보다 보면 꽤 유명한 기업의 도리이도 찾아볼 수 있으니 천천히 걸으면서 아는 기업의 도리이를 찾아보는 것도 센본도리이를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방법이다.

 

밖에서 찍어본 도리이 길.

여우 신사?

여우는 이나리 신의 사자로 여겨지는 동물이다. 그렇기 때문에 아니리 신사의 곳곳에서 이나리 신을 모시고 있는 여우상을 많이 볼 수 있다. 그런데 신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여우의 모습만 보이다 보니 이나리 신이 여우의 모습을 한 줄 알고 이 곳을 여우 신사라고 착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심지어 외국인 뿐만 아니라 일본인들도 그렇게 오해하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신을 모시는 동물이라 군데군데 신과 함께 자리하도록 해 준 것뿐인데 어느새인가 자기를 신으로 믿는 사람들이 생긴다니. 이 여우 사자는 어떤 마음일지 궁금하다. 

 

아니라 신사의 상징 여우.

교토 시내가 내려다 보이는 등산로

붉은 도리이는 산 아래에서부터 산 꼭대기까지 쭉 이어져 있다. 하지만 산을 올라가는 모든 길이 센본도리이처럼 되어 있는것은 아니다. 도리이가 촘촘히 박힌 센본도리이를 지나고 나면 그 이후에는 일정 간격을 두고 세워져 있는 도리이들이 보인다. 센본도리이처럼 신비한 느낌은 아니지만 이 곳 또한 그 나름대로의 매력이 있는 등산로로 탈바꿈되어있다. 특히 많은 관광객들이 센본도리이만 보고 발을 돌리기 때문에 산을 올라가는 길은 비교적 한적한 편이다.  시간이 충분하다면 트래킹을 즐기며 여유를 느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왕복 2시간 정도면 정상까지 올라갔다 올 수 있기 때문에 빡빡한 일정이 아니라면 곳곳에 도리이가 설치되어 있는 교토의 자연을 누려보는 것도 좋다. 하지만 산 속이다 보니 모기나 벌레가 많이 있기 때문에 벌레 퇴치 스프레이를 준비하는 것이 정신 건강에 좋을지도 모른다. 또한 시내에 있는 산이라고는 해도 도시 외곽에 있는 데다 은근히 깊게 들어가야 하기 때문에 산을 중간쯤 오르다 보면 핸드폰의 통화신호가 먹통이 된다. 말 그대로 첩첩산중이다. 그래도 날씨가 좋은 날에 산에 오른다면 교토 시내 남부의 전경이 보이는 환한 경치를 감상할 수 있다.

 

산 중간중간에 끝없이 도리이가 설치되어 있다.
조금만 올라가면 교토 시내가 내려다 보인다.

후시미 이나리 역 주변이나 신사 근처에는 각종 식당과 카페, 길거리 음식을 파는 노점들이 다양하게 늘어서 있다. 특별하게 맛집이라고 할만한 곳은 없지만 우리나라의 대공원 근처에 있는 노점상처럼 각종 간식거리를 판매하고 있기 때문에 볼거리도 많고 즐기기에 좋다. 나도 산을 올라갔다 와서 뭔가 시원한 간식거리를 찾던 중 얼린 푸딩을 발견하고 바로 사먹어봤다. 한국에서는 절대 찾아볼 수 없는 일본의 길거리 간식. 

 

얼린 푸딩. 꽤 먹을만 하다.

역시나 유명한 장소라는 이름값을 하는듯 상당히 만족스러웠던 교토의 후시미 이나리 타이샤. 유명한 장소인 만큼 날씨가 좋은 날엔 엄청난 인파를 각오해야 한다. 후시미 이나리 타이샤는 안타깝지만 좋은 사진을 찍기 위해 추천할 만한 시간대가 없다. 신사를 지나 센본도리를 전부 보는데 입장료가 전혀 들지 않기 때문에  완전히 늦은 밤 시간을 제외하고는 항상 사람이 붐빈다고 한다. 특히 전문적인 카메라를 들고 사진을 찍으러 다니는 사람들은 늦은 밤이나 새벽 5시 무렵에도 이곳에서 사진을 찍는다고 하니 후시미 이나리 타이샤가 한적한 시간은 아마 없을지도 모르겠다. 또 한 가지 팁이라고 한다면 비가 오는 날에는 센본도리는 가지 않는 게 더 나을 수도 있다. 좁은 도리이 길을 모든 사람이 우산을 들고 가기 때문에 시야가 전혀 확보가 되지 않는다는 것. 하지만 그런 불편함에도 불구하고 정말 일본다운 일본 느낌이 물씬 풍기는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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