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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외 이야기

'나만의 여행'에 대한 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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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사람들의 여행에 대한 가치관과 관점은 제각기 다르다.

 

인생과 시간에 쫓겨 한평생 여행을 해 본 적이 없는 사람은 짧은 여행이라도 인생 최대의 만족을 느낄 수 있을 것이고, 매년 연례행사처럼 해외여행을 하는 사람들은 어떤 아름다운 곳에 간다 한들 여행에 대한 상대적 만족감이 덜 할 수도 있다. 

 

장기간의 호주 여행을 하면서 나는 정말 운이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불과 30여 년 전만 해도 해외여행 자체가 법적으로 허용이 되지 않았던 부모님 세대와 비교하면 무엇보다 혜택을 많이 받고 있지 않는가. 지금은 마음만 먹으면 가보고 싶은 나라에 특별한 제약 없이 갈 수 있고, 제도적으로 보호받아 단기간 근로를 하며 여행자금을 모을 수도 있다.

 

어떤 상황에서도 부정적으로 생각할 이유가 전혀 없었다.

 

나는 다른 사람들에 비해 여행에 할애할 시간이 비교적 많았다. 시간에 쫓기지 않으니 무리한 일정을 진행할 필요도 없었고, 전혀 유명하지 않은 숨겨진 지역들도 돌아볼 수 있었다. 그래서 조금 더 여행을 여유롭게 즐기며 긍정적으로 생각할 수 있던 기회가 많았다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여행자의 시선이 아니라 장기 체류자의 관점으로 조금 더 여행지를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단기 여행으로는 찾기 힘든 각 여행지마다의 장점을 더 발견할 수 있었다고 확신한다.

 

외지인으로서 여행지에서 불편했던 점들을 단지 그 나라의 단점으로 치부하지 않고 어떠한 문화적 특성으로 인하여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는지, 문화적 차이에 대해 어떠한 시각으로 바라보면 충분한 이해가 되는지 직접 느끼며 체험하는 것은 대단히 흥미롭고 설레는 경험이다. 

 

간혹 나와 같은 곳에 다녀온 경험이 있지만 전혀 다른 기억과 감상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과 만나기도 한다. 물론 사람은 제각기 성향도 다르고 느끼는 바가 다르기 때문에 각각의 평가가 상이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여러 사람들과 다양한 경험과 시선을 공유하며 왜 그렇게 느끼고 생각하게 되었는지 이야기를 나누는 일은 무척 즐겁다. 

 

이 기록을 남기고자 하는 근본적인 이유가 아닐까. 



이제는 연간 출국자가 2천만 명 이상 될 정도로 대한민국에서 해외여행은 보편화되어 있다.

 

그만큼 여행을 기록하는 사람도 많아졌고, 그 기록을 정보화하여 다른 이들에게 제공하는 사람도 많아졌다. 여행 블로그나 여행 유튜브가 하늘의 별처럼 늘어났고, 이제는 침대에 앉아서 지구 반대편의 유명 식당의 가격과 맛에 대한 평가를 조회할 수 있게 되었다.

 

나는 그런 여행 정보들은 기록으로 남기지 않을 생각이다. 여행을 다니면서 세세하게 흔적과 정보들을 모아가는 꼼꼼한 성격도 되지 못할뿐더러 열심히 작성한 포스트의 식당이나 매장이 시간이 흘러 사라지게 되면, 그것은 이제 더 이상 모두에게 유용한 정보가 아니라 단지 나만 알고 있는 녹이 슬어버린 기억이 되어 버리기 때문이다. 

 

특히 여행 중에 그런 블로그의 정보를 보고 찾아간 곳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을 때의 그 허탈함이 어떤 것인지 잘 알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계획한 일정이 망가지는 걸 싫어하는 타입인 나로선 더더욱...) 

 

나는 유명한 여행블로거가 되고 싶은 건 아니다.

 

그렇게 될 자신도 딱히 없고 그 정도로 많은 여행을 한 것도 아니며 가독성 진한 낭만 있는 글을 쓸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다만 우연히 내 기록을 보는 사람들이 내가 생각했던 긍정적인 감정들을 같이 느끼고 각 여행지에 대해서 관심을 가질 수 있게 된다면 그것만으로 충분히 멋진 일이 아닐까 생각한다.

 

마치 여행을 준비하는 친한 지인들에게 다음 목적지를 가볍게 권유하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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