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hmad89

프로 여행자라고 할 수는 없지만 한 곳에 오래 머물면서 언어와 문화도 같이 배워가는 깊이있는 여행을 추구하는 어느 아마추어 여행자의 이야기

호주/호주 이야기

호주에서 여행할때는 주로 어디서 묵을까? :: 게스트하우스도 복불복

Nohmad89 2019. 4. 18. 0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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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유 자금이 많은 여행객이라면 당연히 해외에서 호텔에 묵으며 여유로운 휴식을 즐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돈이 많지 않은 워홀러였고 외국에서는 으레 여행자 숙소에 가서 친구들도 만나고 파티도 하며 놀 거라고 생각했던 순진한 여행 초짜였기에 처음부터 호텔보다는 게스트하우스에서 지내는 것을 계획하고 있었다.

 

공항에서 퍼스 시티로 들어온 시간은 어렴풋이 오전 7시 언저리, 당연히 문을 연 가게도 아무 데도 없고 인포메이션 센터도 닫은 시간.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하는 말이 정말 맞는 말이었나 보다. 영어도 못하고 해외에 혼자 나가본 적도 없었는데 '가보면 알아서 되겠지'라는 마음으로 숙소도 예약을 하지 않았다. 당연히 인터넷도 할 수 없는 상황이라서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던 차에, 운 좋게 퍼스 역 근처에서 BACKPACKERS라고 쓰여있는 간판을 발견했다.

 

퍼스역에서 걸어서 5분거리인 백팩커스.

다른 곳을 더 알아보고 어쩌고 할 겨를이 없었다. 일단 짐부터 내려놓고 정보를 얻고 싶어서 무작정 들어가서 체크인을 요구했다. 리셉션 직원은 이른 아침이라 피곤했을 텐데도 친절하게 나를 맞아줬고 바로 방도 내어주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좋은 사람이다. 보통 호텔이 아닌 게스트하우스에서 예약도 하지 않았는데 아침 7시에 리셉션 직원이 있어 체크인을 해준다거나 체크인 시간이 되지도 않았는데 방을 미리 준다는 건 겪어보니 흔한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아니 거의 없다고 해도 무방하다. 아마도 초심자의 행운이 아니었을까.

 

생각보다 너무 음침했던 게스트하우스.

하지만 이 곳은 내가 생각했던 게스트하우스와 많이 달라보였다. 어두운 복도가 길게 늘어서 있고 라운지도 조용했다. 원래 게스트하우스는 이렇게 사람이 잘 안 오나? 건물이 허름해서 그런가? 치안이 안 좋은 지역인가? 여행 초보자에게는 사소한 환경에서도 이런저런 걱정거리가 쌓여가는 법이다. 

 

이 비좁은 방에 6명이서 같이 생활한다.

짐도 마음 편히 풀어 놓을 수 없는 좁고 작은 방에서 모르는 사람들이랑 같이 생활하려니 치안문제도 마음에 걸리고 상당히 불편했다. 가방에서 옷을 꺼내는 것도 쉽지 않고, 갈아입는 것도 불편했다. 음식은 따로 보관할 수 없어서 끼니마다 비싼 돈을 주고 외식을 해야 했고 혹시나 도난을 당하지 않을까 항상 신경이 곤두서 있었다.

 

특히 가장 스트레스를 받았던 부분은 영어를 못하니 룸메이트들과 의사소통이 잘 되지 않는다는 점. 말은 못 하더라도 내가 잘 들으면 어떻게든 될 거라고 편한 마음을 먹고 왔는데 실전 영어 듣기는 학교에서의 듣기 평가와는 정말 차원이 달랐다. 각 나라별 억양이나 말의 빠르기, 일상생활단어는 가뜩이나 영어에 자신감이 없던 나를 더 위축시켰다. 외국인들이 생활하는 곳에서 같이 지내면 금방 영어가 늘겠지?라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말 한마디 못하며 벙어리가 되는 상황이 싫어 그 자리를 피하려고 하는 나를 발견하고 자괴감이 들기도 했다. 

 

2층 침대 옆으로 나있는 창문을 향해 본 퍼스 시티.

2층 침대의 윗칸인 내 자리에 누워 옆의 창문을 바라보면서 '내가 왜 여기 왔나, 이게 옳은 선택이었을까' 하는 생각을 정말 많이 했었다. 그래서 이 두 사진은 예쁜 풍경도 아니고 잘 찍은 사진도 아니지만 그 당시 걱정 많고 확신이 없던 불안한 마음이 생생하게 떠오르기 때문에 나에게는 특별한 사진이 되었다. 이런 곳에서 지내지 않으려면 진짜 열심히 해야지, 영어도 열심히 해야지, 겁내지 말고 즐겨야지..라는 생각을 했던 것이 해외 생활을 다부지게 할 수 있도록 해 준 초석이 되지 않았나 싶다.

 

여담이지만 나는 이후에 대략 13개월 정도를 게스트하우스 생활을 하며 지냈다. 다만 이때와 가장 큰 차이점이라면 그 생활에 만족과 행복을 느끼면서 하루하루를 즐겼다는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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