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근은 내가 제일 싫어하는 것 중에 하나다. 왠지 모르게 향이 그냥 싫다. 반면에 오이는 정말 좋아하는데 오이에서 비린 향이 난다고 싫어하는 사람들도 있는 걸 보면 그냥 유전자의 영향이 있나 보다. 아무튼 한국에서는 당근이 들어간 음식까지 꺼리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당근을 굳이 찾아 먹지는 않았다.
'어후 계피는 매워서 안먹어요. 그런데 시나몬은 향이 너무 좋지 않아요?'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는데 아마 나 같은 사람을 두고 하는 말 같다. 이상하게도 분명 나는 당근을 싫어했는데 호주에 온 이후로 마트에서 본 당근이 왜 그렇게 맛있게 보이던지. 깨끗하게 씻겨 1kg씩 가지런하게 포장되어 있는 당근을 보고 있자니 이걸 안 먹으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자꾸 들었다.
아무래도 혼자 사는 자취생이다보니 영양소를 골고루 섭취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도 있었고, 1kg를 사도 고작 1달러도 안하는 저렴한 가격이었기 때문에 싫어하는 당근이었지만 먹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나보다.
아침에 운동하고 와서 당근만 먹기도 하고, 이런 저런 요리를 하면서도 꽤 당근을 많이 사용하게 되었다. 한국에서 당근이라고 할 때는 입에 대지도 않다가 외국에서 캐럿이라고 하니까 먹는건가. 아마 내가 당근을 싫어하는 엄마가 본다면 외국물 먹었다고 비웃었을지도 모르겠다.
말로만 듣기에는 호주 물가가 상당히 비싸다고 하는데 막상 와서 살아보니 그렇지만도 않은 것 같다. 아마 외식물가 비싸다보니 여행을 하는 사람들 입장에서 모든게 비싸게 느껴지는 것 아니었을까. 마트에서 가서 식료품 쇼핑을 할 때에는 한국보다 저렴한 상품이 너무 많아서 이게 좋은 제품이 맞나 하는 의심도 들 정도였다.
울워쓰(woolworth)나 콜스(coles)같은 대형 마트에서도 야채/과일의 가격이 상당히 저렴하다. 하지만 주말마다 열리는 지역마켓에 가보면 그보다 더 저렴한 가격의 질 좋은 야채와 과일을 구입할 수 있다. 퍼스에서 살때는 근처의 수비아코 마켓을 종종 가곤 했다. 수박 1/4쪽도 1달러에 사서 먹곤 했으니 얼마나 저렴하게 쇼핑을 했는지 알 수 있다.
나와서 워킹홀리데이 하고 있는 사람들 보면 음식 해먹기 귀찮아서 라면으로 대충 때우던가 매일 빵이나 시리얼만 먹는 사람들이 많은데 호주에서는 한국애 비해 야채나 과일의 가격이 저렴한 편이니 각자 건강관리를 잘 하는게 중요할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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