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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랑 같이 가기 좋은 코타키나발루 :: 투어 신청은 제셀톤 포인트 :: 워터프론트에서 세계 3대 석양을

엄마랑 아들의 모자여행/말레이시아

by Nohmad J 2019. 4. 26.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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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랑 해외여행 part2. 말레이시아 코타키나발루 1일 차.

엄마의 버킷리스트 중 하나는 바다에 들어가서 물고기들을 보는 것이었다. 하지만 물을 무서워하는 엄마이기에 체험 다이빙은 무리일 것이라고 판단하여 씨워킹을 할 수 있는 곳을 찾아봤다. 또한 편히 쉴 수 있는 리조트가 있고, 가능하면 반딧불 투어를 할 수 있는 곳이 좋겠다 싶었다. 그런 모든 조건을 갖춘 곳이 말레이시아의 제7의 도시. 코타키나발루였다.

 

오후에 도착하기에 코타키나발루의 첫날은 특별한 일정을 짜놓지 않았다.

항상 여행은 가슴이 설렌다. 이미 3년간 해외를 떠돌아다니며 해외여행을 다닌 나도 여행을 시작할 땐 가슴에 전율이 흐르는 걸 느낄 수 있는데 해외여행 경험이 별로 없는 엄마는 얼마나 두근두근 설렐까. 비행기 안에서 연신 창문을 통해 구름 사진을 찍는 엄마를 보며 여행이 주는 설렘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비행기 창문이 깨끗했는지 사진이 티 하나 없이 깨끗하게 잘 찍혔다.

1시가 조금 넘은 시간에 코타키나발루 공항에 도착했다. 작은 공항이지만 말레이시아 공항 중에 쿠알라룸푸르 공항 다음으로 바쁘게 움직이는 공항이라고 한다. 아마도 세계 3대 석양으로 손꼽힌 코타키나발루의 아름다운 자연 때문에 관광객들이 몰려서 그렇지 않을까 싶다. 

 

관광객들로 붐비는 공항을 빠져나와 엄마와 함께 코타키나발루 시티로 들어가는 버스를 타기 위해 정류장으로 향했다. 말레이시아는 우리나라와는 차선이 반대 방향이다. 50년 넘게 줄곧 버스의 오른편에서 승차했던 엄마에게 말레이시아의 버스는 색다른 경험이었을 것이다. 오른쪽에 기사님이 앉아 계시고 왼편의 문이 열리는 버스를 타면서 엄마는 무척 신기해하셨다. 이 커다란 지구에서 우리와는 다른 삶을 사는 사람들이 산다는 걸 티비에서 보는 것과 직접 내 눈으로 보는 건 확연히 다른 느낌이니까. 직접 여행하지 않고서는 느껴볼 수 없는 신선한 쾌감이라고나 할까.

 

워터프론트에서.

공항에서 코타키나발루 시내까지는 상당히 가까운 거리이기 때문에 이동하는데 힘이 들지는 않는다. 택시로 10분 이내, 버스로 15분 정도면 왔다 갔다 할 수 있는 거리라서 비행을 마치고 피곤하실 부모님을 생각하면 이 역시 코타키나발루의 장점이 아닐까 싶다. 마침 버스에서 내린 곳 앞이 바로 숙소였기에 빠른 체크인을 하고 현지 투어를 신청하기 위해 서둘러 밖으로 나왔다.

 

제셀톤 포인트로 가는 길에 워터프론트를 들렀다. 바닷가를 보는 방향으로 레스토랑과 펍이 줄지어 늘어서 있는 곳이다. 이 곳에서 보는 석양이 대단히 근사하다고 하는데 낮에 보는 바다도 아주 맑아 보이고 좋았다.

 

코타키나발루. 시내는 그냥저냥 타 도시들과 비슷한 느낌.

코타키나발루 시내는 아담한 규모이기 때문에 걸어서 시내 끝에서 끝까지 이동할 수 있다. 어디를 가더라도 교통을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서 이동 동선을 짜기에 더할 나위 없이 용이한 것 같다. 물론 탄중아루나 블루 모스크처럼 조금 멀리 떨어진 곳으로 가려면 택시를 이용하는 게 가장 나은 방법이지만.

 

유명한 장소라면 어디든 있는 것 같은 LOVE 조형물.

바닷가와 근처 쇼핑몰을 구경하면서 천천히 걷다 보니 어느새 제셀톤 포인트에 도착했다. 이 곳은 코타키나발루의 현지 여행사들이 몰려 있어서 현지 투어를 하려는 계획이 있다면 필수로 방문해야 하는 곳이다. 영어에 부담을 많이 느낀다거나 사기의 위험을 피하고 싶다면 당연히 여행 오기 전에 한국에서 미리 투어 예약을 하는 게 좋은 방법이다. 하지만 현지 가이드와 다니며 외국사람들과 여행하고 싶거나 크게 영어에 대해 부담이 없다면 현지에 와서 직접 발품을 팔며 투어를 예약하는 것도 개인적으로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런 이유로 나는 협상 레이더를 켜고 눈에 불을 켜고 제셀톤 포인트 내부를 돌아다녔다. 사실 엄마를 고려한다면 그냥 편하게 미리 예약을 하고 이런 시간을 아껴 다른 곳에 가보는 게 맞는 거긴 하지만, 내가 여태 여행하면서 해왔던 여행 스타일이 이런 것이다 라는걸 엄마한테 보여드리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물론 엄마도 내가 여러 여행사를 돌아다니며 가격 협상을 하고 가장 최적의 투어 코스를 만드는걸 신기하고 흡족한 눈빛으로 구경하셨다. 다른 나라에 와서 외국인들과 이것저것 이야기해가며 요구를 제시하는 모습이 멋지고 부럽다고. 당신도 젊을 때 이런 경험을 해봤어야 했다며. 

 

제셀톤 포인트 입구.

 

제셀톤 포인트 입구 앞에 있는 큰 건물로 들어오면 이렇게 여러 여행사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역시나 코타키나발루가 한국인이 많이 찾는 관광지인 만큼 한글로 된 팜플렛들도 눈에 보였다. 이 중에서 생각해놨던 투어의 가격을 물어 여러 업체와 비교해보고 마음에 드는 곳에서 신청하면 된다. 가격은 대부분 비슷비슷하긴 하지만 대화를 하다 보면 분명 조금이라도 더 싸게, 뭐 하나라도 더 얹어서 주는 곳이 있다.

 

투어를 진행하는 여행사가 왜 이렇게나 많은지.
나는 왼쪽에서 2번째에 있는 창구에서 투어 예약을 했다.

아무래도 심리적 이유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작은 창구보다는 왠지 큰 창구가 조금 더 믿을만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작은 창구는 딱히 호객행위도 안 한다. 아무튼 그래서 한국어가 적힌 곳은 피하고 조금 순해 보이는 어린 직원이 있는 창구에서 투어 예약을 했다. 한 곳에서 두 개 이상 투어를 예약했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흥정을 하고 나니 생각 이상으로 많은 금액을 할인받을 수 있었다.

 

호핑투어(사피섬 + 마누칸섬) + 씨워킹 + 반딧불 투어를 신청했는데 섬 입장료 면제에 이것저것 협상을 하다 보니 한화로 25만 원(2인) 정도 되는 금액에서 얼추 5만 원 정도를 할인받았다. 엄마랑 둘 다 기분 좋아서 아낀 걸로 맛있는 거 먹자고 하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여행사를 나왔다.

 

암호문인듯. 뭐라고 쓴건지 하나도 모르겠다.

투어 예약을 위해 서둘러 오다 보니 늦어버린 점심을 해결하려고 제셀톤 포인트 주위를 둘러보던 중, 어떤 한 식당 앞에 나와있던 아저씨와 눈이 마주쳐서 인사를 했다. 인사를 하자마자 자기네 음식이 코타키나발루에서 제일 맛있다고 와서 보고 가란다. 밖에 있는 메뉴를 보니 웨스턴 스타일의 요리를 파는 오픈 펍 같은 느낌. 말레이시아식 로컬 음식을 도전해보고 싶었지만 배가 너무 고팠기에 아저씨를 믿어보기로 하고 가게로 들어갔다.

 

엄마는 하와이안 볶음밥, 나는 수제버거를 시켜 같이 나눠먹었다. 다른 사람과 여행을 가면 식성이 잘 맞는 사람과 가는 게 정말 중요하다. 서로 먹고 싶은 음식이 다르다면야 서로 양보하면서 먹으면 되는데 식성이 까다롭거나 아예 나와 정 반대라면 그 여행은 정말 힘든 여행이 될 것이다. 그런 점에서 엄마는 꼭 한식이 아니라도 이런저런 음식을 도전하는 걸 즐기는 사람이고 또 그런 걸 좋아한다. 호불호의 끝판왕인 똠양꿍이나 고수를 아무런 거부감 없이 먹는 엄마라서 같이 다니는 나도 음식 때문에 피곤한 적이 없다. 나 역시 취두부도 좋아하는 오픈 식성의 소유자인지라 매 끼니마다 엄마랑 너무 잘 맞아서 편했다. 이런 점이 엄마랑 여행을 많이 다닐 수 있는 이유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오랜만에 먹은 수제버거. 이런 맛이 너무 그리웠다.

늦은 점심을 맛있게 먹고 식사 중에 계속 이야기를 하며 놀았던 주인아저씨와 인사를 한 뒤 남은 하루를 편히 쉬면서 보내기 위해 다시 워터프론트를 찾았다. 지도에서 KK wet market을 찾아온 후 왼쪽에 보이는 툭 튀어나온 곳으로 가면 야외에 테이블이 쫙 늘어서 있어 식사를 즐기거나 와인을 마시면서 저녁 석양을 볼 수 있는 곳이 나온다.


살짝 석양이 지려면 이른 시간이었기에 사람들은 생각보다 많지 않았다. 밥도 배부르게 먹었겠다 엄마는 딸기주스, 나는 맥주를 하나 시켜놓고 바다에서 제일 가까운 테이블에 자리를 잡았다. 코타키나발루가 동남아시아 지역인지라 아마 여름에 왔었으면 너무 더워서 밖에 나와있지 못했을 텐데 여행 당시는 1월이었기에 낮에는 조금 덥지만 늦은 오후에는 선선한 바닷바람을 쐬며 불편 없이 휴식을 취할 수 있을 정도의 날씨였다.

 

공항이 근처에 있다보니 낮게 나는 비행기들이 종종 보인다.
조금씩 구름들이 모인다.

조금씩 날이 저물어가는데 생각보다 구름이 점점 많아졌다. 이러다가 구름에 가려서 석양을 못 보면 어떡하지 하고 걱정을 했는데 그런 걱정 따위는 기우였다. 역시나 세계 3대 석양을 가진 코타키나발루라는 이름대로인지 구름이 있어도 있는 대로 환상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곧 비가 오려고 하는지 한쪽에 커다란 먹구름이 있는데도 석양빛과 조화를 이루어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준다. 

 

엄마도 이렇게 예쁜 석양은 처음 본다며 연신 예쁘다고 말하더니 어느 순간 말없이 오랫동안 석양을 감상하셨다. 한국에서도 매일 저녁에 보던 똑같은 석양인데 왜 코타키나발루의 석양은 세계 3대 석양이라고 불릴 정도로 이렇게 멋있고 아름다울까. 

 

사진으로는 다 담아낼 수 없는 것 같다.

오랜 기간 여행을 하면서 이렇게 아름다운 풍경을 볼 때(특히 노을), 가족들과 같이 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곤 했는데 이렇게 엄마랑 같이 와서 보니 너무 좋았다. 특히 나만 와서 즐기는 장소가 아니라 누구나 같이 와서 봐도 좋아할 만한 보편적인 아름다운 장소라 부모님을 모시고 와도 분명 좋아하실 거라는 확신이 있기에 그 즐거움이 배가 되는 것 같다. 그런 점에서 코타키나발루는 가족들과, 특히 부모님과 함께 오기에 정말 적합한 곳인것 겉다.

 

날이 저물어 해가 완전히 보이지 않을 때 까지 우리는 같은 자리에서 자연의 풍경을 감상했다.

저물어가는 석양과 노을을 바라보며 코타키나발루의 첫날 일정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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