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관서지방을 여행한다면 고베에 가서 고베규를 먹어보자 :: 일본 와규 고베규

일본/일본 이야기거리

by 떠돌이 Nohmad J 2019. 6. 25. 17:29

본문

고베규[神戸牛]

원래는 일본 토종 소의 통칭인 와규와 같은 뜻으로 혼용되어왔다. 그러다 고베산 와규가 전 세계적으로 수출이 되기 시작하면서 오직 고베에서 기른 소만 고베규라고 불릴 수 있도록 법으로 보호한다고 한다. 우리나라에도 고베라는 지역 이름으로 상호명을 가진 와규를 파는 가게들을 꽤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워낙 가격이 비싸기 때문인지 일본에 가보지 않았을 때의 나도 고베규는 고급 음식이라고 인식하고 있기는 했지만 정확히 외국산 음식이 우리나라에 수입되어 들어와서 비싼 건지, 애초에 고급 음식이라서 비싼 건지는 알지 못했었다.

 

일본에 가서 직접 고베규를 영접해 보고서야 원래 가격이 비싼 고급 음식이라는 걸 깨달았다. 40분가량 줄을 서서 주문한 고베규는 고작 작은 한입거리의 고기 6점에 거의 3만 원 정도 되는 가격이었고, 고베에 살아서 그나마 어떤 가게가 저렴한 가격의 고깃집인지 아는 일본인 친구가 이 정도면 싼 가격이라고 해서 적잖이 놀랐었다.

 

고베에 가면 고배규를 파는 상점을 정말 쉽게 볼 수 있다.

좋은 품질의 고베규는 한 근에 거의 20만원 정도를 호가한다고 한다. 고베의 소 농장에서는 대량의 고베규를 키우는 게 아니라 농장 당 평균 5마리 정도를 키운다고 한다. 고급스러운 소규모 농장이다. 또한 소를 많이 키우는 대규모의 농가라고 해도 최대 15마리 정도를 키우고 있는 게 전부라고 한다. 농장주가 소에게 들이는 정성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일교차가 커서 부드럽고 생기 있게 잘 자란 고베의 풀을 늘 제공하며, 소들에게 매일 정성스러운 마사지도 해준다고 한다. 이렇게 자란 소들은 피부가 부드럽고 고기의 마블링이 뛰어나 최상의 품질과 등급을 유지할 수 있다. 이렇게 정성을 들여 키우니 전 세계로 유통되면서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동시에 잡고 일본 소고기의 간판이라고 불릴 수 있는 게 아닐까?

 

현지 친구와 함께 먹으러 간 고베규

호주 남부지방에서 와이너리 투어를 한 적이 있다. 가족, 연인 단위의 여행객들 사이에서 친구로 보이는 동양 여자 두 명이 내 버스 좌석 뒷자리에 앉았었다. 혼자 다니면 심심할 것 같아서 오지랖을 발휘해 뒷 좌석의 이방인들과 간단히 소개를 마쳤다. 일본인 선생님이라고 하는 두 친구와 하루 동안의 투어 일정을 함께 다녔고 즐겁게 논 뒤 페이스북 연락처만 교환하고 헤어졌었다. 그렇게 그냥 스쳐 지나가는 인연인 줄 알았었는데 일본 여행을 하기 시작한 직후 페이스북에 올린 내 사진을 보고 그 친구가 먼저 연락을 보내왔다. 오사카에 있는 것 같은데 고베에 오면 같이 놀자고 하는 내용이었다. 빡빡한 일정에 시간이 촉박한 것도 아니고 거절할 이유가 전혀 없었다. 그렇게 호주에서 같이 여행을 했던 여행객을 1년 만에 일본에서 여행객의 입장으로 다시 만나게 되었다.

 

사실 고베규가 비싸고 맛있다는 말만 들었다. 막상 간사이 여행을 계획하면서도 '고베에 가보면 뭐 유명한 집이 있을 테니 거기에 가서 먹어보면 되겠지'라는 생각으로 굳이 어떤 고베규 전문점을 가야겠다는 계획은 세우지 않았다. 일본 친구가 먹어보고 싶은 게 있냐고 물어봤을 때 비싸지만 한 번은 고베규를 먹어보고 싶다고 했고, 제대로 된 고베규를 먹으려면 아직 학생인 우리 지갑으로는 감당할 수 없으니 프랜차이즈 형식으로 저렴하게 고베규를 맛볼 수 있는 집을 가보기로 했다. 

고베 역 근처의 상점가는 다른 일본 대도시의 상점가와 크게 다른 점은 없었다. 다만 어디를 가더라도 고베규[神戸牛]라고 써있는 간판을 정말 많이 볼 수 있다는 것. 마치 수원 치킨 거리를 가면 거리의 모든 상점이 치킨이라고 쓰여있는 간판을 걸어두고 서로 원조라고 주장하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중 일본 친구가 데려간 곳은 스테이크랜드. 초록창에 고배규나 고베 스테이크로 검색을 하면 가장 먼저 발견할 수 있는 곳. 아마 한국인들에게도 꽤 유명한 장소인 듯싶었다. 가게 앞은 엄청나게 긴 줄이 늘어져 있었다. 그 와중에 들려오는 어마어마한 한국어. 외국인 관광객이 많은 곳은 사실 광고로 유명해진 곳이 많아서 딱히 믿을만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보다는 외국인이 없이 현지인만 찾는 로컬 식당을 즐기는 편. 하지만 일본 친구가 데려간 곳이니 아마 생각보다 더 괜찮은 곳이겠지 하는 믿음을 가지며 길게 늘어선 줄 맨 끝에 자리를 잡았다.

 

30분 정도 기다려서 들어간 고베 스테이크 랜드. 한국의 고깃집을 생각하고 들어갔는데 조금 더 깔끔하고 고급스러운 느낌의 인테리어가 방문객들을 반기고 있다. 아마 소고기 스테이크를 파는 곳이라 인테리어에 신경을 더 썼을지도 모르겠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일자로 뻗은 테이블에 손님들이 앉아있고 그 앞에 있는 철판에서 고기를 직접 굽고 있는 셰프들의 모습. 꽤나 특이하고 뭔가 고급스러운 철판요리의 느낌이 확 들었다. 우리도 서둘러 자리에 앉아 150g 고베규를 주문했다. 1인분밖에 안 되는 크기라 한국에서는 정말 부족하다고 생각할 정도의 양이지만 일본에서는 정말 말 그대로 1인분의 식사 양이라고 생각하나 보다.

 

쉐프 분들이 고객의 바로 앞에서 고기를 구워주신다.
고베규 한상(..) 차림

조금 기다리니 우리 앞에 배정된 셰프가 고기 두 점을 철판에 올리고 굽더니 조그맣게 잘라서 우리 앞에 준비해주었다. 밥 한 공기와 미소 된장국, 간단한 야채와 소스. 그리고 고기 6점. 사진에 찍은 고기 사진이 중간에 먹다가 찍은 게 절대 아니다. 딱 저 6점의 작은 고기가 3만 원의 가격에 맞는 정량이다. 뭔가 너무 적어 보여서 시킨 사람도 민망해지는 양이다. 하지만 옆 사람들도 대부분 이렇게 먹는 걸 보고 안심할 수 있었다. 한번 고기를 먹으러 가면 배가 터질 때까지 먹는 한국인으로서 일본에서 도전해본 고베규는 정말 너무 입맛만 돋우는 애피타이저 같은 느낌이라 아쉬웠다. 한 끼를 이렇게 먹으면 나가서 다른 가게를 또 들러야 할 것 같은 느낌이다. 양이 너무 적어서 아쉬웠지만 그렇다고 고기로 배를 채우기에는 몇십만 원이 거덜 날 가격이니 맛만 보는 체험으로 만족하로 했다.

하지만 양에 비해 고기 맛은 정말 좋았다. 특별한 양념 없이 구운 고기였지만 셰프의 기술이 좋았던 건지 비싼 고기라고 생각하면서 먹어서 그랬던 건지 모르겠지만 얼마 안 되는 고베규는 입속으로 들어오는 즉시 사르르 녹아버렸다. 정말 고급스러운 요리를 먹는 느낌. 질기지도 않고 담백한 맛이었다. 배불리 먹을 수 없음이 안타까웠을 뿐.

 

가격이 비싸긴 하지만 1인분으로 주문이 가능하여 혼자 여행 온 외국인이라도 쉽게 접할 수 있게 한 점이 고베규의 장점 같다. 사실 우리나라 한우의 퀄리티도 고베규에 비해 뒤떨어지지 않는다고 생각하지만 한국 사람인 나도 한우라고 하면 너무 비싸고 1인 메뉴는 제공이 안될 테니 애초에 즐겨볼 생각도 하지 않게 되었다. 이런 점도 개선이 가능하다면 한우도 고베규 못지않게 브랜드 가치를 세계적으로 높일 수 있지 않을까.

관련글 더보기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