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hmad89

프로 여행자라고 할 수는 없지만 한 곳에 오래 머물면서 언어와 문화도 같이 배워가는 깊이있는 여행을 추구하는 어느 아마추어 여행자의 이야기

호주/호주 여행지

하루 당일치기로 다녀올 수 있는 퍼스 근교 만두라 :: 서호주 근교 여행

Nohmad89 2019. 6. 27.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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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에서 8개월 정도 생활하다가 다른 지역으로 옮기고 싶다는 마음이 생겨서 하던 일을 그만두고 비행기 티켓을 끊었다. 퍼스를 떠나기 전 일주일 정도 여유가 생겨 그동안 가보지 못했던 퍼스 근교를 둘러보기로 했다. 그 중 너무나도 아름다운 마을 모습에 마음을 빼앗겨 산책하는 것만으로도 마음의 힐링이 되었던 만두라.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부촌 마을 만두라(Mandurah)

만두라는 서호주에서 상위에 손꼽히는 부자들이 모여 사는 부촌이라고 한다. 서호주의 주도인 퍼스에서 72km정도 떨어져 있어 도심에서 그렇게 많이 멀지도 않으면서 도시의 분위기가 전혀 느껴지지 않는 한적한 별장 마을 같은 편안함이 느껴지는 곳이다. 듣기로는 크게 볼거리나 할 거리는 없지만 잘 사는 사람들이 모여 사는 마을인 만큼 아름답게 잘 꾸며진 마을이 보기 좋고 하루 정도 가서 쉬기에 좋다고 해서 하루를 투자해서 가 보기로 결정했다. 퍼스역에서 만두라 선이 있어 어려움 없이 그냥 만두라 행 열차를 타고 종점까지 편하게 앉아가면 땡.

 

만두라 도착.
영화에서 보던 로케이션 같다.

처음 본 만두라의 느낌은 정말 휴양지 같은 느낌이었다. 하지만 동남아시아나 뭔가 발전된 지역의 휴양지가 아닌 정말 노후에 편히 지내고자 하시는 분들이 휴양을 하러 오는 곳 같은 느낌. ‘한적하고 평화롭다가 내가 가장 처음 느낀 만두라의 인상이었다. 길거리에도 사람이 많지 않고 조용했다. 서울에서 사는 사람이 하루 정도 편히 쉬러 강화도에 간다면 이런 기분일까. 바닷가가 옆에 있어 살짝살짝 바다의 짠 내음이 은은하게 느껴지면서도 건물이며 공원이며 산속에 있는 전원주택의 느낌이 나기에 분위기가 대단히 신선하면서도 색다르다. 무엇보다 바다 근처에 있는 지역이라 그런지 요트가 정말 많이 보인다. 주차되어 있는 차보다 정박되어 있는 요트가 더 많아 보이는 건 내 착각이었을까.

 

요트가 정말 많다.
건물들이 다 깔끔하고 예쁘다.

날씨가 좋아서 그런가 만두라의 분위기가 너무 밝아서 그런가 어디서 사진을 찍어도 만족할만한 풍경이 나온다. 이런 날에는 사진 찍을 맛이 나면서 덩달아 기분도 같이 좋아진다. 사람들이 많지 않아 조용하면서도 그 조용함에는 마을에 인구가 줄어서 사람이 없어 한적하다는 느낌보다는 고급스러운 여유가 느껴진다. 평일임에도 쇼핑가는 한산하지만 음식점이나 카페에서는 가족, 친구들과 함께 한가로운 오후의 여유를 즐기는 사람들이 정말 많았다.

 

어디서 찍어도 그림이 나온다.
붐비는 카페와 한적한 쇼핑가.

 

비둘기 같은 펠리컨이 있는 곳

요즘 비둘기들은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는다. 가까이 다가가도 도망가기는커녕 잠시 자리를 피했다가 다시 제자리로 돌아와서 먹던 모이를 마저 먹는다. 그래서 아마 우리한테는 비둘기가 사람을 피하지 않는 게 너무나 자연스럽게 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호주, 특히 만두라에서는 펠리컨이 그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 호주의 대부분의 마을이 강이나 바다에 인접해 있어서 그런지 몰라도 퍼스 시티에는 비둘기가 아닌 갈매기가 떼를 지어 도시를 점거하고 있고, 만두라에서는 펠리컨이 그런 듯하다.

 

어마어마하게 큰 녀석

처음 펠리컨을 마주쳤을 때는 페리카나 치킨 광고에서만 보던 친숙한 펠리컨이 아닌 엄청 커다란 대형 조류가 뒤뚱거리며 다가오는 모습을 보고 겁을 먹었었다. 낚시를 하는 사람들 근처에서 기웃거리며 물고기를 얻어먹기도 하고 해변에서는 태닝을 하는 사람들 사이를 여유롭게 돌아다니기도 한다. 호주 사람들은 그런 모습이 자연스러운지 펠리컨을 무서워하거나 쫓아내기보다는 그냥 옆에 큰 강아지가 돌아다닌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만두라를 산책하다가 만난 펠리컨도 나를 보고 두려워하기보다는 그냥 지나가는 행인이구나 하고 생각했는지 멀뚱멀뚱 나를 쳐다보다가 그냥 자기 가던 길을 마저 갔다. 호주 사람들이 동물 보호에 신경을 많이 쓰는 건지, 펠리컨이라는 녀석들이 원래 겁이 없는 건지. 호주 근교를 돌아다닐 때는 성인 허리 정도까지 되는 펠리컨들을 종종 목격할 수 있으니 조류를 무서워하는 사람이라면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하는 게 좋겠다.

 

사람이 가까이서 사진을 찍던 말던 신경 안쓰나보다.

테라스에서 야생 돌고래를 볼 수 있는 곳

일반 사람들이라면 동물원이나 수족관에 가서 돌고래를 보는 것 만으로도 좋아할 것이다. 하물며 야생 돌고래를 볼 수 있다면 무척이나 기쁠 것이다. 하지만 그런 돌고래를 집에 있는 테라스에서 매일 볼 수 있는 곳이 있다면? 마치 천국이 아닐까? 그곳이 바로 만두라다. 만두라는 자연환경이 대단히 깨끗하고 바다와 무척 인접해 있어서 야생의 돌고래가 마을로 이어져 있는 운하를 따라 자주 놀러 온다고 한다. 대부분 집 뒤편에 운하가 있어 요트를 주차해놓고 사는 만두라 사람들에게 야생 돌고래는 자주 볼 수 있는 귀여운 손님이라고 한다. 그래서 운하를 따라 요트를 타고 만두라의 고급스러운 집들과 돌고래를 보는 투어도 있을 정도다.

 

쉬러 온 목적대로 카페에서도 꽤 오래 있었고 평화로운 분위기의 마을에서 산책도 오랜 시간 즐겼기에 계획에 없던 돌고래 투어를 해보기로 했다. 아무래도 관광산업으로 먹고사는 마을은 아니기에 투어의 텀이 길다. 한 시간 반 정도 공원에서 사색을 즐기고 온 후에야 투어에 참여할 수 있었다. 그래도 같이 요트에 탑승하는 관광객들의 수는 적지 않았다. 아마 도시 근교에서 피크닉을 온 사람들처럼 보였다. 나는 돌고래뿐만 아니라 더 좋은 경치를 보기 위해 테라스처럼 준비가 된 요트의 2층으로 올라가 자리를 잡았다.

 

요트 2층에 자리를 잡았다.
집들이 하나같이 멋지다.

요트는 관광객들이 다 온 걸 확인한 후 바로 운하를 따라 마을로 향했다. 세상에 이렇게 고급진 주택가가 있다니. 마치 할리우드 스타들이 사는 별장 같은 느낌의 집이 한가득이다. 운하에 인접한 집들은 전부 뒤뜰에 요트를 정박시켜 놓았다. 듣기로는 만두라에 사는 사람들 절반 이상이 요트를 소유하고 있다고 한다. 이런 고급저택에서 사는 사람들이라면 왠지 테라스에서 야생 돌고래를 보며 사는 게 당연한 일상이겠지. 예쁜 집들에 정신이 팔려있는 사이, 가이드가 운하 끝에 뭔가 보인다며 손짓을 한다. 사람들은 카메라를 꺼내 잔잔한 물 한가운데 뭔가 삐죽이 솟아 나와 있는 무언가에 시선을 모았다.

 

돌고래 발견!

돌고래다. 지느러미가 보인다.

 

사람들이 환호성을 지르기 시작했다. 그러자마자 요트는 바로 방향을 바꿔 다시 운하 밖으로 나갈 준비를 한다. 이 곳은 실제 사람들이 거주하는 지역이지 관광지역이 아니기 때문에 관광객들로 인한 소음을 가능한 최소한으로 유지하려고 하는 것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에도 한옥마을 이라던지 관광객들로 인해 거주민들이 피해를 입는 상황이 많다고 들었기 때문에 충분히 이해가 가면서도 방금 돌고래를 찾았는데 이대로 간다는 게 아쉬웠다. 관광객들의 그런 아쉬운 마음을 이해한다는 듯 가이드는 걱정 말라는 듯 웃으며 ‘돌고래는 영리하니까 우리가 나가면 바로 요트를 따라온다’고 하며 조금만 기다려 보라고 했다. 투어 요트는 바로 방향을 틀어 운하 밖으로 빠져나왔다. 그러곤 요트의 엔진 소리와 관광객들의 환호성이 얼마든지 들려도 상관없을 정도의 장소를 찾아 바다로 향했다. 신기하게도 요트의 양 옆에는 돌고래 대여섯 마리가 붙어서 요트가 뿜어내는 물보라를 헤치며 우리를 따라오고 있었다.

 

 바다로 나가는데 돌고래들이 다 따라온다.

한바탕 요트를 따라 헤엄치는 돌고래들을 바라보며 힐링을 한 투어를 마치고 다시 퍼스로 돌아가기 위해 만두라 역으로 향했다. 돌아가는 길에 산책을 즐기고 계시는 노부부를 봤는데 뭔가 남은 여생을 이런 예쁜 곳에서 아름답게 장식하시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괜스레 부러우면서도 흐뭇했다. 나도 이런 곳에서 살면 매일매일이 아름답다고 느낄 수 있을까. 심심할 정도로 소박하고 작은 마을이지만 너무나도 깨끗하고 가지런히 정돈된 느낌의 마을을 느끼며 하루 정도 마음의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곳. 만두라에 살고 싶다.

 

평화로운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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