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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언즈 근교 여행 :: 미션비치] 스카이다이빙 :: 14,000 피트 상공에서 자유낙하하기

호주/호주여행

by 떠돌이 Nohmad J 2019. 7. 20. 1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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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간 죽기 전에 꼭 도전해보고 싶은 것들을 모아 놓은 버킷리스트가 있었다. 그 안에 있는 도전 중 하나가 바로 스카이다이빙이다. 나는 고소공포증이 꽤 심한 편이라 놀이기구도 잘 못 타고 높은 곳에 올라가는 것을 극도로 싫어한다. 그런 내가 왜 스카이다이빙에 도전해 보고 싶었을까.

이유는 간단하다. 하늘을 날아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단순히 그런 마음만으로는 스카이다이빙을 할 수 있는 장소를 굳이 직접 찾아갈 용기를 내지 못했다. 그러던 나에게 액티비티의 천국이라고 불리는 호주의 케언즈에서 스카이다이빙에 도전할 기회가 생겼다.

 

케언즈 스카이다이빙.

세컨드 비자를 얻기 위해 케언즈에서부터 버스로 두 시간 반 가량 떨어진 깊은 시골의 바나나 농장에서 5개월을 박혀있다가 호주 일주를 해보자고 마음을 먹고 시골 마을을 탈출한 날, 나는 케언즈의 어느 게스트 하우스에 머무르게 되었다. 케언즈 시내를 둘러보자고 마음을 먹고 가방을 메고 입구를 나서는데 카운터 옆에 스카이다이빙 포스터가 크게 붙어있었다.

 

도대체 그 때 내가 무슨 생각이었는지 지금도 알 수 없다. 그 포스터를 보자마자 나는 카운터 직원에게 여기서 스카이다이빙 신청이 가능하냐고 바로 물어봤고, 직원은 업체에 확인해보고 예약을 도와준다며 바로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그 이후로 모든 과정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내일 일정이 한가하니 언제든지 스카이다이빙에 도전할 수 있다는 말을 듣고 나는 한치의 망설임 없이 바로 결제를 하고 예약을 해버렸다. 결제가 완료된 카드를 받고 고맙다는 말과 함께 게스트하우스를 나서면서 뭔가에 홀린 듯 했던 내 정신이 다시 원래대로 돌아왔다. 이미 손에 쥐어진 예약확인증을 보며 이미 엎질러진 물이라는 걸 깨닫는 데는 그리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아 망했다’

 

스카이다이빙에 도전

다음날 아침, 날씨는 무척이나 맑았다. 구름이 조금 껴있긴 했지만 비가 올 것 같은 날씨는 아니었다. 아마도 이런 액티비티를 즐기는 사람들이 보기에는 다이빙 하기 딱 좋은 날씨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만큼의 시원하고 청명한 날이었다.

아침 일찍 외출 준비를 마치고 게스트 하우스 앞으로 픽업을 오는 투어 차량을 기다렸다. 9시 15분에 온다고 했던 픽업차량은 무서우리만치 정확하게 15분에 숙소 앞으로 도착했다. 투어뿐만이 아니라 대중교통도 분 단위를 철저히 맞추는 호주의 시간 개념에 다시 한번 감탄할 수 밖에 없었다.

 

픽업 버스에는 이미 여러 숙소를 먼저 돌고 왔는지 꽤 많은 사람들이 탑승해 있었다. 다들 정말 스카이다이빙에 대한 무서움이 없는지 긴장한 표정이 드러나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아마 이 중에서 괜히 왔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나밖에 없는 듯 했다. 나만 혼자 긴장한 티를 너무 내면 창피하니까 굳은 얼굴을 애써 감추며 아무렇지 않은 척 웃는 얼굴로 픽업차량에 올랐다. 그렇게 픽업차량은 40분 정도를 달려 다이빙 센터에 도착했다.

 

비행장에 도착.

다이빙 센터에 도착하고 나서는 바로 안전 교육과 동시에 사고 책임에 대한 서약서를 작성했다. 비행기에서 뛰어내리고 나서 팔과 다리는 어떤 식으로 움직여야 하는지, 착지할 때는 언제 어떻게 다리를 들어 올려야 다치지 않는지 등에 대해 비디오를 보면서 반복적으로 교육을 받았다. 혼자 뛰어내리는 것도 아니고 가이드와 함께 2인 1조를 이루어 뛰어내리는 것이긴 하지만 혹시나 내가 알아야 할 것을 소홀히 해서 사고가 일어나게 되면 정말 큰일이라는 생각에 긴장도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집중하며 비디오를 시청했다.

간단한 교육이 끝나고 먼저 온 팀이 있기 때문에 우리는 한 시간 정도 기다려야 한다는 말을 들었는데, 이상하게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았음에도 불구하고 그 때부터 심장이 요동을 치기 시작했다. 마치 운동회 때 릴레이 달리기를 하기 전에 느꼈던 그런 두근거림이지만 그 강도는 10배, 아니 100배의 강도로 온 몸에 미세한 떨림을 전달하고 있었다.

 

마침내 우리가 비행기를 타러 나가는 순서가 되어 가이드에게 밖으로 나오라는 말을 들었을 때, 훈련소에서 화생방 훈련을 받기 전보다 더 많은 신에게 기도를 올렸다. 제발 지금 여기서 딱 1시간만 당장 지나가게 해달라고.

하늘에는 구름이 꽤 많이 껴있었고 가이드는 아마도 구름을 뚫고 떨어지는 경험을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고 말해주었다. 하지만 내 귀에는 그런 말이 들리기는커녕 왠지 작고 약해 보이는 경비행기만이 보일 뿐이었다.

 

경비행기가 생각보다 너무 작아보였다.

‘저기 타면 다시는 돌이킬 수 없겠지’

 

이런 저런 생각을 할 겨를도 없이 이미 나는 그 못미더워 보이던 경비행기에 타고 있었고 점점 지상과는 멀어지고 있었다. 이렇게 타는 내 속을 아는지 모르는지 나와 함께 다이빙을 하게 된 가이드는 손에 들고 있는 카메라로 나를 계속 촬영하며 인터뷰를 했다. 그 당시 내가 뭐라고 했는지 정말로 하나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나중에 받은 동영상을 확인해 보고서야 내가 얼마나 패닉 상태였는지 알 수 있었다.

 

경비행기는 구름을 타고 올라가 같은 자리를 계속 선회하는 식으로 더 높이 하늘을 향해 올라갔다. 창문을 통해 본 하늘은 정말 하늘 그 자체였다. 여기서 어떻게 뛰어내린다는 건지 눈 앞에 벌어지는 현실이 도저히 믿기지가 않았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탁’ 소리와 함께 가이드가 내 뒤에서 연결고리를 이용해 나와 자신의 몸을 묶었다.

 

‘이제 시작이구나

 

일정 시간 이상 올라가니 문 근처에 앉아있던 가이드가 14,000피트(약 상공 4,2km)에 다다랐다고 말을 하더니 갑자기 비행기 문을 열었다. 나에게는 마치 지옥의 문이 열리는 듯한 느낌이었다. 마치 찰나와 같은 순간이었다. 문이 열리고 나서 문 앞의 가이드가 ‘이제 점프할거야!’ 라고 소리를 치자마자 문 앞에 있던 한 팀이 뛰어내렸다. 정말 짧은 시간이었지만 떨어지는 모습을 볼 겨를도 없이 첫 번째 다이버 팀은 금세 시야에서 사라졌다.

그리고는 두 번째, 세 번째 팀이 연달아 뛰어내렸다. 아마 번지점프처럼 망설이거나 하는 기회를 아예 주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뒤에 같이 묶여있는 가이드가 냅다 떠밀어 버리는 모양새였다. 하긴 그렇게 한 명 한 명 기다려주면 아무래도 비행기인 만큼 위험할 수도 있기에 이렇게 그냥 빨리 밀어버리는 편이 더 나을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세 번째 팀이 뛰어내리고 바로 내 차례가 되었다. 역시나 앉은 자세로 가이드는 내 뒤에서 나를 재촉하듯 밀어댔고 망설일 순간도 없이 어느 새 나는 비행기 문 앞에 걸터앉았다.

 

정말 무서웠던 순간.

케언즈의 하늘을 날다

그 순간은 사실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3, 2, 1 하는 소리와 함께 내 몸은 이미 비행기 밖으로 떨어져 나와 파란 하늘을 가르며 추락하고 있었다. 어떤 사람은 아마 그 순간이 정말 짜릿하고 환상적인 순간이라고 말 할지도 모르겠지만 나에게는 정말 인생에서 느꼈던 최악의 순간 중 하나일 것이다.

정말 그 느낌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 한 없이 떨어지고 떨어지는 느낌. 가끔 떨어지는 꿈을 꿀 때 기분이 정말 좋지 않은데 그 느낌이 무한히 반복되는 기분이었다. 아니 그냥 너무 무서웠다. 이대로 죽는 게 아닌가 할 정도로 두려웠다. 40초가량의 자유 낙하는 정말 순식간에 끝이 나버렸다.

 

주변의 아름다운 경치를 감상할 여유가 생긴 건 낙하산이 펼쳐진 이후부터였다. 한 없이 이어지는 추락이 언제쯤 끝날까 생각한 순간 누가 뒤에서 갑자기 잡아당기듯 몸이 갑자기 공중으로 솟구치면서 떠올랐고 위를 올려다보니 커다란 낙하산이 펼쳐져 있었다. 나는 여태 낙하산을 펼치게 되면 티슈가 떨어지는 것처럼 떨어지는 속도가 감속이 될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자유낙하처럼 가속도가 점점 붙지만 않을 뿐이지 낙하산을 펴도 떨어지는 체감 속도는 상당히 빨라서 여전히 무섭기는 매한가지였다.

하지만 낙하산을 폄과 동시에 가이드가 이제 괜찮다고 안심을 시켜주면서 주위를 둘러보라며 긴장감을 덜어내주었다. 덕분에 정신을 차리고 본 하늘 위의 세상은 정말 환상 그 자체였다. 한쪽엔 초록빛의 지평선이, 다른 한쪽엔 푸른빛의 수평선이 끝없이 펼쳐져 있었다. 아마 태어나서 본 풍경 중 가장 예쁜 풍경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너무나도 아름다운 광경이었다. 특히 스카이다이빙에서 오션뷰는 많은 다이버들이 선호한다고 하는데 왜 굳이 조금 더 가격을 지불하면서까지 오션뷰를 선택하려고 하는지 그 이유를 정말 잘 알게 된 것 같다.

 

끝까지 잘 가이드 해준 모리스에게 감사를.

낙하산을 타고 내려오는건 생각보다 훨씬 무서웠다. 낙하산만 편다면 살랑살랑 천천히 내려올 줄 알았는데 공중에서 불어오는 바람 탓인지 나는 좌우로 사정없이 흔들리며 유일한 생명줄인 양 요동치는 낙하산 줄을 꽉 잡았다. 가이드가 더 재미있는 걸 보여주겠다며 한 방향으로 크게 회전을 할 때는 마치 의자 없는 롤러코스터를 타는 기분이었다.

 

그렇게 몇 분간의 심장 떨어지는 낙하를 마치고 우리가 착륙할 해변이 점점 크게 보이기 시작하자 드디어 잃어버렸던 평정심을 되찾을 수 있었다. 두 발이 푹신한 해변에 닿는 순간 마치 커다란 전쟁을 치르고 승리한 듯 안도감과 성취감이 들었다. 스카이다이빙을 재미있게 즐겼냐고 물어보며 한 번 더 연달아 뛰면 원가의 반값에 할 수 있다는 가이드의 섬뜩한 제안도 웃으며 넘길 수 있었다.

 

낙하를 마치고 낙하산을 회수해가는 가이드.
낙하 착륙 장소인 미션비치.
정글 사이에서 숨겨진 오아시스를 발견하는 기분.

호주는 워낙 산지보다 평지가 많아서인지 어떤 도시를 가더라도 근교에서 스카이다이빙을 할 수 있는 시설이 준비되어 있는 듯 하다. 호주 일주를 하며 도시 근교의 여행정보를 얻기 위해 각 지역 인포메이션 센터를 들렀을 때마다 항상 스카이다이빙과 스노클링 투어 팜플렛을 찾아 볼 수 있었다.

그 많은 지역 중 케언즈의 미션비치는 스카이다이빙 착륙지점으로 상당히 유명하다. 사실 일부러 이 곳을 찾아오려고 한 건 아니었지만 운이 좋게도 오션뷰 다이빙을 한 후 착륙하게 된 곳은 미션비치였다. 소문대로 푸른 에메랄드 빛의 바다와 하얀 백사장이 다이버들을 반겼고 낙하를 즐긴 후에도 아름다운 풍경을 보면서 계속해서 감동을 이어갈 수 있었다.

 

정말 평생 기억에 남을 엄청난 경험이긴 하지만 고소공포증 환자에게는 두 번 다시 경험하고 싶지 않은 초대형 액티비티. 하지만 이런 스릴을 즐기고 싶은 사람에게는 환상적인 호주의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일 듯 하다. 호주는 워낙 넓은 탓에 다양한 지형을 가지고 있어 오션뷰 말고도 호주의 중앙에 가면 광활한 사막을 보며 자유낙하를 즐길 수도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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