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hmad89

프로 여행자라고 할 수는 없지만 한 곳에 오래 머물면서 언어와 문화도 같이 배워가는 깊이있는 여행을 추구하는 어느 아마추어 여행자의 이야기

여행 외 이야기

2020년 1분기 만 30살 꽉 채운 인생 마지막 일본 워킹홀리데이 합격 후기 // 비자 발급 보류중

Nohmad89 2020. 3. 20. 0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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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1분기 일본 워킹홀리데이 합격 후기


2020년 2월 21일 금요일에 일본 워킹홀리데이 1분기 합격자 발표가 나왔습니다.

 

일본 경제 보복으로 인해 한창 사회적으로는 일본 불매 운동이 일어나고 있는 시국이라고는 하지만 생각 외로 많은 분이 2020년 1분기 일본 워킹홀리데이를 신청하신 듯 보였습니다.

 

일본은 아무래도 우리나라의 바로 옆에 있는 이웃 나라이며 불매 운동 이전부터 일본 문화나 언어에 관심이 있던 사람들이 많았고, 문화와 정치는 다른 선상에 있다고 보는 사람들이 늘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물론 저 역시 전부터 일본어를 공부해왔었고, 한국을 좋아하는 일본인 친구들도 꽤 알고 있기에 정치적 문제와 개인은 별개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아무튼

 

그래서 사실 분위기가 분위기인지라 이번 1분기 워킹홀리데이 신청은 경쟁자가 적을 테니 별 어려움 없이 무난하게 진행되겠지 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서류를 접수하러 간 일본 대사관은 입구에서부터 워킹홀리데이를 떠나고자 하는 지원자들이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었습니다.

 

이 광경을 보고 불안한 마음에 검색해본 일본 워킹홀리데이 후기는 의외로 N 수생이 대거 포진한 통곡의 벽.

일정 금액 이상의 잔액을 보유한 계좌 이력부터 타국의 출입 기간까지 꼼꼼히 체크, 일어 또는 영어로 써야 하는 일본 워킹홀리데이를 지원하는 이유서와 계획서까지. 생각보다 까다로운 신청방식에 많은 분이 어려움을 느끼고 대행업체에 맡기기도 한다는 걸 신청을 하고 나서야 알았습니다.

 

이렇게 대행업체에 돈을 내면서 도전하면서도 몇 번이나 떨어질 정도의 난이도인가? 할당 인원수가 있던데 이번에 떨어지면 다음 기회가 없는데 어떡하지? 하고 불안 속에 덜덜 떨던 긴 기다림의 기간이 지나고 마침내 발표의 순간, 당당히 합격 명단에서 제 번호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신청 기간 2일 전부터 다급하게 쓰기 시작했음에도 불구하고 운 좋게 합격해서 사실 무척이나 기쁩니다.

정성을 들여서 사진도 엄청 붙이고 포토샵으로 화려하게 꾸며서 무조건 붙을 거라고 확신했던 사람들도 몇 번이고 떨어지는 마당에 귀차니즘으로 가득한 벼락치기 서류가 붙다니 너무나도 감사할 따름입니다. 그렇기에 혹시나 탈락의 고배를 마시고 다음 분기에 일본 워킹홀리데이를 다시 지원하고자 하는 분들이나 새로 지원하고자 하는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가지고 약간의 팁을 가지고 후기를 올립니다.

 

 

기본 서류

사실 기본적으로 준비해야 하는 서류들은 특별히 팁을 드릴만한 게 없어요. 주한 일본대사관에 공지되어 있는 대로 준비하시면 된답니다. 어떤 서류를 어디에서 받아야 하는지는 다른 블로그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으니까 이 부분은 패스하도록 하겠습니다.


개고생 하면서 준비한 서류들


다만 통장 잔고 부분에서 저도 살짝 걱정을 했던 부분이 있어요.

주한 일본대사관에서도 그렇고 다른 분들 블로그를 봐도 일본에 가서 정착을 위한 초기 비용 소지함을 증명하는 통장거래내역이 필요하다고 하는데 사실 워킹홀리데이를 신청하려던 1월에 제 통장잔고는 계속된 여행으로 인해 280만 원이 될까 말까 간당간당한 상태였어요. 대충 200만 원 정도만 있어도 되지 않을까? 하고 생각하다가 서류 접수 바로 하루 전날에 친구에게 도움을 청해서 잠시 200만 원 정도를 더 입금해서 그대로 거래내역서를 뽑아 제출했어요. 서류 제출 바로 전날에 지정 액수를 맞춰서 제출하면 서류에도 가장 마지막란에 큰돈이 찍혀 부정적이게 보이지 않을까 하고 걱정했습니다.

 

다른 분들 후기를 보면 은근 신청 기준이 까다롭다고 하였기에 가능하면 트집 잡히고 싶지 않은 마음이었죠. 다행히 결과만 본다면 저는 이 서류로 합격을 했고, 서류 제출일 바로 전날에 지정 액수 이상의 금액을 입금해서 통장 잔고를 맞추더라도 크게 합격에 악영향을 주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작성 서류

기본 서류에서 큰 하자가 없다면 대부분의 워킹홀리데이 합격 당락은 이유서와 계획서에서 갈라진다고 합니다.

일본 워킹홀리데이를 가고 싶지만, 일본어가 안 되는 사람들이 대행업체를 이용하는 가장 큰 이유도 이 녀석들 때문이에요. 특별히 지정된 양식도 없이 그냥 자유 양식이다 보니 저도 어디서부터 어떻게 써야 할지 막막했습니다. 그렇게 검색과 검색을 거쳐 몇몇 분들의 합격 후기를 읽고 올려주신 서류들을 참고한 결과 대부분 이유서의 내용이 비슷하다는 점을 눈여겨봤습니다.

 

OO에 관심이 있어 일본에서 경험하고 싶습니다, 예전부터 일본 문화를 동경했습니다 등 대략 열이면 열 이런 내용으로 시작해서 작성된 이유서가 많았습니다. 사실 뭐 워홀 가는데 엄청 구체적이고 대단한 이유가 있을까요. 한 번쯤 그냥 가보고 싶으니까 가는 거지. 호주 워홀을 했던 경험이 있는 저 역시도 처음 호주에 나갈 때 엄청 거창한 이유가 있어서 간 것도 아니었고,

그냥 한번 가보고 싶다 라는 생각뿐이었으니까요.

 

하지만 치열한 경쟁률을 뚫고 합격하려면 뭔가 나만의 특별한 경험으로 어필을 해야 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가능한 다른 지원자들이 이야기하는 방향과는 다른 방향으로 나가기로 결정했습니다. '일본이 좋아서, 일본의 문화를 공부했더니 더 알고 싶다'가 아니라 '일본에 대해 몰랐는데 다른 나라에서 일본인들과 친구가 되어 여러 이야기를 들어보니 한번 가보고 싶어졌다'라고

 

다소 보는 사람에 따라서 건방져 보일 수도 있는 이야기로 이유서를 써 내려갔습니다.

 

이유서

이렇게 완성된 저의 워홀 이유서. 정말 밋밋합니다. 포토샵이며 여러 사진이며 정말 정성스럽고 예쁘게 쓰신 분들이 많던데 그에 비하면 고작 사진 두 장에 한 장으로 가볍게 끝내버린 이유서입니다.


창피하니까 흐릿하게.


보시면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호주와 대만의 지도입니다. 실제로 제가 2014년~2016년, 2017년에 호주와 대만에서 워홀 생활을 하면서 여행했던 여행지도랍니다. 워홀을 한다면 돈을 가장 우선순위로 뽑으시는 분들도 계실 테고, 언어를 우선순위로 생각하시는 분도, 여행을 가장 중요시하시는 분들도 있을 거예요.

 

저는 그중에서 여행과 경험을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기에 외국 생활을 하는 동안에 다양한 경험을 더 많이 쌓고자 시간을 들여 호주와 대만 전국일주를 했습니다. 확실히 두 번의 경험이 있다 보니 이번 일본 워홀도 어떤 방식으로 준비하고 어필해야 할지 조금은 감이 잡혔어요.

 

바로 경험을 바탕으로 일본에서도 이렇게 하고 싶다 라는 마음을 어필하는 것.

 

이유서의 내용을 그대로 공개해서 다 보여드리기에는 개인정보도 들어있고 조금 창피하기에 무리가 있지만, 혹시나 궁금해하실 분들이 계실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까 대략적으로 어떻게 이유서를 작성했는지만 적어보겠습니다.

 

왜 일본인가?

- 호주에서 워킹홀리데이를 할 때 영어를 잘하지 못해서 주변에 아시아인 친구들이 많았다. 그중에서 일본 친구들의 비중이 꽤 컸었고, 다들 영어를 못하길래 번역기를 통해 일본어로 조금씩 대화를 하다 보니 어느새 일본어를 배울 수 있었다. 그렇게 일본에 관심이 생겼고 꼭 한번 제대로 일본을 경험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다. 또한 일본어도 어느 정도 가능하게 되었기에 더욱 자신감이 붙었다.

 

일본에서 하고 싶은 것은?

- 호주와 대만에서 전국일주를 하면서 사진을 찍고 그 사진들을 SNS에 올리다 보니 저절로 한국의 친구들에게 호주와 대만의 홍보대사가 되었다. 나 역시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한 곳에서만 느낄 수 없던 여러 가지 문화를 배울 수 있었고 한국인들에게 그 나라를 소개하는 일도 재미있었다. 그렇기에 일본에서도 기회가 주어진다면 전국으로 여행을 하면서 여러 다양한 문화를 느끼고 내가 배운 것들을 세계의 여러 사람들과 공유하면서 알리고 싶다.

 

왜 하필 워킹 홀리데이인가?

- 사실 일반적인 여행으로는 이렇게 구석구석 돌아다니면서 여러 문화를 직접 배운다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 정말 장기적인 계획으로 시간에 쫓기지 않고 일본의 4계절을 느긋하게 즐겨보고 싶다. 그렇게 하려면 워킹홀리데이 비자가 필수적으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의 이유서는 이렇게 작성되었습니다. 그리고 사실 마지막에 몇 마디를 사족으로 덧붙이긴 했어요.

이번 2020년 1분기가 워홀을 신청할 수 있는 내 마지막 기회다. 이번 기회가 지나거나 떨어지게 된다면 만 30살이 넘어 2분기에는 워홀을 신청할 수 없기 때문에 꼭 붙었으면 좋겠다.라고요… 이 부분이 감정적으로 어필이 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합격이라는 결과를 받았으니 아마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계획서

계획서의 경우 사실 대부분 거짓말이에요. 이렇게 전부 계획을 실천할 수 있으면 정말 좋겠지만 금수저가 아닌 이상 이렇게 1년 내내 여행만 한다는 건 불가능. 그래도 이유서에 적은 대로 구색을 맞추기 위해서는 이렇게 쓸 수밖에 없었습니다.

 

다른 합격자 분들 블로그를 보면 계획서는 가능한 구체적으로 쓰는 게 좋고, 여러 지방을 여행한다고 하면 일자리 문제나 집 문제 같은 현실적 문제가 있기에 불가능한 비현실적인 느낌이 있어서 좋은 인상을 주지 못한다고 하더라고요. 하지만 저는 애초에 대부분의 사람들과는 다르게 나가자고 마음을 먹었고, 이유서에서도 전국 일주를 하겠다는 계획이었으니 1년 계획도 그에 맞춰 정말 실천 가능해 보이는 여행 경로를 짜서 적어 넣었습니다.



계획서 역시 비루합니다. 다른 분들에 비하면 정성도 없고 뭔가 대충 만든 느낌. 사실 계획서도 한 장으로 끝내버리고 싶었는데 막상 해보니 내용이 정말 너무 없어 보여서 한 장 반으로 만들었습니다.

 

그렇게 어찌어찌 이 녀석들로 2020년 1분기 일본 워킹홀리데이에 합격을 하게 되었습니다. 대사관에 가서 신청을 하고 나오면서 너무 대충 했나 하는 생각에 걱정도 많이 했지만 이렇게 한 번에 붙게 되어 무척 기분이 좋습니다. 다음 2분기 이후의 워홀 신청자분들도 제 후기에서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어서 계획하신 대로 합격하실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3월 비자 신청/발급(보류) 후기

다들 아시다시피 3월 9일부로 일본 여행시 무비자 정지/새로운 비자 발급 불가인 상태가 되었습니다. 서류 통과 후 비자 신청날이 6일이었는데..별 다른 문제만 없었다면 9일에 바로 워킹홀리데이 비자가 나오는건데.. 타이밍이 정말 안맞네요.

 

일단 별 다른 공지는 따로 없었기에 3월 6일 금요일에 여권을 들고 일본 대사관으로 향했습니다.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입구에서 체온을 재는 등 경비가 한층 강화된 모습이었어요. 또한 워홀 비자 말고도 취업비자나 유학비자에 대해 문제가 생기신 분들이 많았는지 1층부터 줄이 어마어마 했습니다.

 

결국 뭐 어떻게 결론이 난건 없고 일단 대사관에 여권을 맡겨놓으면 4월 이후에 다시 일본정부의 발표에 따라 비자를 발급해줄테니 기다리라는 말 뿐. 혹시 그 전에 해외에 나갈 일이 있는 사람은 여권을 가져가라고는 하는데 이 시국에 대한민국 여권을 가지고 갈 수 있는 나라가 얼마나 될까요. 막막하네요.



일단 비자를 받지 못했으니 4월 이후에 다시 비자 발급이 되면 추가로 후기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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