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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랑 같이 가기 좋은 대만여행 :: 풍등이 유명한 스펀 :: 센과 치히로의 지우펀

엄마랑 아들의 모자여행/대만

by Nohmad J 2019. 4. 20. 0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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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을 하면서 종종 가족들에게 직접 찍은 예쁜 장소의 사진들을 보냈었다. 엄마는 내가 엄선하여 보내드린 사진을 보실 때마다 너무 예쁘다고 좋아하셨다. 엄마라고 왜 나가서 그런 것들을 직접 보고 싶지 않겠는가. 삶에 쫓겨 이런 좋은 것들을 누려보지 못한 엄마를 위해 워킹홀리데이를 마치고 돌아오면 꼭 엄마를 모시고 여행을 다녀야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렇게 엄마를 모시고 출발하게 된 엄마의 첫 번째 해외여행! 가까운 해외 여행지를 고르다가 여행 비용도 크게 들지 않고 부모님들이 좋아하실 만한 정서 분위기가 있는 대만을 선택하게 되었다. 여행을 다녀온 후 다행히 엄마는 첫 해외여행지가 대만인 것을 너무 만족해하셨고 기회가 되면 또 가고 싶은 나라라고 말씀하셨다. 그만큼 대만은 어른들도 좋아할 만한 포인트가 많은 곳이며 한국인들이 최근 많이 가는 여행지라고 할 정도로 추천하고 싶은 나라이다.

 

일정이 오후부터 시작되니 빡빡하지 않게 간단히 일정을 짰다.

타오위안 공항에 도착하자 엄마는 어린 소녀처럼 즐거워하셨다. 내가 기대했던 맑은 하늘과는 반대로 하늘이 곧 한바탕 비를 내릴 것처럼 구름이 잔뜩 껴있고 흐렸지만 그런 어두운 날씨도 첫 해외여행을 나온 엄마의 즐거움을 막을 수 없었다.  

 

공항에서 바로 타이베이 시티로 들어가는 버스 티켓을 구입했다. 한국어로 읽으면 태북(台北)이라고 표시된 버스 창구를 찾으면 된다. 국광(國光) 운수에서 운행하는 1819번 버스는 24시간 운행한다고 하니 늦은 시간에 공항에 도착한다고 해도 편리하게 타이베이 시티로 갈 수 있다. 우리가 여행할 당시에는 버스밖에 없었지만 2017년에 타오위안 국제공항에서 타이베이역까지 운행하는 공항철도가 새로 신설되었으니 이제는 조금 더 빠르게 이동할 수 있다.

(송산(松山) 공항으로 대만을 들어오는 사람들이라면 공항철도며 버스를 이용할 필요가 없다. 송산공항은 타이베이 시티 내에 있는 공항이라 지하철도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돈으로 5천원 정도.
엄마는 이 기다림도 즐겁다고 하셨다.

50분 정도를 버스를 타고 창 밖을 구경하며 타이베이 메인 역에 도착했다. 버스에서 내리자 곧 비가 올 듯 하늘이 점점 흐려지기 시작했다. 대만 날씨가 워낙 오락가락한다고 들어서 마음의 준비는 했었지만 그래도 막상 여행을 시작하려는데 흐린 하늘이 보이니 살짝 불안해졌다. 그래도 다행히 1월임에도 한국의 늦가을 정도의 여행하기 딱 좋은 선선한 날씨였기에 구름만 걷힌다면 최상의 컨디션으로 다닐 수 있을 것 같았다. 여름의 대만은 너무 더워서 여행하기는 조금 힘든 감이 있고 11월에서 2월이 가장 여행하기 좋은 계절이다. 

 

타이베이 메인역. 출구가 너무 많아서 길을 잃어버리기 쉽다.
타이베이 메인역 내부. 상당히 깔끔하다.

첫날 일정은 대만 여행 일정으로 가장 유명한 '예스진지'중 스펀지우펀이다. 일반적으로 한국 관광객들은 하루 종일 택시를 빌려서 다니는 '예스진지 택시투어'를 많이 고른다고 하던데 우리는 시간도 3일이나 여유가 있었고, 다른 나라의 로컬 교통을 체험하는걸 너무 좋아하는 특이한 사람들이기에 과감히 투어를 버리고 자유여행을 선택했다. 택시를 타고 4개로 나눠진 장소를 이동하려면 이동시간에 대부분을 소비하고 막상 관광지에서는 시간에 쫓겨 수박 겉핥기식 여행이 될 거라는 게 엄마와 나의 공통된 의견이었다. 그래서 하루는 가까운 스펀과 지우펀을 묶어 가고 하루는 예류와 단수이를 묶어서 가기로 일정을 정했다.

 

타이베이역에서 출발하는 열차.

사실 타이베이에서 스펀(十分)까지 가는 길이 편하지는 않았다. 핑시(平溪) 라인을 타고 루이팡(瑞芳) 역에서 스펀으로 들어가는 기차를 갈아타야 하는 1시간 반의 긴 여정이었기 때문이다. 처음 30분간은 열차 안의 자리가 꽉 차있어서 엄마도 사람들 사이에 끼어 서서 이동해야 했다. 그래도 어디를 가든 한국어 안내도 되어있고 중국어를 못하는 사람이 가더라도 큰 불편함이 없을 정도의 여건이 갖추어져 있어 크게 어렵지는 않았다. 

 

엄마는 다른 나라에 와본 것도 신기하지만 해외에서 언제 이런 지역 열차를 갈아타 보겠냐며 모든 경험이 신기하고 재밌다고 하셨다. 중국어를 몰라 진땀을 빼는 내 속은 모르고. 사실 어머니 세대는 학교에서 한자를 배우고 실생활에서도 사용하던 세대이기 때문에 영어권 나라에서 여행하는 거 보다는 조금 더 눈에 익는 글자가 많으셔서 더욱 재미있으실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엄마한테 '십분(十分의 한글 발음)'이라고 쓰여있는 표지판을 보면 말해달라고 부탁했고, 엄마로 하여금 외국에서 스스로 길을 찾아본다는 재미를 느낄 수 있게 해드리기도 했다.

 

루이팡역에서 갈아타는 기차.
기차 내부가 상당히 재미있게 생겼다.

우여곡절 끝에 스펀 역에 도착했다.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여기저기 단체관광을 온 사람들과 그들을 통솔하는 가이드들이 섞여 기찻길이 아니라 시장바닥에 온 것처럼 혼잡했다. 아직 날이 어두워지지 않았음에도 여기저기서 이미 풍등을 띄우는 사람들이 많았고 흐린 하늘에 붉게 빛나는 점이 하나둘씩 박히기 시작했다. 역시나 한국인들에게도 널리 알려진 유명지인만큼 한국인들이 엄청 많았다. 덕분에 상점가에서도 한글이 계속 보였고 풍등 가게에서도 한글 메뉴판이 있어 내가 대만에 있는 건지 한국에 있는 건지 의아할 정도였다.

 

스펀은 엄마도 나도 이미 꽃보다할배/대만편에서 이서진과 할배들이 천등을 날린 장소이기 때문에 잘 알고 있던 곳이었다. 또한 한국에서도 꽤 흥행한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라는 영화에서 주인공인 커진텅과 션쟈이가 천등을 여기서 날렸기 때문에 아마도 한국인들에게는 꼭 가봐야 할 관광지가 되지 않았나 싶다. 특별한 무언가가 없는 작은 시골마을이지만 마을의 가운데로 기차가 지나가고, 주변 자연과의 몽환적인 분위기를 잘 조합해 내 이런 관광지를 만들었다는 점이 참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역사도 올드한 분위기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漫遊十分. 스펀을 가득 즐겨라.
비가 와서 별로라 생각했는데 오히려 더욱 운치있는 분위기가 되었다.
근처 상점에서는 대만풍의 여러 먹거리와 기념품을 팔고 있다.

거리에 풍등을 날리는 사람이 한가득이다. 한국 관광객들이 많아서 지나다니며 그들이 쓴 소원을 읽어보는 것도 재미있었다. 상인들도 익살스럽게 한국말로 '하나, 둘, 셋 김치', '예뻐요', '풍등 손 놔!'등을 외치며 관광객들에게 웃음과 추억을 주고 있었다. 옆 사람들을 구경하다가 옆에서 갑자기 상인분들이 한국어로 저런 말들을 쏟아내기 시작하면 괜히 그게 얼마나 웃기던지, 하지만 열심히 하시는 분들인데 앞에서 웃으면 좀 그런 거 같아서 숨을 죽이고 웃음을 삼키며 미소를 지으며 돌아다녔다.

 

스펀에는 풍등 말고도 1시간에 한번씩 다니는 핑시선 기차를 보는 재미도 있다. 일정 시간이 되면 사람들이 전부 철로 밖으로 나가는데 촘촘히 모여있는 상가들의 한가운데로 천천히 지나가는 기차를 보며 사진을 찍는 것도 스펀의 재미 중 하나이다. 여러 가지의 볼거리와 먹을거리가 모여있어서 스펀에서만 하루 종일 천천히 시간을 보내도 좋을 듯 싶었다.

 

천등은 여러 색이지만 어차피 날아가면 다 빨갛게 보인다.

풍등에 사용되는 종이의 색에 따라 소원하는 의미가 각각 다르다고 한다. 4면을 같은 색으로 하면 150 NTD(6천 원 정도), 4면의 색을 다 다르게 하면 200 NTD(8천 원 정도)라고 한다. 가격에 별로 큰 차이가 안 나서인지 당연히 4면 모두 색을 달리하여 소원을 빌어 풍등을 띄우는 사람들이 많았다. 어차피 어느 정도 올라가다 불타 떨어질 풍등이라는 걸 알긴 하지만 이런 곳에 와서 이 풍등에 소원을 빌어 날리면 왠지 이루어질 것 같은 느낌은 여행이 주는 환상일까? 평소엔 이런 건 어차피 다 상술이라고 생각하는 나도 스펀에서는 감성적인 마음으로 날아가는 풍등을 바라보며 마음속으로 소원을 빌게 된다.

 

엄마가 제일 좋아하는 사진.
한국인 관광객에게도 유명한 닭날개 볶음밥. 진짜 맛있다.

간식들로 조금씩 배를 채운 후 근처의 폭포가 있다고 해서 가보기로 했다. 구글 지도를 보니 걸어서 20~20분 정도 되는 길이라 갈까 말까 망설였지만 이미 올드한 감성에 푹 젖은 엄마가 어차피 시간도 많은데 천천히 걸어갔다 와보자고 말을 꺼냈다. 덕분에 옅은 빗방울이 조금씩 떨어지는 시골길을 천천히 걸으며 엄마와 도란도란 대화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폭포 가는 길을 걷다 보면 폭포까지 간다고 관광객들에게 홍보를 하는 택시를 꽤 많이 볼 수 있다. 택시를 타면 스펀 역 앞에서부터 5분도 안돼서 다녀올 수 있는 시간이니 택시투어나 버스투어로 와서 시간이 촉박하다면 택시를 이용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전혀 기대하지 않았기에 더 놀랐던 스펀폭포.

여태 이곳저곳 여행을 하면서 폭포라고 해서 가보면 그냥 적당히 물이 떨어지는 그냥 단어 그대로의 폭포가 있는 곳이 정말 많았다. 그래서 사실 스펀 폭포라는 곳을 알았을 때만 해도 이런 시골에 폭포가 있어봤자 얼마나 대단하겠어 라고 생각했었다. 아마도 이렇게 마음이 시원할 정도로 커다랗고 시원한 폭포는 평생에 처음 본다. 높이가 높은 폭포는 아니지만 물이 떨어지는 모습이 대단히 힘이 실려있기에 전망대에 올라서서 최면에 걸린 사람처럼 한동안 폭포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여행을 다니며 자연경관을 보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정말 200% 만족할 거라 장담할 수 있다.

 

오가는길에 자연경관이 너무 아름다워서 엄마도 대만족.
나이스 타이밍.

스펀에서 풍등 구경도 실컷 하고 사진도 찍으며 간식들로 배를 다 채우고 나서 날이 어둑어둑해질 때쯤 야경을 보러 지우펀으로 이동하기로 했다. 생각보다 많이 멀지는 않은데 기차 배차간격이 1시간에 1대씩 있는 데다 다시 루이팡 역으로 돌아가 버스를 기다렸다 타는 게 시간이 아까워서 그냥 택시를 타기로 했다. 은근히 비슷한 생각인 사람들이 많아서 택시 근처에서 머뭇거리고 있는 한국사람이 보인다면 같이 타고 돈을 아끼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지우펀은 영화 '비정성시'의 촬영지이고, 애니메이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모티브로도 유명한 곳이다. 원래 광산마을이었다는데 광산이 폐광된 후 한적한 시골마을을 어떻게 발전시킬 수 있을까 고민하던 지역주민들이 붉은 홍등을 하나둘씩 마을에 걸었고, 그 분위기가 너무 예뻐서 널리 알려졌다고 한다. 대만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지우펀의 사진을 떠올릴 정도로 강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지역이기도 하다. 나도 다른 곳보다는 지우펀에 많은 기대를 했었다. 그러나...

 

지우펀에서 가장 유명한 포토존.
왜 지우펀을 지옥펀이라고 하는지 이해했다.

일단 지우펀은 사람이 너무 많다. 너무너무 많고 너무너무 많다. 다들 여행책자며 인터넷에서 본 지우펀의 환상적인 홍등 야경에 이끌려 온 사람들이겠지만 오히려 사람이 너무 많아서 그 야경을 구경할 여유가 없었다. 넓은 광장에서 보는 야경이라면 아무리 사람들이 많아도 내 자리만 잡고 거기서 보면 되는데, 지우펀은 가뜩이나 산속에 있는 마을이라 길의 대부분이 좁은 언덕길인데 가장 유명한 장소에는 관광객들의 70% 이상이 몰려있어서 내 의지대로 몸이 움직이지 않는다고 보면 된다. 마치 크리스마스의 명동에 온 것 같은 느낌이었다. 정말 예쁘고 좋은 곳이긴 하지만 솔직히 말해서 부모님을 모시고 오기에는 좋은 장소는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긍정적이던 엄마가 여긴 조금 힘들다고 말했을 정도면 말 다했다고 본다.

 

그래도 낮이라면 그나마 사정이 조금 나을 거라 생각한다. 낮에 지우펀을 와서 보고 밤에 스펀의 풍등 가득한 밤하늘을 구경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언덕 꼭대기 뒷편에서 바라본 지우펀의 야경.
한입 도전해보려고 먹었던 땅콩아이스크림. 천국을 발견했다.

하루 종일 열심히 돌아다녀 다리가 아플 법도 한데 엄마는 계속 신이 나있다. 확실히 '예스진지'를 묶어서 하루 만에 거의 20만 원에 가까운 택시투어로 돌아다니는 것보다 이곳저곳 원하는 곳은 다 여유롭게 둘러보면서 시간에 쫓기지 않고 천천히 휴식을 즐기는 게 엄마랑 맞는 스타일인 것 같다. 물론 다리가 아파서 오래 못 걸으시는 부모님이 계시다면 코스를 수정하더라도 택시투어를 이용하는 게 백번 나은 생각이다. 이 날은 엄마보다 내가 더 일찍 곯아떨어진 것 같다.


< 엄마의 평가 >

스펀  (부모님들의 향수를 자극할 올드한 느낌이 한 가득. 비가 와도 낭만적인 분위기. 온갖 맛있는 간식과 풍등의 아름다움.)

스펀폭포 ☆ (가는 길도 너무 예쁘고 폭포의 웅장함도 좋았다. 다만 거리가 멀어서 다리가 아픈 부모님에게는 택시가 필요.)

지우펀  (홍등이 예쁘긴 한데 사람이 너무 없고 정신이 없어서 뭘 보고 왔는지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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