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hmad89

프로 여행자라고 할 수는 없지만 한 곳에 오래 머물면서 언어와 문화도 같이 배워가는 깊이있는 여행을 추구하는 어느 아마추어 여행자의 이야기

호주/호주 이야기

호주 마트에서 쉽게 살 수 있는 특이한 음식 :: 캥거루 육포, 에뮤 육포, 악어 육포

Nohmad89 2019. 5. 8.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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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마트에서 살 수 있는 육포

다른 나라에 가면 난 항상 대형마트에 들른다. 굳이 뭘 쇼핑하려는 목적이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는 볼 수 없는 제품들을 구경하는 게 재밌어서다. 그러다 신기한 물건을 보게 되면 망설이지 않고 바로 도전해보는 게 내 여행 습성이다. 엄청 대단한 기념품도 아니고 분위기 값을 지불해야 하는 고급 음식도 아니니 마트 쇼핑은 금전적 부담이 덜하다.

 

호주에서 손 꼽는 대형마트인 울워쓰(woolworths)와 콜스(coles)에는 가끔 내 눈을 돌아가게 만드는 신기한 제품들이 있다. 어느 날, 장을 보러 마트를 돌아다니던 중 동물들이 그려진 무언가가 내 눈에 들어왔다.

 

캥거루 육포.

Jerky? 처음 보는 낯선 단어에 이 봉투 안에 무엇이 들어있을지 감도 잡히지 않았다. 궁금함을 참지 못하고 그 자리에서 바로 핸드폰을 꺼내 검색을 해보니 그 단어는 육포라는 의미였다. 

 

캥거루 육포!?

 

호주에 온 뒤로 사실 캥거루를 많이 먹었었다. 한국에서는 절대 못 먹는 음식이고 일단 신기하니 뭔가 손이 더 많이 가게 되는 느낌? 캥거루 스테이크, 캥거루 소세지, 캥거루 케밥, 캥거루 볶음밥, 캥거루 바베큐... 이런저런 요리들을 많이 도전해왔지만 육포는 처음이었다. 뭔가 많이 다르려나.

 

캥거루 육포.

바로 집으로 달려가 방금 사온 따끈따끈한 캥거루 육포와 병 맥주 하나를 따서 자리를 잡고 앉았다. 봉투를 개봉하니 우리가 평소에 알고 있는 평범한 육포 향과 캥거루 고기에서만 나는 특이한 향이 같이 올라왔다. 캥거루 고기의 향은 말로 설명하기 어렵다. 양고기를 먹어본 사람은 알겠지만 그 향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양고기 향은 그냥 양고기 향이지. 이렇게 하면 궁금해서라도 호주에 가서 캥거루 고기를 먹어보는 사람들이 늘어날까?

 

앉은자리에서 맥주 두병과 육포 한 봉지를 해치웠다. 맛을 음미하고 자시고 할 겨를도 없이 그냥 눈 깜짝할 새에 내 눈 앞에는 텅 빈 육포 봉지만 남아있었다. 맛있다. 그냥 너무 맛있다. 양이 적어 조금 아쉽긴 했는데 자주 먹기엔 조금 부담스럽다. 작은 봉지 하나에 $9. 환율은 대충 계산하고서라도 우리나라 돈으로 8~9,000원 정도. 그래도 이 정도 맛이라면 돈이 아깝지 않다.

 

캥거루 육포 외에도 두 종류의 육포가 더 있다. 에뮤와 악어. 육포를 핑계로 맥주를 계속 마실 수는 없었기에 일주일에 한번씩 육포를 사 먹기로 결정했다. 그렇게 3주에 걸쳐 진행되었던 호주 육포 탐색기.

 

에뮤 육포. 1주일에 1봉지라는 약속은 까맣게 잊어버렸다. 옆을 보면 같이 사온 캥거루 육포가...

에뮤 육포는 사실 그렇게 뭔가 큰 특징이 없다. 근데 비싸다. $12. 이건 정말 그냥 육포같은 맛. 뭐 원래 에뮤 고기에 특별한 향이 없긴 한데 그래서인지 에뮤 육포라고 말하지 않으면 모를 정도의 보통 맛이다. 그래도 조류로 육포를 만들었다고 하니 특별하긴 하다.

 

악어 육포.

육포의 정점! 원래 악어고기가 맛있다는 건 잘 알고 있었다. 악어 케밥과 악어 스테이크의 그 쫄깃쫄깃한 맛을 잊을 수 없으니. 그 쫄깃함이 육포 안에도 그대로 남아있다. 보통 육포를 생각하면 조금 질기고 단단한 마른 고기의 형태를 생각할 텐데 악어 육포는 왠지 모르게 말렸음에도 육포가 쫀쫀하다. 특별히 낯선 향도 나지 않고 모든 사람들이 호불호 없이 즐길 수 있는 맛이라고 생각한다.

 

이 육포들을 먹어본 후, 호주에서 맥주가 생각날때면 항상 이 육포들을 사 와서 종류별로 꺼내놓고 먹었다. 내가 이상한 건지 같이 사는 룸메이트들은 얼굴을 찌푸리며 '으으'라는 소리를 내며 한 입 먹어보고 말더라. 덕분에 비싼 거 사 와서 먹는데 안 뺏기고 혼자 먹고 좋았지.

 

지금 다시 사진만 봐도 맥주가 생각나게 하는 녀석들. 호주에 여행을 간다면 이 아이들을 한번쯤은 꼭 도전해보라고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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