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hmad89

프로 여행자라고 할 수는 없지만 한 곳에 오래 머물면서 언어와 문화도 같이 배워가는 깊이있는 여행을 추구하는 어느 아마추어 여행자의 이야기

호주/호주 이야기

호주에서 버스타고 부메랑 코스트 여행하기 :: 장기 여행자에게 추천하는 그레이하운드 고속 버스

Nohmad89 2019. 5. 8. 18:59
반응형

호주 그레이하운드 버스여행

호주를 여행하는 방법은 정말 많다. 기차를 이용해서 호주 대륙을 횡단 or 종단하는 법, 비행기를 타고 주요 기점만 다니는 법, 직접 운전을 해서 돌아다니는 방법. 그중 시간 여유가 정말 많고 나름 구석구석을 돌아다닐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바로 시외버스인 그레이하운드를 이용하는 방법이다. 

그레이하운드 마크.

넓디넓은 호주를 어떻게 버스로 다니냐고 말하는 사람도 있을지 모르겠지만 여행에 정답은 없다. 본인의 시간이 허락하는 한도 안에서 본인이 원하는 대로 결정하고 최대의 만족을 얻을 수 있다면 그게 최고의 여행이 아닐까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여행은 좀 힘들고 고생을 해야 나중에 더 기억이 잘 나는 편이기에 항상 힘든 길만 골라 갔었다. 버스여행도 그중 하나다.

 

퍼스는 워낙 고립된 지역이기에 그레이하운드를 볼 수 없었다. 퍼스 이후에 케언즈로 온 직후 이런 버스 시스템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호주의 대부분의 도시는 동쪽 해안가에 밀집되어 있다. 동북쪽의 케언즈부터 브리즈번, 골드코스트, 시드니를 거쳐 멜버른까지. 이 도시들을 쭉 이어놓은 모양이 부메랑 같다고 하여 호주에서는 이 라인을 부메랑 코스트라고 한다. 부메랑 코스트를 돌며 정말 호주를 최대로 즐기고 싶다면 이 그레이하운드를 이용한 여행이 아마 가장 제격일 거라 장담한다.

 

빨간색의 그레이하운드 버스.

호주 대륙은 정말 크다. 남쪽의 애들레이드에서부터 북쪽의 다윈까지만 해도 기차로 3일을 달려야 한다. 그런 거리를 버스로 이동하라니. 대단히 힘들게 느껴질지도 모르겠지만 그레이하운드로 하는 여행은 그런 힘든 여행이 아니다. 상식적으로 몇 날 며칠을 버스만 타고 있으라는 말이 아니겠지. 버스로 서울에서 부산을 가는 5시간만 해도 죽을 것 같은데.

 

큰 도시를 종점으로 잡고 중간중간 구간에서(45일 또는 90일간) 마음대로 탔다 내렸다 할 수 있는 구간 패스가 있다는게 그레이하운드의 최대 장점이다. 기간 안에 출발지로 정한 지역부터 도착지로 정한 지역 사이의 모든 곳을 자유롭게 다닐 수 있다는 말이다. 이런 중간 지점까지는 2~3시간 정도면 충분하니 한 지역에서 내려서 충분히 여행을 즐기고 푹 쉬다 며칠 후에 다른 도시로 건너가며 여행을 하기 좋다. 나는 케언즈-털리의 구간과 브리즈번-골드코스트-바이런베이-콥스하버의 루트를 여행해봤는데 불편하다는 생각보다는 오히려 기차나 비행기로 갈 수 없는 많은 곳들을 여행할 수 있다는 게 너무 좋았다.

 

또한 그레이하운드는 기본적으로 시설이 좋다. 버스 내부에 화장실도 있고 전 좌석 와이파이에 USB 충전 포트까지 마련되어 있다. 난 이것만 해도 사실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거기에 뻥 뚫린 창문으로 종일 경치를 감상할 수 있으니 버스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최고의 조건 아닐까.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호주의 평원, 농장, 사막, 해안을 버스 창문으로 감상하는 건 정말 여행지에서 누릴 수 있는 최대의 행복이었다. 다음 목적지는 어떤 곳일까 하는 설렘은 덤이다. 

 

브리즈번 - 시드니 $255
브리즈번 - 멜버른 $579
케언즈 - 브리즈번 $365
케언즈 - 시드니 $496
케언즈 - 멜버른 $579

위 사진들에 표시되어 있는 금액은 그레이하운드를 타고 거점의 끝에서 끝까지 가는 구간 패스 비용이다. 물론 전부가 아니라 소구간만을 이용하는 경우는 거리에 비례한 가격이기 때문에 더 싼 값에 이용이 가능하다. 브리즈번에서 바이런베이까지 2시간 반 정도 걸리는데 $35불 정도의 가격이니 표 자체는 비싸다고 볼 수 없다.

 

시드니에서 멜버른까지 가는 구역을 제외하면 거의 모든 거점들이 바다와 인접한 해안마을이다. 부메랑 코스트의 수많은 아름다운 해안도시를 이렇게 여행할 수 있는 기회가 있는데, 힘들 것 같다고 외면하기엔 너무 아까운 찬스가 아닐까.

 

바이런베이 가는 그레이하운드.

배낭여행의 느낌을 200% 느낄 수 있는 그레이하운드 버스 여행. 호주는 정말 버스 시간도 1분의 시간까지 딱 맞추기 때문에 편리하고 쾌적한 여행을 할 수 있다. 동남아에서 시간이 돼도 오지 않는 버스 때문에 많은 고초를 겪었던지라 호주의 이런 시스템은 배낭여행자에게 상당히 큰 만족감을 준다. 

 

비행시간이 워낙 긴 나라이고 각 도시마다 거리도 멀어서 비행기를 타고 여행할 수밖에 없는 호주지만, 시간을 조금만 투자하면 호주의 구석구석을 더 들여다볼 수 있는 특별한 즐거움을 찾을 수 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