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hmad89

프로 여행자라고 할 수는 없지만 한 곳에 오래 머물면서 언어와 문화도 같이 배워가는 깊이있는 여행을 추구하는 어느 아마추어 여행자의 이야기

호주/호주 이야기

호주에서 가질 수 있는 취미는 뭐가 있을까? :: K mart에서 낚시용품 구입 :: 낚시에 빠지다

Nohmad89 2019. 5. 9. 1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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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에서 낚시하기

나는 태어나서 낚시를 해본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기회도 없었을뿐더러 낚시를 할 때는 가만히 앉아만 있을 때가 많은데 그게 뭐가 재밌나 하는 마음이 있어서 굳이 해보려는 생각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룸메이트가 바다낚시를 가자고 처음에 이야기를 꺼냈을 때 그다지 가고 싶지는 않았지만 호주에서 쉽게 할 수 있는 취미가 될지도 모른다는 말에 혹해 첫 낚시를 해보기로 했다.

 

낚시 용품이 아무것도 없는 나를 위해 룸메이트와 K-mart로 향했다. 이름에 K가 들어가 있는 데다 로고의 색도 빨강/파랑이기 때문에 혹시나 한국과 연관이 있는 곳인가? 하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전혀 아니다. 나도 처음에 그런 생각을 했었지만 그냥 우연히 이름과 로고 색이 저런 것일 뿐. 한국과 관련된 아이템은 아무것도 없다.

 

어쨌든. 호주에서 식품 이외의 무언가 필요한 장비나 재료를 사고 싶을 땐 이곳만큼 구비된 아이템이 많은 곳이 없다. 정말 다이소처럼 웬만한 물건은 전부 찾을 수 있는 곳이다. 오히려 다이소보다 아이템 품목이 훨씬 많은 것 같다. 게다가 저렴하다. 호주에서 지내는 동안 식료품을 뺀 모든 아이템은 전부 이곳에서 구입했던 것 같다.

 

호주 전역에 있는 K-mart.

역시나 K-mart에서 낚시용품도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었다. 한국에서의 낚시 장비를 생각하면 왠지 낚시는 비싼 장비를 사용해야 하는 고급 스포츠라는 인식이 있다. 그래서 한국보다 물가가 비싼 호주니 아마 낚시 장비가 아마 더 비싸지 않을까 했는데 완전히 반대였다.

 

어린이나 여자가 쓸 수 있는 낚시대 가격도 $5밖에 안 하고 초보자를 위한 큰 낚싯대도 $15 정도면 살 수 있다. 찌나 추, 미끼 등의 가격이 전부 다이소에 온 것처럼 $1~$5 사이였기 때문에 충동구매의 늪에 빠지기 쉬울 정도다. 나 역시 싼 가격에 안심하고 낚싯대를 비롯하여 이것저것 골라 담으니 거의 $50 정도가 나왔다. 그래도 한국에서 5만 원이면 낚싯대 하나 겨우 살 가격일 텐데 풀 세트를 구매했으니 전혀 아깝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렇게 사놓고 낚시 재미없어서 안 하면 어쩌려고 그렇게 잔뜩 샀을까. 뭐에 홀렸었던 것 같다.

 

K-mart 사이트의 낚시대 가격.

호주는 대부분의 시티가 바다와 가까이 있어 마음만 먹으면 어디에서든 낚시를 즐길 수 있다. 바다가 있는 장소라면 어디를 가더라도 낚시를 즐기는 사람들이 정말 많이 보인다. 아마 국민 레포츠 같은 느낌이라 장비도 그렇게 저렴한가 싶다. 하지만 저런 아저씨들이라면 훨씬 비싼 고급 장비를 쓰지 않을까. 왠지 한번 낚시 아이템을 구매하고 나니 남의 아이템도 유심히 보게 되고 괜스레 장비에 대한 부러움도 생긴다.

 

이런데서 낚시하면 정말 좋지.

참고로 호주에서 낚시를 하려면 큰 바다건 작은 강이건 허가증이 필요하다. 이렇게 직접적으로 낚시세를 걷는 건가. 아무튼 사실 나는 이런게 필요한지 몰랐다. 항상 룸메이트들이랑은 일 끝나고 밤낚시를 갔으니까. 단속원들이 밤에는 아마 다들 쉬러 집에 갔겠지? 그래서 1년 넘게 허가증을 구입하지 않았었다. 그래도 다행히 한 번도 걸린 적은 없긴 한데 알고 나니 왠지 죄를 지은듯한 기분이 들었다. 내 의지는 없었지만 어글리 코리안...

 

나중에 퀸즐랜드 주의 도시인 브리즈번에서 친해진 현지 가족하고 뉴사우스웨일즈 주로 여행을 같이 간 적이 있었다. 그때 낚시를 좋아하는 내 현지인 친구의 아빠가 '우리는 지금 다른 주로 넘어왔으니 이 주의 낚시 허가증을 사야 한다'라고 해서 그때 낚시를 하기 위해선 허가증이 필요하다는 걸 알게 되었다. 역시 현지인이랑 같이 다니는 게 최고인 듯하다.

 

뉴사우스웨일즈(NSW) 주의 낚시 허가증.

낚시 허가증의 가격은 비싸지 않다. 2016년 기준으로 이 가격이다.

3일권 1개월권 1년권 3년권
$7 $14 $35 $85

정말로 큰 금액이 아니기 때문에 괜히 푼돈 아낀다고 고집부리다가 단속반에게 걸려서 큰 벌금 내지 말고 한국인 얼굴에 먹칠하지 않게 하는 게 좋겠다. 나는 이런 허가증이나 신청서를 쓸 때마다 왠지 점점 더 이 호주 사회에 적응해가는 기분이라 마냥 좋았었다. 10장 만들라고 했어도 만들었을 듯.

밤낚시의 맛.

예전엔 낚시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그게 뭐가 재밌냐고 묻던 나였지만 이제는 낚시의 손맛을 알아버렸다. 아무것도 못 잡은 날은 집에 돌아와서도 그 손맛을 보지 못한 게 너무 분하고 아쉬워서 자면서도 계속 낚시 생각을 할 정도였으니.

 

낚시의 묘미는 기다리는 동안 이것저것 생각을 할 수 있는 나만의 시간과, 손맛이다. 진짜 고기가 잡히는 그 손맛의 짜릿함은 뭐라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환상적이다. 초짜인 나도 어느새 이렇게 낚시 찬양자가 되어버렸는데 막상 한국에 돌아온 후로는 낚시를 나가본 적이 한 번도 없다. 일단 다시 장비를 구입해야 하는 압박이 있기에. 안타깝지만 호주에서의 그 시절을 계속 그리워하는 수밖에.

 

안녕.

짜릿한 손맛을 안겨주었던 녀석들.

 

안타깝게 워홀이 끝났을 시점에서는 다른 나라 여행도 생각하고 있었기에 낚시도구를 전부 처분할 수밖에 없었다. 사실 뭐 그렇게 비싼 장비들도 아니었으니 택배비를 부담하면서까지 한국으로 보내기도 좀 뭐했고(지금은 후회하지만). 대신 가장 처음에 샀던 루어는 기념으로 들고 와 내 책상 서랍에 고이 모셔두고 있다. 언제 또 오세아니아 지역에 가서 환상적인 자연을 감상하며 낚시를 하게 되는 날이 올 때 다시 한번 멋지게 활약할 녀석이니.

 

처음으로 샀던 루어.

외국에서 이런 취미를 하나쯤 찾을 수 있었던 건 나에게 엄청난 행운이었던 것 같다. 내가 이역만리 타지에서 향수병에 걸리지 않고 항상 밝을 수 있던 이유 중 하나가 이 낚시라는 취미였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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