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hmad89

프로 여행자라고 할 수는 없지만 한 곳에 오래 머물면서 언어와 문화도 같이 배워가는 깊이있는 여행을 추구하는 어느 아마추어 여행자의 이야기

대만/대만 여행지

대만 가볼만한곳 :: 타이중 고미습지 :: 가오메이습지 :: 高美濕地

Nohmad89 2019. 12. 25. 1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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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의 유우니 사막?

눈부시게 아름다운 하늘과 그 하늘이 그대로 발 밑에 비치는 환상적인 풍경, 이 세상 경치라고 도저히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운 곳. 아마 다들 한 번쯤은 TV에서나 여행 잡지에서나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바로 볼리비아의 유우니 사막이다. 언젠가는 꼭 유우니의 소금사막에 가보겠다고 여행에 대한 상상을 할 때마다 마음속으로 항상 다짐하고는 있지만 남미라는 이름을 들으면 일단 막막한 마음이 가장 먼저 드는 게 사실이다. 아무래도 한국에서 남미까지 가기에는 너무나도 먼 여정이 될 테니 말이다.

 

하지만 그런 아쉬움을 달래주기라도 하듯 한국에서 멀지 않은 곳에도 아시아의 유우니라고 불리는 아름다운 관광명소가 있다. 요새 들어 한국 사람들에게도 점차 알려져 사랑받고 있는 대만의 고미습지(가오메이습지)가 바로 그곳이다.

 

가오메이습지.

 

가오메이스디[高美濕地]

고미습지는 대만의 중부 타이중에서도 서쪽 외곽에 위치한 해안가에 있는 습지다. 대단한 랜드마크가 있는 것도 아니고 뛰어난 맛집이 있는 것도 아니지만 탁 트인 거대한 자연 속에서 환상적인 일몰을 감상할 수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대만 여행에서 사람들이 가장 많이 가는 타이베이와 가오슝을 벗어나, 조금 생소할 수도 있는 타이중을 여행하다 보면 이 지역의 모든 여행상품에 고미습지가 포함되어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타이베이에서도 고미습지를 포함한 타이중 일일투어가 있을 정도다. 또한 타이중 시내를 여행하며 타이중 사람들에게 추천 여행지를 물어봐도 백이면 백 고미습지를 꼭 가봐야 한다는 말을 듣게 될 것이다.

 

고미습지는 그 정도로 타이중 여행에 절대 빠져서는 안 되는 장소 중 하나다.

 

풍차가 인상적인 고미습지.

사실 솔직히 말해서 고미습지는 여행자들이 가기에 편리한 관광지는 아니다. 타이베이에서는 말할 것도 없고, 타이중에서도 로컬 기차를 타고 배차 간격이 긴 버스나 택시로 환승해 가면서 와야 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만일 타이중을 중심으로 며칠의 여유를 두고 주변 여행지를 둘러보는 경우가 아니라면 타이베이에서 일일투어가 아닌 개인 일정 당일치기로 고미습지를 방문하기는 정말로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막힌 가슴이 뻥 뚫릴 정도로 시원하게 뚫려있는 바다와, 한층 분위기를 운치 있게 만들어주는 풍차들이 만들어내는 묘한 분위기에 매료되어 정말 많은 사람들이 매년 고미습지를 찾아온다. 고미습지는 외국인뿐만이 아니라 대만 사람들이 사랑하는 관광지이기도 하기 때문에 현지 냄새가 물씬 나는 정겨운 분위기에 흠뻑 빠질 수 있는 대만 최고의 여행지 중 한 곳이라고 하기에 무리가 없다.

 

최근 한국에서도 대만 여행이 각광받고 있는 추세이고, 그 흐름을 따라 대도시인 타이베이와 가오슝만이 아닌 타이난, 타이동, 타이중, 화롄, 컨딩 등의 중소도시들도 관광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고 있다. 그래서인지 KBS의 여행 프로그램인 베틀트립에서도 고미습지를 소개하는 편(19.08.31)이 방영되기도 했다. 내가 2017년에 고미습지를 방문할 때만 해도 한국사람을 찾아보기는 무척 힘들었는데 지금은 블로그에도 고미습지를 다녀왔다고 하는 사람들이 많아졌고 아마 조만간 고미습지에도 한국어 간판이 늘어나고 곳곳에서 한국말이 들리지 않을까 싶다.

 

배틀트립에서도 방문한 고미습지.

 

타이중역에서 고미습지까지

유명한 관광지임에도 불구하고 고미습지까지 가는 길은 멀고도 험하다. 스쿠터 문화가 발달되어 있어서 그런지 솔직히 타이베이와 가오슝을 제외한 다른 지역의 대중교통은 외국인이 가볍게 접근하기에 그다지 유용한 편은 아니기 때문이다. 특히 타이중-고미습지 구간의 309번 버스는 배차 간격이 길기로 유명하다. 타이중역에서 30분에 한 대씩 버스가 있다고는 하지만 사람이 가득 차게 되면 시간에 상관없이 버스는 매정하게 출발해버리므로 운이 없다면 최소 30분 이상을 기다려야 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타이중역에서 출발하려면 시간 여유를 두고 움직이는 게 좋다.

 

또한 타이중역에서부터 로컬 기차를 이용하여 칭쉐이역(清水車站)까지 가서 고미습지까지 가는 버스를 타는 방법도 있다. 숙소가 타이중역 근처가 아니거나 타이베이에서 고속철도를 타고 와서 타이중 고속철도역에서 내린다면 이렇게 가는 방법이 더욱 시간을 아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칭쉐이역에서 내려 역 앞 버스정류장에서 178번, 179번 버스를 타면 고미습지까지 쉽게 갈 수 있다.

 

178번 버스 시간표.
179번 버스 시간표.

 

일몰 외의 시간도 예쁜 일몰 명소

버스에서 내리면 모든 사람들이 일제히 같은 방향으로 이동하기 때문에 길을 잃을 염려가 전혀 없다. 주변에 아무것도 없기도 하거니와 모든 사람들이 보고 싶어 하는 멋진 풍경은 바다로 나갈 수 있게 설치되어 있는 나무다리 쪽에서 볼 수 있기에 모든 여행객의 목적지는 한 곳으로 이어진다. 출출한 여행객들의 배를 달래줄 간식거리를 팔고 있는 몇몇 노점상과 둑방길을 지나 고미습지에 다다르면 시원하다 못해 매서운 바람이 가장 먼저 여행객들을 반긴다.

 

둑방길.

멀리에는 풍차들이 매서운 바닷바람을 맞으며 고미습지의 분위기를 한껏 살려준다. 고미습지가 일몰이 유명한 지역이기 때문에 주로 일몰 시간에 맞춰서 오는 여행객들이 많은데 시간 여유가 허락된다면 해가 높이 떠있는 2~3시쯤부터 와서 일몰 폐장시간까지 고미습지를 즐기는 것도 색다른 경험이 될 것이다. 하늘이 변덕이 심한지 점점 흐려졌다가 구름이 갰다가 날씨가 변화무쌍하게 시시때때로 변하는데 어떤 시간대의 분위기라도 이 곳에 있는 풍차들과 어우러져 아름다운 풍경을 연출하기 때문이다. 또한 시간을 타이트하게 잡고 왔는데 밀물 시간에 걸려 바다 쪽은 제대로 즐겨보지도 못한 채 힘들게 찾아온 걸음을 다시 돌리는 사람도 종종 있기에 고미습지의 일정만큼은 여유를 가지고 천천히 즐기는 편이 좋다고 생각한다.

 

밀물이 들어오면 이 나무다리길이 잠긴다.

나무다리길 개방시간 체크는 여기서!

초록색으로 표시되어 있는 시간이 개방시간!

https://www.gaomei.com.tw/openhours/

 

木棧道開放時間 - 高美濕地旅遊網

說明 依據高美濕地海水潮汐時間推算木棧道開放時間。 木棧道封閉時間:漲潮前 1.5 小時(大潮前 2 小時), …

www.gaomei.com.tw

내가 고미습지에 도착했을 땐 한창 물이 빠져서 갯벌에 작은 게들이 올라와 산책을 하던 시간이었다. 사실 미리 물이 들어오는 시간을 알아보고 간 게 아니었기 때문에 언제 물이 들어올지 모른다는 생각에 길고 긴 나무다리를 경보하듯 걸어 바다와 맞닿는 곳으로 서둘러 향했다. 나무다리의 끝에 다다라서는 주인을 기다리고 있는 신발들만이 가득한 다소 재미있으면서도 신기한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잠깐 동안의 자연이 준 선물을 즐기려는 듯 많은 사람들이 망설임 없이 신발과 양말을 벗고 갯벌 안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신발이 한 가득.

이렇게 그냥 벗어놓고 가면 누가 신발 훔쳐갈까봐 불안하지 않나?

 

잠시 너무나 현실적인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봤지만 금세 다시 낭만적인 여행객 마인드로 돌아왔다. 걱정했던 시간이 낭비라고 생각될 정도로 막상 놓여 있는 신발들은 대부분 슬리퍼나 쪼리처럼 누가 가져간다고 해도 상관없는 것 들뿐. 나 역시 누군가의 슬리퍼 옆에 내 슬리퍼를 가지런히 놓아두고 바로 말랑말랑해 보이는 갯벌로 들어갔다. 얼핏 보기에도 푹신푹신해 보였지만 고미습지의 갯벌은 상상했던 것 이상으로 부드럽고 기분이 좋았다. 발에 쌓여있던 피로와 이런저런 걱정거리를 말랑말랑한 갯벌에 놓아두면 밀물과 썰물이 알아서 가져가 주려나? 모든 근심 걱정이 사라진 것처럼 기분 좋은 시간이었다.

 

넓은 갯벌에 사람이 가득하다.

일몰시간이 점점 가까워지자 여기저기서 삼각대를 꺼내놓고 자리를 잡는 사람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갯벌에서도 인증샷을 남기려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갯벌이 서쪽을 향해 있다 보니 역광이 생겨 셀카를 남기기는 쉽지 않을 듯 보였다. 고미습지의 일몰과 함께 사진을 찍고 싶다면 얼굴이 완전히 나오는 사진보다는 실루엣이 나오는 사진을 찍는 게 팁. 저물어가는 해를 따라 멀리 보이는 풍차의 실루엣도 감탄이 나올 정도로 아름답다. 개인적으로 대만에서 봤던 풍경 중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풍경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만족스러운 일몰을 감상했다. 옆에 있던 투어 그룹은 일몰을 제대로 감상하기도 전에 떠날 시간이 되어 아쉬운 마음을 몇 장의 사진에 남기고 있었다. 여름철에는 해가 꽤 길기 때문에 투어 시간에 맞춰야 하는 여행객들은 제대로 된 일몰을 감상하지 못할 수도 있다. 나는 다행히 개인적으로 혼자 찾아왔기에 시간을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었다.

 

반나절 사이에 날씨가 엄청 바뀌면서 분위기도 계속 바뀐다.

Gaomei Wetlands

Meidi Street, Qingshui District, Taichung City

高美濕地

436台中市清水區美堤街

https://www.gaomei.com.tw/

 

 

정말 솔직한 주관적 여행 추천 점수

매력 ★★★★★ (다시 한번 가고 싶을 정도로 아름다운 풍경)

교통 ★★☆☆☆ (배차간격도 길고 버스도 사람이 바글바글해서 출퇴근길 2호선 느낌)

가격 ★★★★★ (입장료가 없다)

 

총점 ★★★★☆

교통이 너무 불편하긴 하지만 그 단점을 가뿐히 상쇄시킬 수 있을 정도의 멋진 풍경이 있는 곳. 교통도 가까운 칭쉐이역까지 택시를 탄다면 일정을 유연하게 조정 가능하기에 완전히 최악이라고 할 수는 없다. 타이중에 간다면 꼭 들려야 할 필수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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