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홍콩/홍콩 이야기

60년 전설의 홍콩 디저트 허유산, 역사 속으로 사라질 위기에?

by Nohmad89 2024. 8. 23.
반응형

허유산[許留山]


2000년대 들어서부터 코로나 전까지 홍콩여행을 계획했거나 다녀온 사람들은 모두 알고 있을 만한 홍콩의 디저트 매장이 있다. 여행책자에는 당연히 홍콩에 가면 꼭 먹어야 하는 최우선 디저트로 소개되어 있고, 인터넷에 홍콩여행을 검색만 해도 대부분의 블로그나 SNS에서 추천하는 디저트다.

 

바로 허유산(許留山)이다.

 

Hui lau shan

 

이 허유산의 인기는 정말 어마어마했다. 홍콩사람들 백이면 백 홍콩에 오면 꼭 허유산을 먹어야 한다고 말할 정도로 홍콩을 대표하는 관광상품이기도 했고, 홍콩뿐만 아니라 말레이시아 같은 다른 동남아 국가에서도 허유산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심지어 한국에도 현재 몇 개의 매장이 있다(안타깝게도 거의 다 사라지긴 했지만).

 

특히 습기가 많고 연중 무더운 날씨를 가진 홍콩에서 이 허유산은 마치 사막의 오아시스 같은 존재였다. 시원한 망고주스를 들고 네온사인 가득한 홍콩의 밤거리를 누비는 장면은 상상만 해도 여행 욕구를 불러일으킨다.

 

땀범벅인 채로 여행을 하다가 시원하다 못해 빨리 마시면 머리가 띵할 정도로 차가운 망고가 달콤한 요거트와 아름답게 섞여있는 망고주스를 마신다면 아마 그것만으로 홍콩 여행은 평생 기억에 남을 최고의 여행이라 느낄지 모른다.

 

약간 과장은 했지만 그 정도로 홍콩에서 허유산은 독보적이고 굉장했다. 홍콩에 오는 모든 여행자를 만족시키는 효자 같은 곳이었다. 나 역시 홍콩 여행 도중엔 낮의 뜨거운 열기를 식히기 위해 매일 오후에 허유산에 들려 망고주스를 마시곤 했다. 특히 리펄스 베이에서 바다를 멍하니 바라보며 마셨던 망고주스의 맛과 그 분위기는 아직까지 잊혀지지 않는다.

안타깝게도 지금은 사라진 리펄스베이점

 

허유산이라는 브랜드에 특별한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다. 1950년대에 약을 팔던 리어카 상인의 이름이라고 한다. 그의 아들이 리어카 상인 일을 물려받아 시원한 음료와 과일 디저트를 팔기 시작했는데 사업이 번성하여 아버지의 이름을 걸고 집안 대대로 내려오는 가업으로 자리 잡았다고 한다.

 

60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허유산은 해외 여러 나라에 진출했다. 2000년대에 들어서기 전까지 동남아시아의 여러 국가와 중국을 비롯한 중화권에도 구역을 넓혀 가면서 ‘망고주스 = 허유산’이라는 이미지를 소비자들에게 확실히 각인시켰다.

 

하지만 점점 더 넓어지는 해외 시장을 관리하면서 경영자를 몇 번이고 바꿨고, 점차 허유산의 프리미엄화 된 가격과 경쟁이 가능한 싼 가격의 과일음료들이 시장에 들어오게 되면서 허유산의 입지는 조금씩 약해졌다.

 

2024년 8월 현재, 전 세계에 300개 이상 점포를 가지고 있던 홍콩의 대표 브랜드 허유산은 이제 전 세계에 고작 10개, 홍콩 내에는 1개의 매장만 살아남아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동안 경영악화로 인한 문제가 지속되어 왔고, 코로나라는 전 세계적인 대형 악재에 버티지 못하고 무릎을 꿇고 만 것이다.

<Image by BobChanhei Henry; wikipidia>

 

물론 홍콩에서 망고 디저트를 먹을 수 있는 가게가 오직 허유산만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다른 디저트 매장에서도 얼마든지 홍콩의 망고를 즐길 수 있다. 하지만 한때 홍콩의 대표 브랜드라고 불리며 60년 이상 전 세계 사람들에게 홍콩의 디저트를 널리 알렸던 허유산의 마지막은 너무 허무하면서도 아쉽기만 하다.

 

특히 나처럼 한 번 맛 들리고 나서부터 홍콩에 가면 다른 과일주스 가게는 쳐다보지도 않고 오직 허유산만 고집해 온 사람이라면 그 아쉬움은 더 클 것이다. 그래서인지 지금도 홍콩에 다녀온 사람들의 여행 블로그를 보면 허유산을 찾아다녔는데 없어져서 아쉽다는 반응이 정말 많다.

 

빠른 시간 내에 홍콩을 여행할 계획이 있다면 귀중한 시간을 조금 내서 허유산에 들려보는 것도 나쁘지 않은 생각이다. 몇 년 이내에 마지막 매장마저 사라지고 말 텐데, 한때 홍콩 관광 역사에 큰 비중을 차지한 전설의 디저트 맛은 봐야 하지 않겠는가.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