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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홍콩 여행지

동양, 서양 그리고 과거와 미래가 함께 어우러진 환상적인 도시 홍콩

by Nohmad89 2024. 8.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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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香港]


내 첫 해외여행에 대한 기억은 ‘환상’이다. 머리 속에서 상상하고 있던 그 모습 그대로가 눈앞에 펼쳐져 있었고, 작은 우물 안의 자기만의 세상에서 처음으로 기어 나와 또 다른 세계와 마주 선 초보 여행자는 황홀했고 설레었다. 그 모습은 정말 환상 속 세계에 들어온 그 자체였다.

 

나의 환상 속 나라는 바로 홍콩이다.

 

 

과거와 미래가 섞여있는 도시

 

홍콩을 이미 가 본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내 표현이 너무 거창하고 과장되어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고, 홍콩이 그렇게까지 특별함이 없는 평범한 나라라고 말할지도 모른다. 사실 충분히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고 본다. 홍콩은 정말 작은 나라이기 때문이다.

 

홍콩 전체의 크기는 서울과 거의 비슷한 수준이고, 홍콩 역시 도시 중심부를 제외한 외곽지역은 아무것도 없는 자연 지역이 많기 때문에 결국 사람들이 생각하는 홍콩은 작은 도시 중심부를 의미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홍콩은 사실 중국의 긴 역사 속에서 크게 두각을 드러내지 못했던 이름 없는 곳이었다. 실제로는 긴 기간 동안 권력 싸움에서 밀려난 자들의 유배지로 사용되었던 곳이라고 한다. 수도에서도 멀리 떨어져 있고, 작은 섬도 많은 곳이라 충분히 그 모습이 상상이 간다. 아마 옛 제주도 같은 역할이었으리라.

 

시간이 흘러 중국의 원나라가 커다란 대륙을 하나로 통일했고 중국을 넘어 해로로 더 큰 세력범위를 확대하기 위해 남방원정기지로 재건했다고 한다. 그 이후 홍콩은 해상무역의 양이 늘어나 해외의 다른 열강들과 교역을 하는 중요한 위치가 되었고, 영국과 일본의 지배를 받으면서 현재는 동양과 서양의 분위기를 조금씩 섞어 합쳐 놓은 특별한 홍콩만의 분위기를 가지게 되었다.

이른 오후의 빅토리아 하버 근처 공원

 

화려한 명품과 뉴욕 같은 금융허브를 생각하고 홍콩에 첫 발을 내디딘 사람들은 홍콩의 외관에 살짝 실망감을 비칠지도 모른다. 낮의 홍콩은 레트로한 과거 속의 모습을 아직도 그대로 담고 있기 때문이다. 상점들이 가득 몰려있는 1층은 화려하지만 바로 시선을 위로 올려보면 대부분의 건물들이 대단히 낡아 보인다. 마치 2~30년 전의 한국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이다.

 

하지만 오히려 그런 오래된 레트로함에 향수를 느끼는 여행자도 적지 않다. 낡은 벽에 붙어 있는 한자 간판들과 그 간판 아래를 아슬아슬하게 스치고 지나가는 2층 트램을 보고 있으면 과거로 타임슬립을 한 건지 착각마저 든다. 외형도 현대식이 아닌 구형 트램이 많기 때문에 어디서 사진을 찍던 홍콩 트램을 곁들여 찍으면 그 자체로 작품이 된다.

트램, 그것만으로 홍콩

 

밤의 홍콩은 뭐라 형용할 수 없을 만큼 눈부시게 화려하고 아름답다. 분명 낮에는 이런 간판들이 있었나 할 정도로 어디에서 갑자기 튀어나왔는지 알 수 없을 만큼 많은 네온사인을 두른 간판들이 어두운 거리를 빛낸다.

 

한국의 홍대나 강남에서 볼 수 있는 밤거리와는 정말 많이 다른 느낌이다. 살짝 시간의 흐름을 비껴간 듯 한 올드하고 어두운 건물들 사이로 의미를 알 수 없는 한자가 네온사인의 빛을 받아 반짝이는 모습은 마치 미래도시 사이버펑크를 직접 보는 듯 한 느낌을 준다.

 

스크린 속에서만 보던 느와르/미래도시의 모습을 동시에 보여주는 홍콩 시티는 여행 초심자들을 그만의 매력으로 단번에 압도해 버린다. 그렇게 나도 홍콩을 환상의 나라라고 느꼈으리라.

화려한 소호 거리의 뒷골목에는 이런 노점상도 밤을 밝게 물들이고 있다

 

 

홍콩의 매력

 

홍콩은 정확히 말해 금융 도시지 관광도시는 아니다. 세계 3대 금융허브가 바로 런던, 뉴욕, 홍콩 아니겠는가.

 

하지만 뉴욕 거리를 떠올리게 하는 소호거리, 어두운 밤을 덮은 빅토리아 하버의 야경을 아름답게 수놓는 심포니 오브 라이트, 여행객들의 쇼핑과 간식을 책임지는 몽콕 야시장, 도시 한가운데를 달리며 레토르한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2층 트램, 영화 ‘중경삼림’을 본 올드 팬들을 설레게 하는 미드 레벨 에스컬레이터 등 전 세계의 관광객들에게 매력을 날리기에 충분한 요소가 넘쳐난다.

소호 거리로 올라가는 길
어느 에비뉴의 뒷골목

 

이렇듯 홍콩을 나타내는 포인트가 확실히 각인되어 있기 때문에 반대로 라이트한 여행을 즐기는 사람들에게는 홍콩을 대표하는 이미지 외에 다른 매력은 없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홍콩은 2~3일 머물면 그걸로 충분한 재미없는 관광지라고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는 커다란 오해라고 생각한다. 도시를 크게 벗어나면 여행객들에게 알려지지 않은 놀라운 장소가 가득한 곳이 홍콩이다.

 

한국인 여행객이 도심부에서 주로 다니는 곳은 확실히 정해져 있다. 구룡반도(빅토리아 하버 북쪽)의 몽콕과 침사추이 부근, 홍콩섬(빅토리아 하버 남쪽)에서는 미드 레벨 주변의 소호 부근과 빅토리아 파크. 그 외에는 교민들이 아니고선 여행객들은 거의 발길을 두지 않는다.

목적지 없는 로컬 버스 여행도 그만의 매력이 있다

 

새로운 모험은 그다지 특별한 것이 아니다. 크게 멀리 나갈 필요도 없고 그저 조금만 도시 중심을 벗어나도 우리가 여태 몰랐던 홍콩의 색다른 모습을 만날 수 있다.

 

금융허브 이미지의 홍콩에서 영어가 통하지 않아 손짓 발짓 해야 하는 야외 로컬 시장이나, 비싼 홍콩 물가와 달리 저렴한 가격에 행복을 주는 작은 개인 딤섬 가게를 발견하는 것도 홍콩의 두 얼굴을 볼 수 있는 모험이다.

국제금융도시의 푸근한 이면
로컬시장의 매력

 

홍콩에서는 기대하지 않았던 작은 행복을 만나기 쉽다. 다른 장소로 이동하기 위하여 버스를 기다렸는데 마침 내가 타야 할 버스가 와서 보니 2층 버스일 때의 그 설렘, 마침 2층 맨 앞자리에 아무도 없어서 양 방향으로 활짝 열린 창문너머로 홍콩의 도로를 내려다보며 달리는 그 해방감.

 

별거 아닌 것 같지만 한국과는 다른 분위기의 환경에서 순간 작은 행복을 느끼기 쉬운 곳이 정말 홍콩이 아닐까 싶다.

번잡하고 바쁜 홍콩에도 여유는 있다

 

일반적인 공사현장의 광경만으로도 전혀 다른 세상을 경험할 수 있다.

 

홍콩은 습기가 워낙 많아 공사현장에서 철근을 사용하게 되면 금방 녹이 슬어버려 대나무를 대신 사용한다고 한다. 과연 이게 안전할지 생각하면서 자리에 멈추어 서서 사진을 여러 장 찍었다.

 

아마 홍콩 사람들은 ‘도대체 왜 저 여행자는 공사현장을 신기한 듯 바라보며 사진을 찍는 걸까’ 하며 의문을 가졌을지 모른다.

철근 대신 전부 대나무가 가득한 공사현장

 

홍콩은 대단히 작은 지역이라 도심부의 교통은 무척 혼잡하다. 그렇기 때문에 시내 중심부의 도로를 넓게 뚫을 수도 없고 골목골목마다 일차선을 활용한 일방통행 골목이 대단히 많기 때문에 이런 재미있는 사진도 건질 수 있다.

어디로 맞춰 가라는 거죠?

 

 

친절하고 열정적인 홍콩 사람들

 

홍콩사람들은 대부분 정이 많고 친절하다.

 

자라면서부터 여러 종류의 문화를 경험할 다양한 기회가 있고 도심 어디서든 여러 인종의 사람이 보이는 환경 덕택인지 외국인에 대해 거리낌이 없는 느낌이다. 어느 여행지를 가던 이방인은 현지인에게 경계받는 시선을 느끼는 상황이 종종 있곤 한다. 하지만 홍콩에서는 전혀 그런 시선이 느껴지지 않는다.

 

영어가 홍콩 정부가 공인하는 국가공용어라고는 해도 도심을 벗어나 젊은 사람들이 상대적으로 많이 없는 외곽으로 나가게 되면 생각보다 영어가 잘 통하지 않는다. 홍콩의 어르신 분들은 영어를 필수로 교육받은 세대가 아니기 때문에 도심 중심부에 거주하는 분들이 아니라면 약간의 중국어나 오직 광둥어만 구사하시는 분들이 많다.

 

여행객이 광둥어를 하지 못한다고 해도 큰 문제는 없다.

 

홍콩사람들도 광둥어 화자가 많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고 오히려 한 두 마디 건네는 어설픈 광둥어에 환한 웃음을 건네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내가 외곽 지역에서 만났던 어르신들도 손짓 발짓 섞어가며 그들이 알고 있는 약간의 영어로 어떻게든 내가 불편하지 않게 도와주시려고 노력해 주셨다.

 

그런 사소한 문제는 홍콩사람들이 이방인에게 친절을 베푸는데 전혀 걸림돌이 되지 않는다.


 

홍콩은 작다. 그렇기 때문에 모든 매력이 작은 장소에 집중되어 모여있고 이 매력을 한꺼번에 보고 느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사실 여행을 몇 번 이상 다녀본 사람들이 사람들이 느끼는 공통적인 부분이 있다. 어느 도시나 약간씩의 분위기는 다르겠지만 대개 큰 도시는 어딜 가나 비슷비슷 하다는 것. 도시 내부에 있는 특정 장소나, 도심을 벗어나 유명한 여행지에 도달하지 않는 한 대부분의 대도시는 높은 빌딩이 가득한 천편일률적인 느낌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홍콩도 세계의 금융허브로서 높은 빌딩들이 숲처럼 빽빽하게 들어서 있지만, 여느 대도시와는 확연히 다르다고 자신 있게 말 할 수 있다. 누구나 도심 한 가운데에 들어오자마자 의심을 가질 필요 없이 ‘여기는 무조건 홍콩이다’ 라는 확신을 가지게 될 것이다. 어디에 가더라도 이보다 더 홍콩일 수는 없다는 느낌.

 

그런 압도적인 첫 인상의 강렬함이 나로 하여금 홍콩을 환상 속의 나라라고 생각하게 만들지 않았을까.

 

만일 누군가가 처음으로 넓은 세상과 만나는데, 어디를 가야 가장 강렬한 기억으로 평생 가슴에 남을 것인가 라고 묻는다면 나는 주저 없이 홍콩을 추천할 것이다.

웰컴 투 홍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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