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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홍콩 여행지

당나라의 분위기를 느껴볼 수 있는 홍콩 속의 작은 정원 난리안 가든

by Nohmad89 2024. 8.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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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련원지[南蓮園池]


현대 중국인에게 중국 역사상 가장 좋아하는 왕조시기를 꼽으라 하면 한나라와 더불어 당나라 시기를 꼽는다고 한다. 이 시기는 중국인들 사이에서도 꽤나 영광스러운 과거로 인식된다. 역대 중국 왕조 중 군사, 경제, 문화, 정복 등 다방면에서 밸런스가 좋은 시기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인들에게 당나라는 이름만 몇 번 들어 알고 있지, 잘 모르는 사람이 많은 중국의 역사라고 생각한다. 나도 태평성대를 이뤘다고 하는 당 태종, 당나라 군대, 고구려나 발해와 전쟁을 했다는 정도만 어렴풋이 들어서 알고 있는 정도이다.

 

우리나라의 삼국시대 국가와 같은 시기에 존재했던 나라인 만큼 너무 오래된 고대국가이고 또 외국의 역사라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었다. 홍콩 내에 약간이지만 그 당나라의 느낌을 간접적으로 느껴볼 수 있는 장소가 있다.

 

바로 난리안 가든이다.

날씨가 좋은 날 가서 더 예뻤던 정원

 

당나라의 조경 기술을 본뜬 정원

 

난리안 가든은 당나라 시대에 아름다웠다고 칭송받는 지앙슈주 정원을 모티브로 해서 꾸며진 정원이다. 현대에 만들어졌지만 정원의 곳곳을 당나라 시대의 조경방식을 따라 본떠 만들었고, 정원 한가운데에 있는 탑도 당나라 시대의 건축술을 이용하여 제작했다고 한다. 그 시대의 역사적 자료를 분석하고 이용하여 1000년도 넘은 과거의 모습을 재현했다는 점이 대단히 놀랍다.

 

정원의 한가운데에는 마치 일본의 금각사를 연상시키는 황금색의 아름다운 탑이 우뚝 서있다. 이 탑의 이름은 원만각(圓滿閣), 영어로는 Pavilion of Absolute Perfection(절대적인 완벽함의 정자)라고 한다.

 

넓은 초록빛의 정원 안에 강렬한 빨간색 다리와 황금색의 정자가 설명할 수 없는 압도감을 자아낸다. 중화권에서 가장 좋은 기운의 상징이라고 생각하는 빨간색과 황금색의 조합만으로도 왜 이 탑에 이런 대단한 이름을 붙였는지 설명이 가능하다.

일본 교토의 금각사와 비슷한 원만각

 

나는 조경에 관하여 전문적인 지식은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난리안 가든을 한 바퀴 쭉 둘러봐도 어느 부분이 이렇게 대단하다는 설명은 할 수 없다. 하지만 아시아 3국의 정원을 볼 때 이건 한국식 정원이고, 이건 일본식 정원이다라는 정도는 느낌적인 느낌으로 알 수 있다.

 

난리안 가든도 마찬가지로 특별히 어느 부분을 콕 집어서 중국식 조경 방식이라고 설명할 수는 없지만, 한국과 일본의 정원에서는 느껴지지 않는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중국의 정서가 분명 느껴진다.

 

정원의 안쪽에는 종교 시설처럼 보이는 웅장한 건물이 있다. 이곳은 1930년 경 불교 여승려들을 위해 세워졌던 ‘치린 수도원’이라고 한다. 승려들이 수행을 하는 곳이기 때문에 안까지 들어가 볼 수는 없었지만 입구를 비롯해 마당에 있는 수도원 건물은 필히 둘러볼 만하다.

중국만의 스타일은 잘 모르겠지만 한국이나 일본의 정원과는 확실히 뭔가 다른 느낌
지붕 위쪽의 지느러미처럼 휘어진 부분이 고대 중국 건물의 특징이라고 한다

 

그 이유는 이곳이 중국 전통방식을 사용하여 건축한 건물이기 때문이다. 특히나 고대의 기술을 활용하여 제작하였기 때문에 건축 과정에서 못을 사용하지 않고 찰흙과 돌 그리고 나무만을 사용하여 건축한 것이 포인트라고 한다. 자연적 재료만을 사용한 건축물이라서 그런지 건물 전체가 따뜻함이 느껴지고 부드러운 감촉이 느껴지는 듯하다.

 

건축 양식이 한국의 전통 건물들과는 확실히 다르기 때문에 중국의 전통적인 건축양식을 볼 수 있는 기회가 되어 즐겁기도 하지만 홍콩 시내에 이런 장소가 있다는 사실이 대단히 신선하면서도 놀랍다.

 

사진만 보고 이곳이 홍콩이라고 바로 알아차릴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정말 친한 친구가 되지 않으면 절대 알 수 없는 비밀을 홍콩과 친구가 되어 나 혼자 알게 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치린 수도원의 정원에서 구룡반도의 빌딩숲이 잔뜩 보인다

 

사실 이곳 난리안 가든은 역사적 가치를 담고 있다고 하기엔 조금 어려운 곳이다. 당나라 시대에 지어져 현재까지 그 가치를 이어온 곳이 아니고, 당나라 풍의 조경방식과 건축술을 유지해서 현대에 만들어진 곳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반드시 역사적 문화재를 보러 간다는 생각보다는 가벼운 마음으로 이색적 분위기를 가진 정원에 쉬러 간다는 생각을 가지길 추천한다.

이 사진만 보고 이곳이 홍콩이라고 알아챌 수 있을까

 

솔직히 말해서 ‘당나라’ 시대의 건축양식이라고 해도 현재의 건축양식과 비교해 대단히 큰 차이점이 있는 것은 아니다. 당나라의 건축양식이 전 국가인 수나라에 비해 완전히 다르고, 그 다음 나라인 송나라의 건축양식이 또 새롭게 다르고, 그 다음 나라인 원나라의 건축양식이 또 새롭게 달라질 수 있을까?

 

여러 국가와 세대를 거쳐오긴 했지만 이 나라의 건축양식은 큰 틀의 ‘중국’이라는 문화권 안에 속해있다. 그렇기 때문에 시대의 흐름에 따라 약간의 변화와 개선을 거쳐 현재와는 약간의 차이가 있을지언정 큰 변화는 찾기 힘들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에게는 생소한 ‘당나라’라는 이름만으로도 난리안 가든이 여행객들의 흥미를 끌기엔 무척이나 충분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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