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hmad89

프로 여행자라고 할 수는 없지만 한 곳에 오래 머물면서 언어와 문화도 같이 배워가는 깊이있는 여행을 추구하는 어느 아마추어 여행자의 이야기

호주/호주 이야기

호주 워킹홀리데이의 시작점 :: 퍼스공항

Nohmad89 2019. 4. 17. 20:27
반응형

 

누구에게나 처음의 어설프고 부끄러운 기억 하나쯤은 있을 것이다. 지금 와서 다시 생각해보면 정말 별거 아니고 쉬운 일인데도 처음에는 뭐가 그렇게 어려웠는지. 지금이야 비행기도 여러 번 타 봤고 공항이라는 곳이 단지 버스정류장 같은 느낌이지만 그 당시에는 어린아이들이 병원을 무서워하는 것처럼 나에게도 공항은 막연히 두렵고 부담스러운 곳이었다. 비행기가 착륙하자마자 바로 찍은 사진들을 보면 그 당시의 두렵고 설레었던 이런 감정이 아직도 가슴속에서 희미하게 느껴진다.

 

새벽 비행으로 비몽사몽이었지만 호주에 도착한 첫 느낌을 사진에 담고 싶었다.

“Does this bus go to Perth city?” 이 한마디가 그 당시에는 뭐가 그렇게 어려웠는지 모르겠다. 말이 통하지 않으면 어떻게 해야하지, 혹시 내가 못 알아듣는 말을 하면 어떡하지 하는 쓸데없는 걱정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내 자신감을 압박했다. 공항을 나와 시티로 향하는 버스를 기다리며 나는 곧 면접에 들어가는 사람처럼 덜덜 떨면서 혹여 실수로 이상한 말이 튀어나오지는 않을까 주기도문처럼 저 문장을 반복해서 외웠다. 사실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별거 아닌 일이지만 이미 공항 직원과의 프리토킹에서 꿀 먹은 벙어리처럼 말문이 막혀버렸던 나는 머리가 백지가 되어버려 영어 울렁증이 도진 상태였고, 입은 이미 바짝 말라 굳어있었다. 생각만 하던 외국생활이 현실로 다가오자 '한국을 떠나 온 지 24시간도 안됐는데 앞으로 어떻게 워홀 생활을 견뎌내지?' 하는 걱정 감과 불안감이 몰려왔다.

 

버스 내부는 꽤 화려하고 깨끗하다.

버스가 오고 수능 때만큼 열심히 외웠던 질문을 던져 확인을 받고서야 안심하고 버스에 오를 수 있었다. 

-Does this.. bus go... to.. Perth city?

-Yeap.

새벽바람을 쐬며 20분이 넘게 했던 긴장이 불과 3초도 안 되는 짧은 시간만에 풀려버렸다. 허무했다. 캐리어를 싣고 아무도 없는 버스에 오르고 나서야 주위의 새로운 환경을 천천히 둘러볼 여유가 생겼다. 운전석이 오른쪽에 있어 한국과는 반대 방향으로 버스를 타야 하고, 버스 내부는 상당히 쾌적한 느낌, 주변의 식물들은 아마 남반구의 식물이라 그런지 하나같이 낯선 느낌이었다. 버스 한번 타는데도 진땀을 뺐는데 이 새로운 곳에서 앞으로 혼자 모든 걸 헤쳐나가야 한다는 생각을 하니 가슴이 두근거렸다. 아무래도 난 이런 체질을 모르고 살았나 보다.

버스 창문으로 바라본 호주 공항. 이 낯선곳에서 앞으로 혼자 지내야 한다.

호주의 버스라고 해도 한국과 시스템이 크게 다르지는 않다. 교통카드가 있다면야 그냥 카드를 찍고 승차하면 그만이다. 현금의 경우 기사님께 목적지를 말하면 가격을 말해주시니 그게 맞게 돈을 내면 된다. 여타 나라의 경우 버스에서 거스름돈을 주지 않으니 딱 알맞게 가져가라고 하는 일도 있지만 호주의 버스는 거스름돈도 다 구비해 놓기 때문에 그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다만 호주에서는 현금으로 승차를 해도 2시간 동안 환승이 가능하다는 점이 한국과는 다른데, 영수증 하단의 Expiry 부분의 시간까지 환승이 가능하다. 그냥 버스 기사님에게 보여드리기만 하면 끝.

 

처음으로 호주에서 구입한 '무언가'. 이 영수증은 버리지 않고 고이 서랍속에 모셔뒀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