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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에서 어학원 안다니고 외국인 친구 사귀기 ② :: 일하는 곳에서 만난 사람들

호주/호주 이야기거리

by Nohmad J 2019. 5. 4. 0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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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면서 외국인 친구 사귀기

호주에서 지내는 동안 나는 운 좋게도 전부 오지잡(호주인 사장이 세금 내고 운영하는 사업장)을 구할 수 있었다. 영어를 못하던 초창기에도 건너 건너 소개로 오지잡을 구했으니 얼마나 운이 좋았던 건지. 캐쉬잡(주로 한인 사장)과는 확실히 다른 여건에서 돈을 벌었으니 지금 생각해보면 참 다행히 아니었나 싶다. 보험 가입에 연금까지 내주고 시간당 20불이 넘어가는 시급도 캐쉬잡과 비교하면 너무 좋았지만 외국인 워커들과 함께 일하며 영어를 사용할 수 있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첫 퍼스 공장에서 같이 일했던 사람들. 한국인 친구들과 아랍인 라지.

호주에서 워홀러가 할 수 있는 일은 대부분 다 도전했던 것 같다. 공장에서도 일했고, 바나나 농장, 호텔, 레스토랑, 스타디움, 한국어 튜터 등등 많은 일을 하면서 다양한 사람들(주로 외국인)들을 만났다. 모든 경험이 다 좋은 기억이었고 아직도 그 당시 추억을 회상하며 가끔 연락하는 친구들이 종종 있다. 운이 좋은 건지 퍼스 공장을 제외하고는 한국사람을 만난 적이 전혀 없다. 그래서 일을 하면서 만난 친구들은 전부 외국인이다. 하루 8시간 일했다고 치면 매일 8시간씩은 외국인들과 영어를 사용했으니 얼마나 좋은 환경이었던가.

 

첫 일터에서 영어가 많이 늘 수 있던건 다 호주 할머니들 덕분이었다.

퍼스에서 처음 일했던 공장은 호주인 할머니들이 4분 계셨다. 이게 얼마나 내 호주 생활에 도움이 되었는지 그 당시에는 전혀 알 수 없었다. 단지 젊은 친구들이 있었으면 더 재미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운 마음만 가득했었다. 너그러운 할머니들은 인내심을 가지고 영어도 못하는 외국인 아이와 수시로 소통하려고 노력하셨다. 답답할 만도 할 텐데 항상 내 모자란 영어를 끝까지 들어주시고 쉬운 단어를 사용하며 천천히 말씀해 주시곤 했다. 할머니들 덕분에 6개월 정도 영어로 수다를 떠는 재미를 알았고 더욱 영어에 대한 자신감이 붙지 않았나 싶다. 만일 다른 곳에서 일했다고 생각하면 영어에 대한 공포심이 더 커졌을 것이라 생각한다. Maria, Robin, Jackie, Monica. 아직도 기억나는 고마운 이름들. 

 

바나나팀.
이 당시엔 일본어도 조금 늘어서 일본인 친구들도 많이 만났다.

호주에서의 생활에 너무 만족하여 세컨드 비자를 따야겠다고 생각해서 5개월 정도 농장 생활을 하기도 했다. 농장에 대한 안 좋은 이야기를 너무 많이 들었던 터라 정말 농장은 가기 싫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농장에서의 5개월이 호주에서 가장 재미있던 시간이었다. 농장에는 한국사람이 바글바글하다는 이야기를 블로그에서 많이 봤지만 내가 갔던 농장은 힘들기로 유명한 바나나 농장이라 그런지 한국인들이 그렇게 많지는 않았다. 작은 마을에 다양한 외국에서 온 워홀러들이 모여 살다 보니 숙소에서든 일터에서든 외국인들과 붙어 있는 시간이 엄청 많았다.

 

이때가 좋았지.

특히 내가 들어간 농장은 한국인이 단 한 명도 없었다. 아니 동양인이 아예 없었다. 호주, 영국, 프랑스, 독일, 러시아, 체코, 인도, 이탈리아 사람들로 이루어진 농장에서 나는 유일한 동양인이었고 조금은 영어에 대한 두려움이 사라진 나에게는 농장이 너무 즐거운 곳이었다. 다행히 농장 크루들도 다 좋은 사람들이라 적응하는데 큰 어려움은 없었다. 특히 같은 팀이었던 영국 친구들하고는 정말 많이 친해져서 파티가 있으면 종종 초대받아 같이 놀곤 했다.

 

광란의 파티. '문앞에 너의 존엄성은 버려두고 와라!'

가장 친한 영국 친구의 생일에 초대받았는데 마땅히 줄 선물이 없어 한인마트에서 소주를 사 갔다. 맥주나 보드카만 마시던 그들에게 아마 소주는 신종 마약 같은 존재였을지도. 영국 친구들은 소주를 얕보다가 금방 정신을 잃고 미친 사람들처럼 시골의 밤을 하얗게 불태웠다.

 

같은 날 일 시작한 농장 동기 Richard.

영국 친구들과 한 팀이 돼서 일을 하다 보니 영어가 자연스레 늘었던 걸까. 마지막에 농장을 떠날 때 영국친구들이 전부 '너 처음에는 말도 많지 않았는데 지금 영어 엄청 늘었어!'라는 말을 해줬다. 영어를 못해서 한식당에서 일하면 영어는 늘지 않고 또 다른 한식당에서 일하게 되는 것 같은 악순환과는 반대로 나는 올바른 선순환에 잘 비집고 들어간 것 같다. 전부 좋은 사람들을 만난 덕분이려니.

 

마놀 호텔 사람들.

친구들을 가득 만났던 농장과는 반대로 호텔에서 일하면서는 가족 같은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 아무래도 같은 동양인들이라 그렇게 느꼈는지 모르겠다. 호텔 크루는 대만, 인도네시아, 필리핀 사람들이었고 역시나 한국인은 없었다. 그래도 다들 나보다 영어를 잘하는 사람들이라 동양인들끼리 있었다고 해도 영어 실력은 계속 키울 수 있었다.

 

필리핀 친구들이 정이 많다.
브리즈번 비치하우스.

호텔 일이 끝나면 비슷한 또래인 친구들과 자주 펍에 가서 맥주를 마시며 수다를 떨곤 했다. 일이 끝나도 3시~4시 정도니 부담 없이 저녁 전에 친구들과 즐길 수 있는 여유가 가득했다. 해가 조금씩 내려가는 시간에 일을 마치고 나서 누렸던 이 여유와 분위기가 지금 다시 생각해봐도 너무 그립다.

 

크리스마스 파티.
호텔 크루들끼리 자주 공원에 가서 각자 싸온 음식들을 나눠먹으며 놀았다.
필리핀 친구는 가족 여행에도 나를 초대해줬다.

결국 외국인들이라고 해도 다 같은 사람이다. 내가 먼저 마음을 열고 진정성 있게 다가가면 언어가 많이 통하지 않는다고 해도 결국 마음은 통하기 마련이다. 나 역시 일하면서 알게 된 친구들에게 불고기라던지 떡볶이, 짜장밥 등을 만들어 주곤 했다. 서로 일을 떠나 마음을 공유하는 친구들이 많아지니 일을 하면서도 동료들과 문제가 있어도 웃고 대화하며 좋게 해결한 일이 많았던 것 같다. 직장 동료라고 하면 뭔가 조금 거리감을 두고 싶은 게 우리나라 사람들의 정서일지도 모르겠지만 외국에서 지내는 동안에는 직장 동료들과도 너무 좋은 관계를 가졌기에 이 친구들이 더욱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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